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오스틴 클레온
중앙 books
Steal Like an Artist, Austin Kleon
피카소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또는 그 이전에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그 모든 말들의 정확한 진위와 의미는 다를 수 있으나 다 창조와 표절에 관해 구전으로 내려오듯 전해지는 유명한 말들이다.
'훔쳐라, 아티스트'의 이 책의 원제는 "Steal Like an Artist : 10 Things Nobody Told You About Being Creative"로 모방과 표절을 넘어 창의력의 그 자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태어나서 완연한 무인 상태에서 배움 없이 유를 창조해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배움은 다 세상 혹은 부모, 사람으로부터 오기 마련이고 창조는 기존에 존재했던 그 무엇을 조합하거나 응용, 재완성 했을 때 가능해진다.
물론 이런 사실에도 천재는 태어나고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 굳건히 여긴다면, 그런 말들은 귓전에도 들리지 않고 하얀 백지만 덩그러니 보거나 허공만 응시하며 떨어지는 영감을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가들이 했던, 혹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저자의 말이 곧이곧대로 남이 창조한 것을 훔쳐라는 뜻은 아니다. 그건 엄연한 범죄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작가 조너선 레섬이 말했듯이 "이 세상이 어떤 작품을 '오리지널'이라고 할 때, 그 십중팔구는 그 작품이 참조한 대상이나 최초의 출처를 모르기 때문이다"일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납득되지 못할, 아무렇게나 휘갈리듯 하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면 훌륭한 예술가들은 저자의 말처럼 그 어떤 것도 맨땅에서 솟아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괜히 예술가들이 전시회에 가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그 이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참조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모든 창작물들은
이전의 다른 창작물들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니 표절은 제쳐두고서라도 그 창작에 대해 고민이라면 이 책이 격려하듯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너무 창작에 심각해질 필요 없다라고 말해줄 것이다. 분명 이 책은 그러한 면에서 도움이 된다.
또한 사람은 어디서 홀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우리 부모는, 당신의 부모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창작물로 자신을 본다면 사람 개개인은 이런 존재이기도 하다.
나에겐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두 사람 모두의 특징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의 특징들을 단순히 더해 놓은 것 그 이상이다.
나는 부모와 그 위의 내 모든 조상들의 리믹스인 것이다.
곧, 그건 그 누구와 닮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따로 또 존재하지는 않는, 리믹스된 창작물로서 세상에 하나뿐인 바로 고유한 자기 자신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두고 누구도 당신은 부모의 표절품이야! 라고 하지는 않을 터이다.
예술 작품들 또한 그런 계보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피카소는 자신의 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피카소 이전에 그런 그림 스타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누군가 그런 스타일을 모방해 만든다 해도 그건 피카소 스타일이나 오마주일 뿐이지 그 화가 자신의 고유한 창의적인 스타일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카소가 그런 예술가였기에 더더욱 천재라고 일컫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누가 알까.
'출처를 모르는' 그 누군가가 피카소 이전에 있었지만 단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에 대해 여전히 고민이라면 저자의 말처럼 하나라도 그럴 시간에 더 만드는 게 나을 것이다.
뭐라도 만들어내라.
자기 자신을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동경하거나 좋아해서 그 사람을 닮고 싶거나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창조와 모방에 대해 걱정하기 전에 그런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당연히 괴테의 말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우리를 만들고 다듬는다."
하지만 그 끝의 종착지는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시작할 땐 가짜일지언정
마지막엔 진짜가 돼라.
글렌 오브라이언의 그 말 또한 당연하다. 좋아해서 시작해도 당신은 그 누군가의 아류가 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피카소의 이러한 말도 있다.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십분 이해된다.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표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저자의 말처럼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작품이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작품 자체를 표면적으로 흉내만 내고 만다면, 그것은 그저 절도와 다를 바 없다.
이 말 외에 평소 복사(표절)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덧붙여 보면 다음과 같다. 존 발데사리의 말이다.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으면 그것은 복사와 같다."
아마 여기서 그 첨가가 당신의 창의성,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허공만 응시한다고 해서 영감은 떨어지지 않는다.
창조는 조합 또는 편집이라는 말도 있다.
조합 편집하려면 자신 안에 든 것이 많아야 하고, 든 것이 많으려면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아는 것이 무한대라면 만들어낸 창작품에 일관성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당신이라는 틀을 걸러 만들어진 것들 사이에는 일관성이 있을 것이다.
작품들 사이의 일관성에 대해 걱정하지 말아라. 당신 작품들의 일관성은 전부 다 당신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멋 훗날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작업의 큰 그림도 일관성도 다 갖춰져 있을 것이다.
계보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 또는 그런 건 나도 하겠다며 그 무엇도 창조하지 못한 자신 대신 남을 비웃기 전에 뭐라도 만들어내고서 그 다음에 창의성과 표절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결국은 이 책을 읽는다면 이러한 깨달음에 도달할지 모른다.
모던 아트 = 난 할 수 있었다.
+ 그러게, 넌 왜 안 했니.
크레이그 댐라우어
그러니 해라. 해라. 해라.
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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