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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깨달은 들짐승처럼 살기로 했다

 

깨달은 들짐승처럼 살기로 했다, 한그루

더퀘스트

 

 

이 책은 유튜브 채널 '뉴욕털게'를 운영하는 저자가 한국에서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책이다.

얼핏 보기에 제목과 표지는 철학서 같기도 하고 인문·사회학 에세이 같기도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아 마치 사상을 설파하는 책 같기도 했다.

아니 사상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고 어울리지 않지만 저자가 책에서 이렇게 적은 탓에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삶을 더 충실히 살기 위해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유튜브를 찾아본다.

삶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접한다. 하지만 그 어떤 스승이나 사상가의 말도 '아, 이렇게 살라는 것이죠? 알겠습니다'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면 이런 장단점이 있고, 저렇게 살면 저런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릴 뿐이다.

'날 도와준 고마운 사상!' 하면서 체중을 싣는 순간 진리의 말들은 온데간데없이 먼지로 변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훨씬 건전하다.

작가로서든, 강연자로서든, 또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이들의 말이든.

정말 소위 말하는 팔이들 처럼 종교의 경전과 교리 같이 이것만 믿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설파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들에서 오는 것일지라도 비판하면서 마치 자신만 옳은 것처럼 구는 것보다는 말이다. 그게 옳은 말이더라도 사람을 공격하는 태도에는 어느 쪽이든 불쾌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긍정론을 펼치는 자기계발서더라도 비슷한 맥락에서 못 미더운 구석이 있다.

 

 

따라서 읽게 된다면 이 책의 내용도 전적으로 신뢰하기보다는

각자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려가며 읽으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다.

처음 읽어갈 때만 해도 혼자서 '자존이 무슨 책임이야, 상투적인 소리하네...'하고 구시렁거렸는데 

고독사 할아버지에 관한 내용부터는 관점이 새롭게 다가왔고

이후 이어지는 내용들도 명쾌하게 와 닿은 부분이 많아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책이었다.

 

그리하여 여러 좋았던 내용이 많지만 가장 인상적었던 것은

'고독사는 실패한 죽음이 아니다'와 '내가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지 않는 이유'였다.

 


 

혼자 노년을 보내는 것, 혼자 생을 마감하는 것은 결혼과 자식의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맞이할 수 있는 일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한국 사회는 공포에 기반해서 동기부여가 이루어진다. 이제까지 공포가 작동되었던 영역은 주로 학벌("공부 안 하면 저 청소부 아저씨처럼 된다"), 취업("안 좋은 직장에 가면 인생 꼬인다"), 아파트("이번에 안 사면 벼락 거지 됩니다"), 교육("내 자식만 사교육 안 시키면 뒤처진다")이었다. 이런 공포는 이제 죽음에까지 다다랐다.

 

고독사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좋은 주제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해보자. 노년이라는 것은 원래 초라하고 외로운 것이다. 생로병사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다. 생을 시작할 때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청장년기에 사회활동을 왕성히 하다가 마침내 나이를 먹어 노년기에 다다르면 병도 들고 사람들도 떠나고 종국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고독사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대책은 대책대로 마련하면 될 일이다.

고독사를 패배로 규정하며 공포를 조장할 이유는 없다. 그래야 고독사가 실패한 소수의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인정할 수 있다.

 

 

 

'억지로 하기 싫은 일 안 해도 되고 보기 싫은 사람 안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겁니다.'

경제적 자유의 핵심을 끄집어내 보면 결국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일터에 나가지 않고 직장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아도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싫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일이 싫어질 때 안 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여전히 싫은 것을 피하고 싶은 감성이 핵심에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10억 모으면 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현실적인가?

아니면 '나의 일을 조금 덜 싫어하고 사람들을 덜 싫어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현실적인가?

 

만약 누군가 '오늘도 난 싫은 사람들과 싫은 일을 한다. 돈만 벌면 당장 때려치울 이 일을!'이라는 마음으로 일한다면 도대체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일굴 수 있겠는가?

자기 앞에 놓인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차라리 빠르다.

 

 


 

그런데 난 뉴욕털게 구독자거나 이 유튜브 채널을 알고 접한 책은 아니었기 때문에 읽은 후 저자가 궁금해져서 영상을 찾아봤다.

그리고 채널에서 얼핏 봤던 영상 중 '멍하니 하늘 보면 좋은 거고, 유튜브 보면 나쁜 거냐. 유튜브 보다 가는 거다(?)'라는 내용과 '노인들이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보기 좋아서' 같은 내용에도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

그건 책에는 없던 내용인데 거기에도 뭔가 모를 깨달음이 있어 일반적인 삶의 고민이나 심리, 한국사회 문제들을 다룬 책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따라서 일부 자기계발서나 철학책처럼 느껴지는 점도 있지만

감히 추천해 보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명쾌한 내용에 관심이 가면 읽어보길 권한다.

그건 흡사 부처 마냥 손을 모으며 분명 깨달음이 있을지어니...

같은 느낌의 책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난 사상전파자(?)는 아니다. 그런 거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추앙(?)하는 몇몇의 것은 정해져있다.

그렇지만 저자의 글처럼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을 흩뿌리며 살게 되어있으니까.

한데 그것도 돌아보면 정말 좋아하는 것이나 개인적인 소신·신념·믿음은 나만 그렇게 살면 되기 때문에 흩뿌릴 이유가 없어보이기도 한다.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던 것일지라도 은연 중에 흩뿌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책의 끝머리에 쓰여져 있었듯 사람들이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잘나가는 법은 모른다. 하지만 괜찮아지는 법은 몇 가지를 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내가 괜찮아진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졌으면 한다."

 

어떠한 수단과 목적 없이 본래 그러한 사람의 마음에는 적극 동의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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