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크리스 반 툴레켄
웅직지식하우스 출판
Ultra-Processed People : The Science Behind Food That Isn't Food
영국 의사가 쓴 초가공식품의 해로움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의 해로움은 누구나 익히 아는데다 초가공식품의 범위 또한 자연 그대로의 식품은 세상에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저 '초가공식품 먹지 말자'는 책으로 요약돼 굳이 읽을 필요까지는 없을 내용으로 보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식품 그 자체가 이미 산업의 일부인 이상 식품 사막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그 누구라도 초가공식품 및 가공식품의 섭취는 불가피하다.
나쁜 음식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내 형제들과 나는 과학에 대해 눈을 뜨면서 고상한 척하지 말라며 어머니와 논쟁을 했다.
우리는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만든 요리에도 우리에게는 금지 식품인 맥도날드 못지않은 양의 소금과 지방이 들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음식에 대한 토론은 고상한 척하네, 마네 하는 진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보통 음식에 돈을 넉넉하게 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가처분 소득이 적은 사람들과 먹는 음식의 종류와 다양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식품을 가공식품과 비가공식품으로 나누기는 불가능하다.
영양에 대한 지침을 만들 때 가공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아예 하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가 먹는 식품은 거의 모두 어느 정도 가공되어 나온 것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게다가 책의 거의 끝부분에 다다르면 초가공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잘 정리되어 되어있다.
그러니 비교적 두꺼운 책인데다 바쁘다면 그 부분만 읽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구체적인 취재, 조사, 연구 사례와 함께 저자가 초가공식품을 먹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하게 요약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또한 저자는 초가공식품을 전혀 먹지 말자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책을 통해 초가공식품들에 관한 구체적으로 사실들을 알고 나면 초가공식품을 보다 기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므로로 이 책은 그러한 면에서 유용하다.
그 또한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초가공식품은 식품이 아니다. 물질이다'로 축약해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책의 내용 중에서는 NOVA 시스템의 분류 체계, 기업의 이윤, 허먼 폰처의 연구 결과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몬테이루가 제안한 분류 체계에는 무언가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다.
이 분류 체계를 지금은 NOVA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 시스템에서는 식품을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눈다.
1 그룹은 '미가공 혹은 최소가공식품'이다. 여기에는 고기, 과일, 채소 등 자연에서 발견되는 식품이 포함되지만 밀가루나 파스타 등도 포함된다.
2그룹은 '가공된 요리용 재료'다. 여기에는 고기, 과일, 채소 등 자연에서 발견되는 식품이 포함되지만 밀가루나 파스타 등도 포함된다. 이런 음식만 먹고는 살 수 없다. 이런 음식이 영양소는 빈약하고 에너지 밀도는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음식을 1그룹의 음식과 섞어서 먹으면 맛있는 음식의 토대가 된다.
3그룹은 '가공식품'이다. 주로 보존을 목적으로 가공한 것으로, 1그룹과 2그룹을 혼합해서 만든 기성 식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콩, 통조림, 가염 견과류, 훈제 고기, 생선 통조림, 시럽에 절인 과일, 제대로 갓 구워낸 빵 등이 있다.
그리고 드디어 4그룹, '초가공식품'이 나왔다. 이것의 정의는 아주 길다. 아마도 내가 과학 분야에서 읽었던 정의 중에 제일 길 것이다.
"정교한 장비와 기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은 일련의 산업 공정에 의해 만들어지며 주로 산업 전용으로 사용되는 성분을 이용해서 제조되는 식품."
생명체에게는 오직 두가지 목적만 존재한다. 번식하는 것, 그리고 그 번식에 사용할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이다.
식물은 동물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독소, 가시, 기타 방어체계를 만들어낸다.
식물끼리도 햇살, 물, 토양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미생물,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도 생태계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기 위해 모든 생명체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그 누구도 이 군비경쟁에서 오랫동안 앞서 나갈 수는 없다. 늑대는 사슴을 잡아먹기 좋게 적응했지만, 사슴 역시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잘 적응되어 있고, 때로는 사슴이 늑대를 죽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먹는 행위를 통해서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군비경쟁에 참여하여 생명체들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그 군비경쟁은 에너지의 흐름이 아니라 돈의 흐름에서 동력을 얻는다.
이것은 산업식품 생산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사람이 먹잇감이다.
사람이 이 시스템에 동력을 제공하는 돈의 원천이다.
"식품 시스템으로 누가 이익을 얻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특히나 그렇죠.
소수의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저소득 인구 집단, 원주민 공동체, 유색인종 등 소외계층에 속한 다수의 개인을 희생한 대가로 이윤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회사들은 모두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개선합니다.
당연히 더 많이 팔기를 원하죠.
대부분의 산업이 그렇듯이 식품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목표 매출이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아침 식사용 시리얼을 파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리얼이 많이 팔릴수록 좋지요."
누군가가 일부러 중독성 있게 만들려고 시작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 간의 군비경쟁에서는 중독성 있는 제품이 살아남는다.
비만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마케팅과 소비로 인해 생기는 질병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을지는 자기 주변에서 접하는 음식, 음식의 가격, 그리고 그 음식을 마케팅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이것이 우리가 정말로 바꾸어야 할 부분이다.

초콜릿 바를 예로 들어보죠.
대략 240칼로리 정도 됩니다.
작정하고 먹으면 초콜릿 바를 1분 안에 먹어치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섭취한 칼로리를 태워서 없애려면
러닝머신에서 20분에서 30분 정도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칼로리를 섭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지만, 칼로리를 태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다.
그래서 우리가 끊임없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운동과 활동이 체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면 다른 누구보다도 허먼 폰처의 연구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듀크 대학교의 진화인류학 부교수로, 그의 연구는 식생활과 대사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어놓고 있다.
사람은 하루에 10킬로미터를 걷든, 책상 앞에 앉아 있든 상관없이 매일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태우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활동량을 늘린다고 해서 체중을 감량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체지방률은 신체 활동 수준이나 에너지 소비량과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탄광 업무가 사무실 업무보다 여덟 배나 많은 칼로리를 태운다는 열구 결과와 이것을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까?
사실 알고 보니 이 연구에서 탄광 광부들의 칼로리 소비량을 실제로 측정한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측정해보니 광부들의 소모 칼로리는 나머지 우리와 같았다.
하지만 몸을 써서 노동을 하는데 책상에 앉아만 있는 경우보다 칼로리 소모량이 많지 않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나는 원래 기본적인 세포 기능을 유지하면서 숨만 쉬고 빈둥거리기만 해도 2,000칼로리 정도가 소비되고, 여기에 조깅이든 탄광 일이든 신체 활동에 들어가는 칼로리가 합쳐져서 내 1일 칼로리 총소비량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늘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활발하게 활동할 때는 몸에서 다른 것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아껴서 그만큼을 보상한다.
따라서 우리의 총에너지 소비량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폰처의 모형에서는 긴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비필수 신체 활동이 축소되어 면역계, 내분비계, 생식계, 스트레스 시스템에 쓰이는 에너지양이 줄어든다고 가정한다.
특히 허먼 폰처의 탄광 업무와 사무실 업무의 비교에서 이들의 에너지 소비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고 항상 모든 사람은 일정하게 칼로리를 소비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보통 체중감량에 있어서 운동보다 식단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는 해도 그것은 효과 측면이지 신체의 메커니즘이나 원리로 설명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신체 활동이나 노동의 강도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 2,000~2,500kcal 범위 내에서 총 에너지 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운동을 아무리 많이 해도 신체는 다른 체내 기능의 에너지 소비를 줄여 총 소비량을 그 2500kcal 내 범위에 맞추기 때문에 하루의 소비 칼로리는 그 이상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이 범위를 초과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체중 감량에도 실패한다.
거의 대부분의 이윤 추구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공식품 영향으로.
물론 강제로 먹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식품산업 기업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가공식품은 나쁘다라고 하면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책에서 볼 수 있는 대로 신선한 것을 팔고 싶어도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은 저렴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 자체가 신선한 식품은 오랫동안 유통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식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판매되는 상품들 모두 과잉 소비를 유도하고 중독시키는 것이 많이 있다.

우리는 시장에 나와 있는 서로 다른 유형의 제품들을 거의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다.
물론 고추는 유기농인지 따지고, 소고기는 풀을 먹인 소인지 따져서 구입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슈퍼마켓에 들어가면서 그런 부분들로 따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그 소비자들이 슈퍼마켓에서 나올 때 장바구니에 담긴 제품들을 살펴보니 대개는 각각의 항목에서 제일 저렴한 것을 들고 나왔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NOVA 시스템에서 1,2,3그룹에 해당하는 식품으로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가 힘들다.
특히 소규모 판매에서는 더욱 그렇다.
훌륭한 우유나 소고기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서는 스타트업도 없다. 이 분야는 성장의 여지가 거의 없다.
성장은 오롯이 초가공식품의 몫이다.
그리고 그 성장 중 상당 부분은 광고에서 나온다.
우리가 '초가공인간'이 되어버린 이유가 비단 우리가 먹는 식품 때문만은 아니다.
스마트폰과 앱, 옷, 소셜미디어, 게임, 텔레비전 등 우리가 구입하는 다른 제품들 중에도 과잉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많다.
어떨 때는 이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보다 빼앗아가는 게 더 많다고 느껴진다.
성장에 대한 요구와 그것이 우리 몸과 지구에 끼치는 해악은 세상의 구조 속으로 엮여 들어가 있기 때문에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기업의 제조를 거쳐 만들어지는 식품은 수익이 목적이다.
가공된 식품은 수익성 높은 제품이다. 먹는 사람의 건강을 고려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식품을 선택할 수 있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식품은 식품산업에 발을 들이더라도 곧 시장에서 밀려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굳이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 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나쁜 식품을 선택해 먹을 이유가 없다.
아니 편의성과 가격 절약, 시간 부족, 광고, 마케팅 등의 요인으로 먹을 수밖에 없더라도 먹는 횟수와 양을 줄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도움이 안 된다면 초가공식품을 '수상쩍은 중독성 물질'로 여기는 것이다.

분자 대체가 모든 초가공식품의 핵심이다.
모든 초가공식품과 마찬가지로 이런 초가공 아이스크림의 비밀 역시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이라는 세 가지 필수 분자의 가장 저렴한 버전을 이용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보통 초가공식품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전통적인 음식의 성분을 더 저렴한 재료와 첨가물 성분으로 대체해서 유통기한을 늘리고, 중앙집중식 유통을 용이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과도한 섭취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은 자연식품을 가장 기본적인 분자 성분으로 환원시킨 다음, 그것을 변성시키고 재조합해서 식품 비슷한 형태와 질감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소금, 당분, 인공, 색소, 향미료를 잔뜩 추가해서 만든 재구성물이다.
식탁 위에 설탕 봉지가 올라와 있는 것이 건강의 신호임을 발견했다.
이것은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집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설탕이 건강에 이롭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의 식단이 워낙 끔찍하다 보니 설탕을 직접 사서 집에서 달달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설탕이 첨가된 기성의 초가공 식품을 사 먹는 것보다는 그마나 건강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채소 하나도, 설탕 한 봉지도 만들어 판매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다.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식품들에 대해 너무 비싸, 해먹기 귀찮아, 시간 없어, 초가공식품은 중독물질이야 등등 그렇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불필요한 부분은 줄이고 좋은 부분은 늘려나가는 게 이 모든 식품과 산업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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