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728x90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제임스 햄블린

추수밭 출판

If Our Bodies Could Talk

 

 

의학을 전공한 의학전문저널리스트가 쓴 몸에 관한 책이다.

흔히 우리가 궁금해할만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질문은 가벼워 보이지만 그 답은 진중하고 날카롭다. 또한 '눈 안에서 잃어버린 콘택트렌즈가 뇌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나요?', '몸털과 속눈썹은 계속 자라지 않는데 머리카락은 왜 계속 자랄까요?', '당근을 충분히 먹으면 안경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들처럼 그 대답에 위트도 있다.

그중 흥미로웠던 내용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상이란 무엇인가요?

 

우리는 더 잘 알면서도 대부분의 것이 어떤 상황이나 일정 수준일 때는 이롭고 다른 경우에는 해롭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걸 그저 좋게 아니면 나쁘게 생각하고, 아주 좋아하거나 아니면 회피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 질서와 통제를 추구하는 경향에서 몸과 관련된 의문과 걱정 사이에 변하지 않은 주제는 '정상'이라는 개념이다.

 

'손가락을 뒤로 젖혀 손목에 닿을 정도로 구부릴 수 있으면 정상인가?'

통계적으로 보면 정상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게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뜻은 아니다.

 

스스로 '비정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면 해방과 질식 사이 어딘가에 놓일 수 있다.

 

몸과 관련해 과학의 오보와 더불어, 마케팅에 기반을 둔 사실은 과거 세대들의 일생에 당도한 것보다 분명히 더 많이 우리 개인의 일상에 들이닥친다.

 

 

제가 아름다운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당시 광고를 보면 뷰티 마이크로미터가 보통 사람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결점을 뚜렷이 드러낼 수 있으며 맥스 팩터의 메이크업 제품을 활용해 얼굴의 결점을 고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려준다는 의미는 무엇이 올바른지를 규정하고 있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어떤 구체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결함이 있다고 확신시키고, 그런 다음에 그 교정 수단을 파는 것이다.

 

"자부심이나 수치심을 갖게 하는 동인은 단순히 자신에 대한 기계적 반사가 아니라, 귀속된 감정이자 타인의 마음에 비친 자기 모습을 상상한 결과다."

찰스 호튼 쿨리

 

아름다움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것은 사회적 정체성의 문제다.

 

 

모든 사람이 노란 치아가 아름답다고 결정을 내리면 문제 해결이 더 쉬워질 텐데.

그러니 오늘날의 얄팍한 겉모습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자.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얄팍한 존재였다.

 

 

어떤 이는 이런 소감을 댓글로 남겼다.

"수술이 고통스럽고 얼굴에 손상을 줄 수도 있지만 그게 당신이 원하는 전부라면 결국 그건 당신 몸이니까 나는 혐오하지 않겠다."

 

면역력을 '증진'할 수 있나요?

 

면역이란 혈액이 특정 감염원을 '기억'해 다시는 그 희생물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면역계는 입, 목, 폐, 위장을 비롯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모든 부위의 내벽이자, 그 표면에 감춰진 모든 세포다. 이 세포들은 특정 물질을 소모하고 파괴할 수도 있지만, 어떤 물질에게는 거처를 제공할 수도 있다.

체내 미생물은 면역계를 바꾸거나 향상시키는 존재라기보다 면역계의 일부이자 우리 몸 안팎을 드나드는 화합물에 가깝다.

즉, 면역계는 본질적으로 미생물까지 포함한 우리의 몸 전체다.

 

단백질은 인체의 모든 부분을 구성하기 때문에 단백질이 없으면 우리는 허물어진다.

단백질은 끊임없이 새로이 생성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몸은 그 생산에 사용되는 화합물이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 그 화합물 중 하나가 바로 아스코르브산이다.

아스코르브산은 체내 화합 반응을 촉진하는 효소 enzyme들을 돕는 보조효소 coenzyme다.

 

한편, 비타민 C는 콜라겐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반응과 관련된 보조효소다. 독감은커녕 일반 감기도 예방해주지 않는다. 비타민이 독감을 예방해준다는 생각은 사람들을 괴혈병이라는 망상에 빠뜨리는 게 주 목적인 보조식품에 돈을 낭비하도록 만드는 사악한 신화일 뿐이다.

 

우리의 면역계는 시냅스 synapse라는 나무의 가지치기를 담당하는 듯 보인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특히 인지와 계획을 결정하는 뇌 영역에서 정상적인 학습의 한 부분이다.

면역계가 '증진'되면 기본적으로 과도한 시냅스 가지치기가 발생한다.

 

면역계는 암을 치료하고, 치매를 낫게 하고, 유전적 이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이 음료 형태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잠은 실제로 몇 시간 자야 할까요?

 

'잠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소수이지만 가끔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 이들은 하루에 겨우 네댓 시간만 푹 잔다.

그러나 사람들을 실험실에 넣어놓고 계속 깨어 있게 했더니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매일 밤 충분히 못 자서 생긴 심신의 이상이 누적됐다. 잠을 덜 잘수록 다음 날 심신에 타격이 컸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정작 본인은 타격을 받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딘지스는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을 음주 운전자에 빗댄다. 음주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으면서 자신이 누굴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술에 취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잠이 부족해 가장 먼저 잃는 것 중 하나는 자기 인식이다. 수면량이 가장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그 영향이 가장 빨리 나타난다.

 

사람들은 밤마다 7시간을 자야 한다. 24시간마다 6시간 이하로 자면 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유제품을 먹어야지, 안 그럼 나중에 뼈가 부러질까요?

 

소들이 가득한 들판에 앉아 한참 동안 소들을 아무리 지켜봐도, 실제로 어른 소들은 누구도 다른 소의 젖을 빨지 않는다. 송아지는 고형식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젖을 먹다가 그 후로는 먹지 않는다.

그런 현상은 인간 종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것 같다. 같은 인간의 젖이 인생의 한 시점에는 유익하지만 다른 때에는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만약 누군가 사람의 젖을 마시는데 그게 맛있고 골절 예방에 필수라고 직장 동료들에게 얘기한다면 그 사람은 인사부에 불려갈 것이다.

 

그렇다면 서구 문화에서 우유는 왜 일부 사람이 즐기는 별미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이 건강 유지에 필수라고 믿는 주식으로 그토록 뿌리 깊게 자리 잡았을까?

 

현재의 세계 식량 체계 안에서 많은 사람이 칼슘과 인산염을 (그리고 일부 국가에서는 비타민 D를) 얻으려고 유제품에 참으로 많이 의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제품은 '중요'하다. 하지만 유제품은 우리가 만든 식량 체계 안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칼슘과 인, 비타민 D 모두 유제품 외에 다른 경로로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유제품 섭취는 미국인을 위한 2015~2020년 식생활 지침의 핵심 요소로 남게 됐다.

거기에는 모든 성인이 날마다 세 컵 분량의 유제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와 있다. 이 지침은 경험상의 법칙을 훨씬 넘어선다. 영양 캠페인 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갓밀크 Got Milk?' 캠페인이 그 예다. 이 캠페인은 유가공업자들의 단체인 밀크펩과 연방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 우리 세금이 그런 광고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정부의 영양 지침이 여성, 유아, 어린이를 위한 특별 영양보충 프로그램과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 급식 프로그램 같은 지원책들을 통해 가장 가난한 미국인들에게 가는 수십억 달러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전국 어느 구내식당에서나 우유가 눈에 띄는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의 기존 정치–농업 기반 구조에 가장 좋은 식품을 우리 식생활의 기초로 삼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런 식품은 많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선택한다고 얘기하는 유행 식단은 아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사람이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권장하는 사람들은 특히, 거의 예외 없이 유업계 관계자들이다(2015년에 미국에서만 3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살이 '빠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우리는 대부분 장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쉬쉬하지만, 장은 외부세계와의 가장 큰 접점이다.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매년 905킬로그램의 음식을 먹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살아가면서 내리는 가장 중요한 결정일 수 있으며 이는 건강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세계 경제와 환경 측면에서도 그렇다.

 

5만 년 전 우리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인간 종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는 그렇게 됐다. 우리는 왜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일까?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호모 에렉투스'는 멸종했는데 우리 인류는 왜 살아남았을까?

"그 답은 아마도 우리에게 놀라운 식이 유연성 dietary flexibility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워리너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 식이 유연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식생활은 어느 시점에 그토록 많이 바뀌어서 몸이 따라가질 못하는 걸까요? 제 생각엔 가공식품 산업이 생겨나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요. 그게 어느 정도 한계점인 듯한데, 우리의 건강을 보면 그걸 알 수 있죠."

 

 

산업화가 심해지다 보니 섬유질이 혼합 가공물에서 떨어져 나갈 때가 많다. 워리너는 '식이섬유의 핵심은 미생물'이라고 말했다. 섬유질 섭취가 줄어들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이는 '전반적인 건강을 보여주는 수많은 결과와 관련'돼 있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건가요?

 

노화 방지 개념은 날마다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가 분열한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세포들의 DNA에는 손상이 축적된다. 제대로 된 세포라면 어느 시점에 자멸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어떤 세포들은 오히려 종양으로 변한다. 하지만 또 어떤 세포들은 '조용히 밤을 받아들여' 죽지도 않고 계속 분열하지도 않는다. 이런 현상을 '세포 노화'라고 일컫는다.

 

장수 사회가 도래하면서 사회도 근본적으로 바뀐다.

한 예로, 사회는 덜 진보적으로 변한다. 나이가 더 든 사람들일수록 부를 더 많이 축적해 사회적 불평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정치적으로 더 보수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는 사실은 시냅스 가지치기와 그에 따른 신경적 성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뇌의 일반적인 노화에 따른 변화를 거치면서 우리는 자신에 관한 서사를 중심으로 살아가며 특정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까다로운 사람이 된다.

일본에서는 이미 인구의 40퍼센트가 65세 이상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노동인구 부족의 위기가 닥치고,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죽는 것은 엄청나게 부당한 처사라기보다는 더 큰 규모의 질서와 조화의 예로 여겨질 수 있다.

 

우리는 더 오래 살고 있어도 그 기간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적어도 골골거리면서 보낸다.

프록터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왜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들이 태어나기 전의 시간은 두려워하지 않는지 곧잘 묻는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없이도 '계속' 돌아가는 세상이다.

 


 

전체적으로 읽은 후의 느낌은 사람의 신체도, 어떤 하나의 생태계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태계를 겹겹이 순차적으로 둘러싼 산업, 자본주의들.

흔히 식품은 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에 자연에 가까워 순수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이미 모든 것이 가공되는 사회에서 얼마나 그것이 자연에 가까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 끝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맥스 팩터가 사람들에게 했던 것처럼 결정을 측정하고 계산해 죽을 때까지 무한정 그것을 수정 보완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고, 유동적인 세상에서 유리하도록 자의적인 기준을 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사회 속에서 살아있는 내 몸을 어떻게 스스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질문하는 책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정말 내 몸을 모르고서 나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흔히 신체는 건강 개념으로만 접근하기 쉬운데 인간의 신체를 아는 것도 나를 아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기도 한 책이었다. 그러나 사회처럼 자아도, 신체도 다 미지의 상태로 여겨지긴 마찬가지인 듯 보인다.

그리드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스타 브레인  (0) 2023.04.29
문장수집가 2 : Small Success  (0) 2023.04.28
문장수집가 1 : Love Myself  (0) 2023.04.23
따라만해도 성공 보장 20가지 인테리어 법칙  (0) 202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