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소식만 알고 있다가 관람평이 평이한 듯 해서 안 보려고 했는데 소설을 읽은 적이 있어서 봤다.
소설은 오래 전에 읽은 탓에 뚜렷한 기억이 없고 영화는 얼마나 각색됐는지 모르겠지만 단조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아마 소설의 분위기도 그랬던 것 같다.
줄거리는 짧게 요약하면 한국에서 부침을 겪는 여자 주인공 계나가 외국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이야기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추위를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도 소설에서 봤던 추위를 싫어한 펭귄 이야기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펴봤더니 소설에는 이런 대화가 있다.
"만약 남극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파블로를 잡아다 헬리콥터에 태워서 하와이에 내려다 줬다면...
파블로는 그래도 행복했을까?"
내가 물었어.
"어쨌든 하와이에 갔잖아."
지명이 고집했지.
"똑같이 하와이에 왔다고 해도 그 과정이 중요한 거야.
어떤 펭귄이 자기 힘으로 바다를 건넜다면, 자기가 도착한 섬에 겨울이 와도 걱정하지 않아. 또 바다를 건너면 되니까.
하지만 누가 헬리콥터를 태워 줘서 하와이에 왔다면?
언제 또 누가 자기를 헬리콥터에 태워서 다시 남극으로 데려가질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므로 추위를 싫어한 펭귄처럼 계나는 자신 발로 뚜벅뚜벅 걸어갔으므로 그 과정에 의미를 담은 영화일 수도 있겠다.
단지 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추위가 싫어서 떠났으면 당도한 곳에서는 따뜻한 햇살을 누리는 한 장면 정도는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니까 삭막해 보이는 잿빛 도시 한국을 떠났으면 영화에서는 적어도 따뜻해 보이는 나라의 풍광 한 장면 정도는 넣어줬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 점이 문득 궁금해서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감독은 뉴질랜드가 아름다운 파라다이스 처럼 비쳐지길 바라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을 찾아 떠났는데 그곳이 이곳과 같으면 떠나는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그건 마치 불행한 사람은 어딜가도 불행하다와도 비슷한 보인다.
물론 계나는 불행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한 상태인지, 불행한 상태인지 선뜻 와닿지 않은 면이 컸다.
그래서 영화가 의도한 바는 알겠지만 평범한 관객의 시선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남았다.
대신 한국에서 지내는 과거의 계나와 뉴질랜드에서 현재를 보내는 계나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게 연출된 탓에 그것도 달리 보면 이곳이나 저곳이나 다르지 않다는 면에서는 뻔하지 않은 연출이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외는 앨리가 계나에게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야.
뚜렷한 목표 같은 게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아.
아무도 쫓아오지 않으니까 도망갈 필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그래도 불안하면 위험을 감수해. 모험은 위험할수록 좋거든."
정말 쫓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왜 다들 바쁘게 살까.
이렇게 평화롭다면 또 평화로운 곳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스쳐지나가는 의미없는 장면이긴 하지만 펭귄 파블로 아닌,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영화에 사용된 듯해서 좋았다. 소품인지,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익숙한 표지의 발견에 왜 이 책이 여기에? 하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이 영화를 본 이민자들은 어떻게 여길까.
진정 한국을 떠난 사람들은 행복한 걸까.
땅이 다르면 공기도, 온도도, 생도 진정 다를 수 있는 걸까.
어쨌든 영화의 결말은 소설과도 비슷하므로 그저 계나가 행복했으면 싶었다.
한국을 미친 듯이 사랑하지 않는 입장에서도 왜 떠나고 싶어하는지 이해 못할 것은 하나도 없었으므로.
그래도 한국의 사계절도 썩 나쁘지는 않다.
그건 부정도, 긍정도 아니다.
그냥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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