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

그 이후의 저작권

AI로 내가 그린 그림을 내가 좋아하는 스톱모션 스타일로 변경해 봤다.

 

 

꽤나 훌륭하다.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 사진으로도 해봤는데 마찬가지로 그 이미지를 스톱모션처럼 구현해 내는 데 손색이 없었다.

(사진은 점토 느낌이나 부직포스럽지 않고 스톱모션 처럼 더 디테일하게 변경됐는데 초상권이 있어서 못 보여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타인의 사진이나 그림은 그렇다 쳐도 내가 그린 사진이나 그림을 이렇게 변경했을 때 그 이후의 저작권은 어떻게 되느냐다.

 

물론 텍스트로 작성한 AI의 이미지 저작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직접 다 그리지 않은 이상 소스도 그게 무료이든, 유료든 편집해 사용하면 나의 저작권을 주장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인데, 자신이 AI로 만들었다고 해서 어떻게 그 주장이 가능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진정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런데, 솔직히 직접 그리지 않고 찍지 않으면 편하다.

무료로 쓸 수 있는 소스도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 품질과 완성도와 상관없이 일일이 내 손으로 그리는 일은 사실 품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진실로 그 편리함을 거부하고 자신 손으로 시간을 들여 그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창작자들이 대단한 것이다.

 

어쨌거나 AI 저작권은 AI를 도구로 사용하고 사용자의 명확한 프롬트 설계, 편집, 작업 등의 기여도가 높다면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사진이나 그림을 AI가 편집했더라도 원본이 내 창작물이라면 저작권의 기본은 그 사용자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 창작을 하는 인간의 마음이라면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내키지는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누군가의 스타일대로 변경해줘 하는 것은 자신의 사진, 그림이더라도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한창 유행했던 지브리 스타일 등이 그렇다.

자신의 사진을 AI에게 고흐의 스타일대로 변경해줘 해도 그것은 일종의 차용이나 레퍼런스로 작용할 따름이지 그 사람의 창작물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타일은 고유한 것이니까.

그래서 피카소는 피카소인 것이고 클림트는 클림트인 것이다.

그전에는 그렇게 그림을 그린 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그들의 스타일을 차용하면 그 누구라도 그 개성은 그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되어 있다.

그렇게 배웠다.

 

아무튼 점점 스스로 손으로 하는 것은 줄이고 편하다고 해서 도구에게만 기대는 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인지...

재미는 있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날 연필을 쓰는 것만이 제대로 된 글쓰기야, 그리기야 할 수는 없는 것처럼 'AI 창작물 이건 그른 거야'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마저 법으로서 저작권이라는 게 없다면 이 세상은 그 경계 없이 더 무질서하게 흘러가게 되는 걸까.

기술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없지만 불과 몇 년도 안 된 사이에 인간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구현해 내는 게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 프롬프트라는 것도 언어 없이는 안 되는 것이니 언어만이 실로 위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언어 하나만이 살아남을지도.

하긴 인간에게 언어가 없었으면 문명은 발전할 수도 없었다.

728x90
그리드형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비드 애튼버러 생명의 색을 찾아서  (0) 2025.05.06
정말 귀가 크면 성공할까  (0) 2025.05.05
알리오 올리오 칼로리  (0) 2025.05.04
버거킹 크리스퍼 클래식 후기  (0)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