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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아버지의 세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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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세 딸들은 병으로 위중한 아버지로 인해 모인 세 자매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병든 아버지의 마지막 나날을 함께하기 위해 뉴욕의 비좁은 아파트에 모인 세 자매.
서로 소원하게 지내던 세 사람 사이에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감독 : 아자젤 제이컵스
출연 : 나타샤 리온, 엘리자베스 올슨, 캐리 쿤, 조반 아데포, 제이 O. 샌더스, 루디 갈반, 호세 페부스, 재스민 브레이시
각본 : 아자젤 제이컵스
장르: 드라마 영화, 인디 영화, 미국 영화
영화 특징 : 잔잔한, 달콤 쌉싸름, 감정을 파고드는

 

아버지 집에 모였기 때문에 크게 아버지 집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로지 내용은 세자매인 인물들의 대화, 갈등, 심리로만 묘사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혹시 봤다면 알고 있을 한국영화 세자매와 비슷하다. 그래서 이 자매들도 사이가 좋지는 않다.

물론 한국영화와 이 영화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 굳이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아무튼 서먹하고 데면데면 해 보이는 이 세자매에서 주요한 인물은 레이첼이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붉은 머리의, 마치 집안의 문제란 문제는 다 일으켜왔을 것처럼 보이는 레이첼은 보기에는 막내인 것 같지만 실은 둘째로 첫째 언니와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

그리고 영화 초반부터 레이첼은 집안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일로 첫째 케이티와 갈등을 일으킨다.

그 사이에서 아직 어린 자녀를 키우고 심성 좋은 것처럼 보이는 막내 크리스티나는 첫째 언니와 사이가 나쁘지 않고, 그 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레이첼은 과연 나쁜 딸인가?

집안의 문제있는 가족 구성원 중 하나인가?

이 영화는 이것을 풀어가는 것이 주요 포인트 중 하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본 감상에서 말하면 레이첼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케이티도, 크리스티나도 그 누구나 사정이 있긴 하겠지만 레이첼은 나쁘게 성장했을 수도 있을 가족의 역사와 이력에서도 착실하게 커왔다.

즉, 보는 입장에서는 딱히 대마초 외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레이첼에게도 그럴 수밖에 없는 서사가 있어 보이긴 했다.

 

어찌 됐건 영화의 결말은 무탈하게 끝난다.

오리와 소리를 남기며.

가장 마음에 든 장면 중 하나기도 했다.

레이첼 답다 :)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만약 레이첼의 그 사연이 없었다면 레이첼은 어떤 딸이고 어떤 인물로 평가 됐을지 그 점이 궁금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정말로 소위 말해 막 나가는 인물이었다면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이 자매는 어떻게 됐을까.

게다가 영화에서도 아버지와 같이 살던 이 집은 너 가져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주 들여다보지도 않고서 레이첼에게 그런다는 게 너무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 둘 사이에서 사람 착한 듯 보이지만 갈팡질팡하는 듯 보이는 크리스티나는 또 어떻고.

 

아버지와 같이 살며 더 감정적으로도 밀착했을 레이첼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다른 인물이 악당이라 할 수도 없지만 두 사람이 한 사람에게 그러는 건 너무하다.

무엇보다 가족도 아닌 타인만이 진실을 알아주니...

레이첼에게는 억울한 면이 있어 보인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크리스티나가 영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몇 년간은 미라벨라랑 어린이 영화만 봤는데 모든 게 착하고 밝아.

심각한 내용이 나와도 아름답고 명료하게 그려지는데 이건 너무 현실적이야."

 

하지만 현실과 영화는 비슷한 듯 다를 수밖에 없으니 부모를 중심으로 데면데면하고 이상적이지만은 않은 형제자매관계.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끝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물론 크리스티나는 레이첼을 위로하며 중요한 이야기도 한다.

 

"사람들은 벌거벗고 진흙밭을 구르는 우드스톡을 떠올리는데

사실 그 공연들은 서로를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일 뿐이야.

모두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연결돼 있지.

그렇게 서로 연결되고 공감하고 돌봐주는 거야.

다른 곳에선 그런 걸 찾거나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찾아 나선 거지."

 

하지만 영화는 좋다.

그저 난 레이철이 그 집에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레이철 관점에서는 그런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어쨌거나 영화의 시작은 연기와 같고 끝은 연기가 걷힌 모양새로 끝난다.

모두 각자의 자리로 안전하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행복하게 아버지의 그 여정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곧 떠날 사람은 아버지였는데 그에 대해서는 온전히 알 수 없었다.

그 와중에서도 모두 다 자신 이야기만 했다.

 

"죽음이 어떤 느낌인지 진정으로 전달하는 건 부재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그 외의 모든 건 환상이다."

 

결국, 모든 개인의 죽음은 다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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