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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더 디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더 디그(The Dig)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의 한 미망인이 알려지지 않은 고고학자를 고용한다.
그녀의 사유지에 있는 둔턱을 파헤치기 위해. 그리고 이 모험은 곧 역사를 뒤흔들게 된다.


감독 : 사이먼 스톤
각본 : 모이라 버피니

출연 : 캐리 멀리건, 레이프 파인스, 릴리 제임스, 조니 플린, 벤 채플린, 켄 스탓
장르 : 영국 작품, 드라마 영화, 도서 원작 영화, 시대물, 실화 바탕 영화

 

영화는 영국 서퍽의 서튼 후 유적 발굴에 관한 이야기고 잔잔한 분위기로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는 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재미를 기대한다면 재미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끝까지 봐야 한다.

모든 영화가 그렇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큰 고조 없이 진행되다 결말에 다다라서야 손에 잡히지는 않는 듯한 무언가를 남기고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땅의 지주인 이디스와 지질학자 브라운이 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그 배를 묻은 사람들에겐 어떤 신념이 있었을까요?"
"글쎄요. 어딘가를 항해하고 있었겠죠. 아래로는 지하 세계까지 위로는 별까지요."

 

개인적으로는 아무 정보없이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본 영화라 땅에 묻힌 것이 배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말 그들은 무슨 마음으로 배를 땅에 묻었을까.

 

'땅에 묻힌 배'.

역사로 보면 무덤이고 유적일 따름이지만 바다가 아닌 땅에 묻힌 배라고 여기면 신비롭고 아름답다.

 

Wikimedia Commons / Google Arts & Culture

 

이후 궁금해져서 서튼후에 관해 찾아봤는데 아름다운 고분의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고분의 모습은 좋아해도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유적이나 고고학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별 달리 여겨본 적은 없었는데, 다음에 박물관에 가면 그들이 다르게 보일 것 같았다.

그런 영화로도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죽어요. 결국에는 죽고 부패하죠. 계속 살아갈 수 없어요."
"제 생각은 다른데요.
인간이 최초의 손자국을 동굴 벽에 남긴 순간부터
우린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언가의 일부가 됐어요.
그러니 정말로 죽는 게 아니죠."

 

 

물론 이 영화는 죽음과 남겨진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정말 죽으면 무엇이 남는 걸까.

그럴수록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하튼 '더 디그'는 영국 서퍽의 서튼 후 유적 발굴과 관련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과거와 현재, 생애와 죽음, 유산에 관한 아름다운 영화다. 그리고 보고 난 뒤에도 의아하게 뭔가 계속 떠올리게 되는 것을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많지만 다른 방식으로 진부하지 않게 전달하는 좋은 영화다.

 

그러니 이 가을에 어울리는 색채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싶다면 추천.

그러고 보니 요즘은 계속 자극적인 영화들만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오랜만에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 더 좋았았던 것 같다.

 

 

그렇듯 늘상 과거는 조용한데 현재만 시끄럽다.

물론 그 시대의 그 사람들에게는 그 현재가 화려하고 번잡한 것은 똑같았지만.

'묻혀진 과거'.

'말이 없는 사람들'.

항상 사람은 어디로 나아가는 것인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밟고 있는 현재의 이 땅만큼은 변하지 않는데

그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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