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진, 제프 다이어
을유문화사 출판
See/Saw
그림과 사진은 보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사진에 비해 그림이 더 많이 보고 설명되는 편이라 사진보다는 그림이 다가가기 쉬운 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진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영국의 작가인 제프 다이어는 자신의 글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저 보고, 본 것에 대해 생각한 후, 보고 생각한 것을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보고 생각한 것을 통해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차리게 되고,
글을 쓰기 전에는 갖지 못했던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그가 읽어주는 사진들은 마찬가지로 그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 전에 갖지 못했던 시각을 갖게 해 준다.
즉 제프 다이어의 글은 사진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그가 책에서 언급한 존 버거, 수전 손택, 롤랑 바르트, 벤야민 같은 작가들처럼 말이다.
사진가의 흐릿한 모습과 카메라 장비가 가게 유리창에 비치는 몇 장의 사진을 제외하면, 그는 형체 없이 오로지 자신이 본 것과 다른 이들에게 보여 준 것으로 존재한다.
아제의 사진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저 구경꾼인 관객들은 사진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호응하듯,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하는 호기심을 느낀다.
거리에는 비교적 인적이 없다.
거기에 있는 것은 뚜렷하고 매우 고집스러운 영구성을 부여받은 거리와 건물이다.
아제가 사망한 후 한 친구는 낡은 외투를 입고 파리 주변을 배회하며 열심히 촬영하던 "발자크 같은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한탄했다.
왜 허수아비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들은 일시적이다. 그들은 개성이 있다. 그들은 중립이 아니다. 그들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다. 그들을 사물을 상징하고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나는 계속해서 말할 수 있다.
그가 계속 말하지 않았으니 내가 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거의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시작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는 날씨와 상관없이 밖에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노숙자다. 시간이 흘러 허수아비의 골격 구조가 드러날수록 이런 희생자의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
결국 남은 것은 약간의 누더기나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 십자가뿐이다.
마이크 브로디는 같이 놀던 아이들의 사진을 찍었는데... 결국 디젤 차량 정비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사진들은 그를 '인터넷에서 유명'하게 만들었고, 그 사진들 중 일부를 묶은 책이 출간되었다.
2002년 플로리다에 살던 열일곱 살 브로디는 몇몇 친구들을 방문하기 위해 기차를 탔다. 그런데 기차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길 위에서'의 살 파라다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처음으로 히치하이킹을 해서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그러나 수포로 돌아간 이 여행으로 인해, 그는 다시 출발해 철도 위의 실제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5년 동안 5만 마일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대한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었다.
흙먼지가 없다면 이 사진은 코린 데이와 케이트 모스가 시작한 반항적인 패션 화보처럼 보일 것이다.
직업적인 면에서 브로디의 친구들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도로나 철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이야말로 미국 문화사의 중심이며, 특히 사진의 중심이다. 워커 에반스, 로버트 프랭크, 게리 위노그랜드, 조엘 스턴펠드, 스티븐 쇼어 모두 미국 전역을 돌며 사진 여행을 했다. 그들은 자신을 찍기 위한 목적으로 차를 타고 급행으로 여행했다.
이 사진들은 더욱 완전하게 발달한 애가에 가깝다. 끝에서 둘째 사진은 백미러를 보여 주며, 마지막 사진에는 좋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돌아보는 누군가가 담겨 있다. 그 애가는 그들이 기록하고 브로디가 이끌었던 삶의 단계에 관한 것이다. 즉 떠나온 이래로 계속해서 떠나고 있는 삶 말이다.
기존에 사진에 관해서는 존 버거의 글 정도는 읽어본 적이 있는데 처음 읽어본 제프 다이어의 글도 존 버거의 글만큼 좋았다.
제프 다이어에 관한 소개에 여러 수상 이력들이 있었는데 괜히 그 이력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납득이 갈 만큼 그의 글은 빼어났다.
"만약 카메라가 마술의 한 형태라면, 결과적으로 이미지는 일종의 속임수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진에서는 속임수가 완벽하게 실행된다. 그러므로 비평가들은 우리가 알고 싶지만 실은 세상에서 가장 알고 싶지 않기도 한, 속임수의 비결에 대해 모두에게 끈질기게 떠드는, 다시 말해 모르는 게 없어서 흥을 깨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일까?"
어떤 면으로는 그의 흥을 깬다는 말처럼 비평이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존 버거나 제프 다이어 같은 작가의 글이라면 수십 번도 더 읽어줄 수 있다. 다 받아들일 수 있다. 그만큼 좋은 글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외젠 아제나 얼핏 그동안 몇 몇의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마이크 브로디에 관한 글이 있어 좋았다. (나는 유독 그 사진을 좋아한다)
그리고 다른 몰랐던 사진작가들과 작품도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문득 읽으며 깨달은 건데 사진은 그때 그곳에 그 사람(그것)이 있었다는 정확히 말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바라보면 더 특별하고 흥미로운 것이라고.
"포스터는 방치된 시체가 방바닥을 더럽히듯 벽속으로 계속 희미하게 스며들 것이다.
벽과 포스터 모두 완전히 사라져서 더는 존재하지 않는 지점까지도 변질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평소 사진보다 그림을 더 흥미있어 하는 쪽이고, 사진도 의도를 담아 찍을 수 있음을 알지만 생각해보면 사진만큼 현실성 있는 이미지는 없다.
현실에 없는 것을 찍을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이 사라질 때조차도 오로지 사진만 남아 영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사실이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번영했더라도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현재 국내에 제프 다이어의 책은 인간과 사진 포함해 3권 출판되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사진을 좋아한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하지만 글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은 면도 있어서 본래의 글이 그런지 모르겠으나 번역이 좀 더 읽기 쉽게 써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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