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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올라퍼 엘리아슨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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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신년의 해돋이, 모네의 일몰, 또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해.

 


'날씨 프로젝트  The Weather Project'는 2003년 런던의 테이트 모던 터빈 홀에 설치된 대규모 설치 미술이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반원형 스크린과 약 200개의 전구를 사용하여 거대한 태양의 모습을 미술관에 재현했다. 안개와 거울 등도 함께 사용했는데 미세한 안개는 가습기로 설탕과 물의 혼합물을 이용했으며, 홀 천장은 거대한 거울로 뒤덮어 관람객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실제로는 반원형인 해 또한 그 천장 거울에 반사되어 원형의 해처럼 보이는 것이다.

6개월 동안 전시된 이 작품은 20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고 많은 사람들은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등을 대고 바닥에 눕거나 발열이 전혀 없음에도 일광욕을 하듯이 인공 태양의 빛을 쬐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이러한 빛에 관해 70년대 낮이 매우 긴 아이슬란드 여름, 조부모님을 방문했을 때 에너지 절약을 위해 매일 저녁 도시 전체에 정전이 발생했는데 조명이 꺼지면 실내에 앉아 있었다가 실외 조명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의 순간을 기억한다며 회상하기도 했다. 또한 어렸을 때 부모님이 그가 그리는 그림을 보고 너가 지구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고 했는데 그때 그는 그림 그리는 작은 행위 자체가 우리 주변과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기도 했다.

 

The Weather Project (2003)


시각적으로 보기에도 미술관을 가득 채운 주황색 빛은 아름답다. 그러나 날씨 프로젝트는 단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미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보는 이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 그 이면의 기후 변화와 자연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는 엘리아슨이 평소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들과 관련이 깊다.

 

Riverbed (2014)


1967년 덴마크 코펜하겐 태생의 올라퍼 엘리아슨은 유년기를 부모님의 고향인 아이슬란드에서 보내며 아이슬란드의 용암 지대, 화산, 폭포, 동굴, 이끼 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 자연에 대한 영감을 토대로 그의 작품은 빛, 바람, 증기, 불, 물, 얼음 등의 소재로 현대 미술과 예술, 공간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한다.
엘리아슨은 설치, 조각, 사진 및 회화 등의 광범위한 작품을 만들지만 전문 기술자, 건축가, 미술 사학자, 그래픽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등의 약 90명으로 이루어진  베를린에 소재한 Studio Olafur Eliasson (www. olafureliasson.net)를 설립하고 이끄는 대규모 설치 미술로 유명한 예술가다.

그가 다루는 작품의 소재 또한 자연에서부터 공간까지 광범위한데 예술과 책임, 경계와 공간 등에 대해 엘리아슨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Green River (1998)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면 내 행위가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오긴 할까? 예술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요? 

저는 그렇다고 하고 싶습니다. 예술은 분명히 단지 장식하거나 지금보다 더 보기 좋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술은 책임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제가 이 강에 초록색 염색제를 부어 넣었을 때처럼 말이죠.
여기서 사용한 녹색 염색제는 환경적으로 위험하지 않아요.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다소 공포스럽죠. 또 한편으로는 제가 보기에는 꽤 아름답습니다. 이 녹색 강은 전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운동가적인 생각에서 만든 것이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공간에는 규모가 있다는 것을, 공간에는 시간성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물은 시간과 함께 도시를 흐릅니다. 물은 도시를 교섭가능하게 하고 손에 잡히는 무언가처럼 느끼게 해주죠.

교섭가능이라는 것은 당신이 무언가를 하면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나는 이 도시의 일부야라고 말하는 것이 변화를 가져오고, 당신이 투표를 하는 것이 변화를 가져오고 당신이 들고 일어나면 변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도시가 단지 그림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은  제 생각에는 예술이 어떻게 보면 항상 다루고 있는 무언가입니다.

가만히 서 있으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들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는 뭘 보고 있는지 알기 어렵죠. 제가 느끼기에 공간이 가늠할 수 있는 무언가라면, 거기에 시간성이 있다라고 느낀다면,  시간성이라는 걸 가늠할 수 있을만한 것이 있다면 제가 그 공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죠." (TED, 2009)

 

엘리아슨은 날씨 프로젝트 또한 그런 경계와 공간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능성은 보시다시피 누가 화자이고 누가 청자인지하는 경계를 움직이는 것이죠. 누가 무엇을 보게 할것인지를 결정하느냐? 제 생각에 여기에는 사회적인 측면이 있어요. 이 경계를 움직이는 데 말이죠. 누가 현실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느냐?
이 전시는 말하자면 그런 경계에 관한 것이었죠.  공간에 관한 것이었고 저는 그 공간 안에 원에 가까운 노란 반원을 넣었죠.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 몸과 공간 간의 관계를 구성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것을 재구성할 수 있을까, 특정한 공간 안에 있는 것이 변화를 가져오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하는 것이죠." (TED, 2009)

 

The Weather Project (2003)


예술가의 의도야 어떻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인공적인 태양, 전구, 해의 재현으로만 그칠 수도 있다.  정말 그의 말처럼 전시장을 나가면 그 방에는 아무도 안 남고 예술도 사라지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를 만들고 있는 18명의 녹색 예술가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수많은 작품들과 날씨 프로젝트 속 '바라볼 수 있는 해'는 관람객에게,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과 기후 변화, 공간 그 이상의 것을 고찰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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