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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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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어를 좀처럼 떠올릴 일이 없다. 그러나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라면 다르다.

 

출처 : damienhirst.com

 

이 상어는 포름알데히드에 담겨 유리 진열장 속에 갇혀있다. 푸르게 보이는 유리의 모습은 마치 수족관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세 개로 이어진 진열장 탓에 마치 상어의 몸이 잘린 듯 보이기도 한다.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가 1991년 만든 이 작품의 이름은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다.

 

출처 : damienhirst.com

 

정말 이 상어는 살아있다가 죽은 상어다.

상어의 종류는 뱀상어(Tiger shark)고 부패를 막기 위해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겨졌다.

사이즈는  213 × 518 × 213 (cm)인 작품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작품에 사용할 상어를 구하기 위해 광고를 내고 호주에서 잡힌 상어를 구입했다. 총 제작비용은 당시 약 7천만원이었는데 (5만 파운드) 찰스 서치의 의뢰와 후원으로 가능했다. 1992년 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Young British Artists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회에서 처음 전시되었고 사치 갤러리 소유 이후 미국의 투자자 및 미술 수집가인 스티븐 코헨에게 약 100억원이 넘는 금액에 판매되었다.

 

출처 : damienhirst.com

 

작품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왜 하필 상어였을까.
데미안 허스트는 사람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큰 동물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이 첫 작품은 아니지만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주제는 죽음이다. 비슷한 소재로 데미안 허스트의 유명한 작품으로는 해골에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신의 사랑을 위하여' For the Love of God (2007)가 있다.
이 작품은 18세기 신원 미상의 유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만든 것으로 이 역시 다이아몬드의 영향과 데미안 허스트의 명성이 더해져 약 710억 원에 판매되었다.
그래서인지 데미안 허스트라고 하면 가격으로 매겨지는 부정적인 현대 미술시장의 단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원래 미술은 전시되고 거래되기 위해 작가들이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가격'만으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출처 : damienhirst.com

의도와 제작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는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작가가 붙인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라는 제목답게 우리는 살아있는 자로서 죽음을 이해할 수 없고, 이 죽어있는 상어를 봐도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또는 이 상어가 잡히지 않았다면 상어로 인해 우리는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어가 내 눈 앞에서 죽어있다니!
끝내 데미안 허스트 작품 속 상어 속 모습을 통해 관람객, 미술객, 대중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과 역할이란 때로 거기까지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윤리적으로 접근하면, 죽음을 사람에게 자각시키기 위해 동물을 잡아 죽여 전시하는 것은 옳은 일인지, 이미 오래전 죽은 사람의 유골에 다이아몬드를 박아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건 옳은 일인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더구나 상어는 처음과 달리 부패하기 시작해 다른 상어와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교체한 것에 대해서 원본 보존과 작품 의도로 부패를 자연스럽게 둬야 하지 않는가 등의 이유로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 허스트는 상어로도, 다른 동물로도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그러니 그런 독창성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도 이와 비슷한 작품을 복제할 수 없으니 뛰어난 기획 및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테이트 모던에 전시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 밖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 (2017)
Demon with a Bowl (prilfish/flickr.com)
Charity (geograph.org.uk)

 

1965년 영국 브리스톨 태생의 데미안 허스트(Damien Steven Hirst)는 죽음을 주제로 한 여러 작품들로 알려져도 있지만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현대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데미안 허스트를 부유한 사치 갤러리 및 화이트큐브 미술관의 소유자의 후원을 받는 사업가로 보는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상어는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그 어떤 상어보다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모형의 상어를 본 적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공간감을 가진 죽은 상어를 본다면 그것은 또 다른 느낌일 수 있다. 그러니 그것만으로 이미 그는 뛰어난 예술가일지 모른다. 이미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는 세상 그 어떤 상어보다도 유명하다.

한편 그가 삶과 죽음을 작품의 주제로 많이 다룬 것은 그가 대학 시절 영안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가에게 죽음은 누구나 다루지 않지만 누군가 제대로 다루면 눈길이 가는 소재임은 분명하다.

기획과 의도, 마케팅으로 본다면 자본주의 사회에 돈이 아닌 게 무엇이 있으랴.
그렇다고해서 오로지 그 이유만이거나 작품이 가진 의미가 거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본다면 그 역시 죽음과 마찬가지로 미술시장이나 사람의 씁쓸한 뒷면임에는 어쩔 수 없이 보인다.

 

 

정말 우리가 이 죽음을 목격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일까.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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