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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앱스트릭트 디자인의 미학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앱스트랙트 : 디자인의 미학(Abstract: The Art of Design)은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를 만나 인터뷰 하고 그들의 일상과 작업 과정을 통해 디자인 철학과 창의적 사고, 디자인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이다.

 

 

디자이너의 또 다른 이름 '이노베이터'.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창출하는 디자이너들을 만나 우리의 일상 곳곳을 새로이 파고드는 디자인 세계를 짚어본다.

앱스트랙트 : 디자인의 미학
출연 : 크리스토프 니만, 팅커 햇필드, 에즈 데블린, 비야케 잉겔스, 랠프 질, 폴라 셰어, 플라톤, 일세 크로퍼드
올라푸르 엘리아손, 네리 옥스만, 루스 카터, 캐스 홀먼, 이언 스폴터, 조너선 헤플러
장르 : 다큐시리즈, 사회 & 문화 다큐멘터리, 미국 TV 프로그램, 라이프스타일

 

 

앱스트랙트는 현재 총 2개의 시즌으로 1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가장 재미있고 좋았던 건 시즌 1의 일러스트레이션 크리스토프 니만 편이었고, 올라퍼 엘리아슨, 에즈 데블린, 이언 스폴터, 조너선 헤플러 편도 좋았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고 좋았던 디자이너들의 말이나 장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일러스트레이션 : 크리스토프 니만

 

"추상이야말로 예술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상자를 그린다고 해보죠.

처음엔 수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하나하나씩 제외하다 보면 가장 본질에 가까운 아이디어 두세 개만 남죠.

요점을 전달하는 데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외하는 거예요."

 

"아이디어를 전달하려면 일정 분량의 정보가 필요한데 어떨 때는 아주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요구되지만 다른 때는 선 하나 화소 하나만으로도 충분하죠.

어쨌든 정보가 정확해야만 아이디어 전달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사랑의 상징인 심장을 그릴 때 심장을 극도로 추상화해서 붉은색의 네모로만 그린다면 아무도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반대로 극사실주의로 나가서 근육과 피로 만들어진 심장이 박동하는 모습을 그린다면 너무 혐오스러워서 사랑의 상징으로 보이지 않겠죠.

추상적인 붉은색 네모와 진짜처럼 묘사된 심장의 중간쯤에 바로 이런 그래픽 모양의 심장이 있어요.

사랑의 상징으로는 이 정도가 안성맞춤이죠."

 

 

"처음에는 저와 아내만 있었어요. 그러다 아이를 가졌는데 사실 아이의 존재감은 이만하죠. 그리고 둘째를 가졌어요.

둘째는 첫째와 똑같을 것 같고 첫째를 키울 때처럼 똑같이 키우지만 둘째는 첫째와 너무 달라요.

셋째는 이 수준이죠."

 

"문제는 기교에만 초점을 맞추고 일만 열심히 하면 진짜 의미 있는 질문은 놓치고 지나간다는 거죠.

뭔가를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내가 잘하고자 노력하는 그것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긴장 푸세요.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마요. 전 그런 얘기에 절대 동의 못 해요. 더 연습해서 실력을 쌓아야죠.

운동선수도, 음악가도 매일 연습하잖아요. 예술가라고 왜 달라야 하겠어요?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늘 싸워야 해요. 세상을 그림과 이미지에 담아 전달해야 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선 작품을 계속 생산해야죠.

이건 끝없는 작업이에요. 끝이 존재한다는 개념 자체가 제가 추구하는 것과 정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세상을 보는 예술 : 올라푸르 엘리아손

 

"'자동차 그릴 수 있니?'라고 아이들에게 물었을 때 핵심은 따로 있어요.

자동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동차를 볼 수 있는 상상력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죠."

 

 

"뭔가를 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우리의 주변 환경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노력하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무대 디자인 : 에즈 데블린

 

"제 캔버스에는 빛이 없어요. 어둠 속에서 시작해야 빛을 찾을 수 있거든요."

 

"색 유리창을 볼 때마다 참 신기한게 안에서 보면 보석처럼 다채로운 색을 쏟아내지만 밖에서 보면 새까맣다는 거예요.

마치 누군가 생명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공연이 시작될 때 무대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 제가 딱 그런 기분이에요.

조명을 다 끄고 공연 시작을 기다릴 때 정말 특별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여러 사람과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건 평소에는 안 하는 행동이잖아요.

아주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요. 불 끄는 것 말이에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서 같이 잘 때 여럿이 불 뜨고 누우면 어디론가 떠나는 기분이잖아요. 그 기분을 공연장에서 다시 느끼는 거죠.

해가 진 뒤에 8만 명이 모인다고 상상해 보세요 옛날엔 스톤헨지에 모였겠죠.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까지는요. 그땐 드루이드교가 있었죠. 공연장에선 그 시점에 변화가 일어나요.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쏠리는 거죠.

숭배까지는 아니지만 공연장 내의 모든 기운이 그 한 사람에게 모여 있어요. 그것 자체가 매우 특별한 일이죠."

 

 

"결국엔 전부 사람들 기억 속에만 존재할 거예요.

공연도 현장에서 봐야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나 비욘세의 노래가 어땠는지 알 수 있어요. 또 카녜이 웨스트가 그 공연에서만 했던 말도요.

그렇게 오직 사람들 기억 속에만 남는 거예요."


 

앱스트랙트는 일종의 디자인 다큐멘터리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과 산업을 다루므로 디자인에 관한 사고를 확장하고 연결짓기에 좋은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전편 다 보기에는 관심사에 따라 의외로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편도 있어서 마음이 가는 분야에 한정해 한 두편씩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현재 시즌 2개로 완결되어있는데 워낙 오래전 제작된 영상이기도 하고 다른 많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서 다음 시즌도 또 바라게 되는 다큐멘터리였다.

 

 

무엇보다 크리스토프 니만 편 무척 인상적이라 좋았다.

그의 말대로 명확하면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그건 블럭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던 그 이미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핵심은 기교가 아니라 다른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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