
고뇌: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
Struggle: The Life and Lost Art of Szukalski
감독: 이레크 도브로볼스키
장르: 역사, 실존 인물 다큐멘터리, 사회 & 문화 다큐멘터리, 미국작품
1973년, LA의 젊은 예술가들이 우연히 폴란드 출신의 천재 조각가를 발견한다.
80세란 고령에도 광적인 상상력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예술가를 흥분시킨 예술가, 스타니슬라프 슈칼스키.
세상은 왜 그를 외면한 것일까.
조각가 다큐멘터리 '고뇌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을 봤다.
그런데 슈칼스키가 누군지 잘 알고 봤던 것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영상에 소개되는 그의 작품을 보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소 내 취향에는 난해하고 기괴해 보이긴 했지만 정교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작품은 분명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영화 중후부반에 이르면 슈칼스키 개인의 신념이 폴란드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 등과 얽히며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고, 그 사이 슈칼스키는 세계 대전을 겪으며 작품을 잃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슈칼스키 하면 전쟁 중에 작품을 잃은 조각가로 더 인식되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 이면을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정치와 신념의 문제까지 연결지으면 더 이야기가 복잡해져서 과연 어떠한 예술가로 평가해야되는 것인지 어렵기도 하고 말이다.

결국 슈칼스키의 작품은 폴란드 이도교 무리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우파 권위주의를 표방하고 주장하는 단체이기도 하죠.

오늘날 폴란드의 극우파는 1930년대를 긍정적으로 봅니다.
유용한 예가 많은 시대로 보며 슈칼스키는 그들에게 그 시대의 구성원입니다.

"슈칼스키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를 거예요.
한 두 명이 글을 쓰긴 했지만 전체 이야기는 모르니까요."
그렇지만 그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보면 정말 그것은 그 한 사람의 전체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들 한때 슈칼스키가 잘못된 신념을 가졌던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보다는 작품의 난해함과 슈칼스키의 설명 및 아버지와의 일화를 보니 이것이 타고난 천재성인지, 재능인지, 아니면 어디에서 비롯된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칼스키는 학교에 가며 본인만의 알파벳을 만들었죠. 제가 보기엔 글씨에 너무 공들인 것 같았지만요.
이유가 뭘까요?
슈칼스키: 학교는 우리가 유아일 때 지니는 본래의 성향을 왜곡하고 우리를 다른 사람과 똑같은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죠.
교장 선생님이 슈칼스키 아버님께 이랬답니다.
'아드님도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본인만의 필체를 만들어 쓸 수는 없어요.'
그러자 아버님은 이러셨죠.
'이게 아들의 필체라면 알아볼 수 없을 때 다시 얘기합시다. 그때까진 이대로 둘 겁니다.'

슈칼스키는 그 이상한 알파벳을 평생 사용했어요. 그 필체에 발이 묶인 거죠. 되돌릴 수가 없었어요.
유아적이라는 걸 느끼실 거예요.
아무도 슈칼스키를 붙들고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죠.
이 내용에서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으로 방점이 찍혔던 말은 이거다.
'아무도 슈칼스키를 붙들고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러니 그게 개성이든, 신념이든, 천재성이든 누군가 바로 잡아줬다면 이 예술가의 재능은 다른 식으로 어떻게 발현이 됐을까?
하지만 그를 바로 잡아줄 필요가 있었다고 느끼는 게 이미 예술의 가치를 부정하는 걸까.
학교의 역할을 인정하는 동시에 사회의 억압을 인정하는 꼴인 걸까.
그렇다고 해도 이미 예술 또한 교육의 일부가 아닌가.
한 개인이 살아온 시대와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예술이 존재하기나 하나?
도대체 예술은 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큐멘터리 '고뇌 슈칼스키의 삶과 예술'은 슈칼스키와 같이 촬영했던 영상과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슈칼스키의 삶을 조망해 보고, 결말은 마치 예술가로서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그를 돌아보는 것으로 끝난다.
그래서 보는 중에는 온갖 생각이 다 떠올라 복잡해졌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예술가의 삶도 결국 한 인간의 삶과 다를 바 없이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잘 만든 영화였다.

그리고 왠지 할아버지로서의 슈칼스키 모습만 보면 자신의 작품이 다시 세상에 알려지고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 그에게도 큰 기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념, 궤적, 명성 등을 제외하고 작품만 본다면 그 빛나는 천재성과 정교함의 바탕에는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으니까.
그런데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시대와 맞물려 자식 같은 작품들을 잃어버리고 이후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크게 조명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잊혀진 듯한 예술가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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