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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거짓의 조금

 

거짓의 조금, 유진목

책읽는수요일

 

 

난데없이 이 책에 대해 말해보자면 어디선가 벌레에 관해 들었다.

그것은 대강 발췌와 벌레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 맥락이 알고 싶어 읽게 되었다.

이전에 작가의 다른 책도 읽은 적이 있어서 또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벌레'.

이 책에서 벌레는 '벌레 같은, 이 책 슬퍼 뒤짐, 눈에 띄고 싶어, 벌레 이야기는 그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대강 발췌없이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고 여겨지기에 (내가 발췌를 한다면 그 이유 뿐이기에)

그건 책의 다음과 같은 글로 알 수 있다.

 

 

 

벌레들은 발췌해 올린 책의 구절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들은 "오래 울었다"고 쓴다. 그냥 "울었다"고 쓰지 않는다. "울었다. 오래 울었다"고 쓴다.

그 책의 저자가 '하트'를 누르거나 '팔로우'를 하거나 '리트윗'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 트위터 얘기다. 바로 그것을 겨낭해 책의 구절들을 열심히 발췌해 올리는 부류들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와 달리 "이 책 슬퍼 뒤짐"이라고 쓰는 부류가 있다. 나는 그런 부류를 좋아한다.

어쨌거나 나는 책의 문장을 딱히 인터넷에 올리거나 하지 않는다.

가끔 올릴 때가 있는데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고스란한 문장의 나열 전체가 아니므로

알고 싶다면 책의 전문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책을 직접 읽고 파악한 벌레는

'작가는 발췌를 싫어한다'와 같았을까?

실은 책을 직접 읽고 봤음에도 정확히 이 벌레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벌레는 작가로서 발췌나 인용이 싫다는 말인지,

독자의 감정 과잉이나 동일시가 싫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발췌를 통해 작가에게 예쁨(?) 받고 싶어하는 듯한 독자들이 싫다는 것인지.

 

물론 작가는 그게 뭐 어떠냐는 듯이 쓰기도 했다.

또 이어지는 글에는 다음과 같은 글도 있다.

 

 

나는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재앙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벌레가 득시글한 끔찍한 곳으로.

 

그러니 맥락상 그 벌레는 일반 독자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

개인적으로 겪은 일에 대해 말하는 걸까.

 

어쨌거나 벌레는 사적인 일과 관련해서 한 말 같기도 하고

적힌 그대로 독자들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괜히 아무 상관없을 벌레로 유명한 인물인 그레고르만 떠오르며

더할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버렸다.

 

그런데 나는 작가의 문장을 일부 발췌해 나는 울었다라고 쓰지 않아도 그 마음이 뭔지는 알 것 같다.

왠지 구체적으로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설명하고 싶지 않을 때 책의 문장을 빌려 그럴 수는 있을 것 같아서.

슬픈 감정도 독자는 작가에 비해서는 글에 서툴 수 있으니까 오래 울었다고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의 눈에 띄기 위해 발췌한다는 이들에 관해서라면 잘 모르겠다.

문장이 마음에 들어 적어둘 수는 있을 것은 같지만 그렇게 해서 작가의 눈에 띄면 뭐가 있나?

작가 지망생이거나 팬심이 있을 정도로 작가를 좋아한다면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독자는 아니어서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정말 그것을 '문장을 발췌하는 벌레'로 읽으면 거기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연히 온라인에서 본 한두 문장이 궁금해 읽게 되는 경우도 많고 직접적으로 그 책으로 이끄는 것은 책의 평가나 서평, 기사들보다는 작가가 쓴 문장들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마음으로 적게 될 뿐이다.

 

그렇지만 작가들이 발췌나 인용을 싫어한다면...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죄송하지만 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유진목 시인의 산문 '거짓의 조금'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과감없이 담아낸 것 같은 책이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었던 때처럼 이 책 역시 솔직하고 꾸임없이 느껴져 좋았다.

그리고 아무리 사적인 글이라도 이런 글은 유진목 작가님이 아니면 쓸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제목은 왜 거짓의 조금이었을까.

달리 읽으면 조금의 거짓.

산문이라 허구는 아니지만 소설에도 이런 면이 있지 않나 싶어 거짓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책의 표지 또한 무엇을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돌멩이.

다른 모양, 다른 빛, 다른 각도를 떠올리게 해 돌멩이가 아닐수도 있지만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분명해 보이는 건

작가의 글처럼 다 틀렸다.

 

"나는 가십이 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는 것이 싫다. 좋은 얘기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다 틀렸거든요."

 

그러니 만약 이 글을 누군가 읽고 관심이 간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내가 알고 싶었던 벌레의 의중은 미궁 혹은 중의에 빠져버렸지만 책은 발견되고 읽힐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길 것으로 생각되니까.

그리고 가능하다면 작가가 벌레 같은 독자에 관해 소설로 써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손을 크게 흔들며 다정했던 사람의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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