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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왜 내가 시계를 보면 4시 44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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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시계를 보면 4시 44분을 가리킬 때가 있다.

그런데 왜 하필 4시 44분일까.

그저 우연이나 영적인 무언가로 보기에는 싫고 과학적으로 사람의 심리에서 비롯된 용어가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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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관련 없는 것들 간의 패턴을 인식하는 경향을 아포페니아라고 한다.

아포페니아는 1958년 정신병리학자 클라우스 콘라드가 정신분열증 환자와 관련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아페포니아와 비슷한 개념인 공시성도 있는데 공시성은 의미 있어 보이나 인과관계가 없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자 칼 융이 처음 기술한 이론이다.

더러 공시성과 같은 뜻으로 풀이되기도 하는 동시성은 '시간적 간격을 초월하여 종교적 실존이나 순환하는 문화 현상이 영원한 곳에서 되풀이되거나 대면하는 일'로 설명된다.

 

즉 아페포니아와 공시성은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나 패턴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일치할 때 그것을 인식한 사람이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4시 44분을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하기에는 다소 영적이고 비과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현상을 또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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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심리학 및 사회학, 행동 경제학에서 볼 수 편향이라는 용어가 있다.

익히 알듯이 편향은 '한쪽으로 치우침'을 뜻하는 단어고 심리학 편향은 인지 편향, 가용성 편향, 확증편향, 사후 확신 편향, 앵커링, 프레이밍 등 다양하다.

일종의 아페포니아도 인지 편향에 속한다.

 

인지 편향은 경험에 의해 잘못된 추론으로 판단하는 것을 뜻한다.

편향은 휴리스틱과 같이 사용되며 혼동되기도 하는데 편향은 일종의 편견이며 휴리스틱은 사람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른 판단을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편향과 휴리스틱은 1972년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으며 그들은 '불확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 : 휴리스틱과 판단편향(Judgment under Uncertainy Heuristics and Biases'이라는 논문에서 인지편향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사람들이 휴리스틱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곧 휴리스틱의 결과로서 편향이 유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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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 아페포니아, 공시성, 편향, 휴리스틱과 4시 44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일까.

사실 살펴봐도 구체적으로 내가 시계만 보면 4시 44분인 이유는 정확히 과학적이나 심리학적으로 설명되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 개념으로 유추해 보면 4시 44분이라는 숫자 자체는 불길한 징조의 숫자에 속한다.

이를테면 숫자 4자에는 아무 뜻도 없지만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에서는 4자는 죽음과 관련해 사람들이 불길하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길한 숫자를 계속해서 봤으니 이 우연한 반복과 패턴에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는 편향된 그릇된 사고를 낳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4시 44분을 자주 봤을 때 4자를 계속 봤으니 오늘은 불길해! 하며 징크스처럼 여기는 경우는 없는 듯하다. 대개는 이 우연한 반복에 신기해하며 지나칠 따름이다.

간혹 4시 44분은 머피와 법칙과 관련되어 선택적 기억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선택적 기억이란 인상 깊은 기억이 오래 남는 현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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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시계를 봤을 때 언제나 4시 44분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부터 4자라는 수가 부정적이니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더 잘 기억하는 사람의 심리상 눈에 더 잘 띄었을 수 있고, 사람은 자신이 관심을 기울기는 것에 더 주목하기 마련이니 기억에 남았던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차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그 이후로는 다른 사람의 차만 눈에 들어올 수도 있는 것처럼.

또는 한 두 번의 비행기 사고 보도만 접했음에도 이제 비행기를 타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처럼.

 

그러므로 내가 계속해서 4시 44분을 보는 것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굳이 그 현상에서 어떤 의미와 설명을 찾는다고 한다면 말이다.

4시 44분과 비슷하게 가령 내가 빈 식당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따라 들어온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그 또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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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세상 모든 일이 언제나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미신과 과학은 아직 세상에 혼재되어 있고, 사람의 판단과 감정에 관여하는 뇌 연구 또한 완전히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다 자신의 믿음에 근거하는 일일 수 있다.

의미는 내가 찾고 내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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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이 4시 44분이 어떻게 설명되든 수많은 결론들은 이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명확한 사실은 내가 시계를 봤을 때 항상 4시 44분이기만 했어! 하는 사람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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