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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8

 

여우 8, 조지 손더스

문학동네 출판
FOX 8, George Saunders 


"독자께, 우선 이 말부터 할께요. 내가 글짜를 틀리개 쓰더라도 이해하세요. 난 여우라서 그래요!
그러니 쓰기도 글짜도 완벽카진 안쵸. 하지만 내가 쓰기와 글짜를 이망큼이라도 배우게 댄 사연을 알려줄께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믿는다면, 조금은 낯설게 적힌 언어로 여우8이 그간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곧 이와 같은 당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잉간들은 행복카게 끈나는 얘기를 조아한다는 걸 이제 나도 알거든요?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카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인간들은 행복하게 끝나는 얘기를 좋아한다는 걸 이제 나도 알거든요?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하게 끝나기를 원한다면, 좀 착해지려고 노력하세요.)

 

 

그러한 충고에서 알 수 있듯이 여우8이 그간 겪은 일은 좋은 일들이 아니었다.
여우8은 처음에는 천진하게 사람들과 세상을 보지만 숲이 사람들로 인해 망가지고 함께 살던 여우들이 나쁜 일들을 겪게 되면서 처연해지고 무참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어떻게 보면 책의 메시지는 자연과 동물을 망가뜨리는 인간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과 동물에게 착해지라'고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우8이 세상을 밝고 천진하게 보다가 이내 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닮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우8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자신을 조금씩 회복해갔다.

 


이 책을 쓴 작가인 조지 손더스는 다른 그의 책인 ‘친절에 대하여’에서도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친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곰곰이 보면 사람이 착하고 친절해야 할 대상은 사람 뿐 아니라 자연, 동물 또한 그렇기도 하다.
따라서 여우8이 하는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리고 어떠한 말들은 또 너무 슬프기도 하다.
웃끼는 여우가 여우8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신 차려. 행복캐저.”

 


그러나 그런 일들을 겪은 여우8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넌 세상을 슬프고 어둑게 봐."
우리 인간들 또한 천진하게 태어나서 나쁜 일들을 겪으며 어떻게 세상을 어둡게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결국 여우8의 이런 행동과 노력이 숙연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물었죠. 무엇이 예전의 히망찬 나를 조금이라도 대살여줄까?
그러고는 답햇서요. 대답을 얻으면 대.
그래서 당신들 잉간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잇서요.
사람들의 무엇이 잘못댄 건지 알고 시퍼요."

그럼에도 이 여우8은 사람들을 이해해서 다시 예전의 밝은 자신을 회복하려고 하는 것 같아 슬프다.

"우리에게 아기들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기 전애 난 잉간에 대애 이러캐 느꼇서요. 
너히들과는 이제 끗치야.
하지만 이제는 아기들이 곧 태여날 테니까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십지 않아요.
강하고 너그러운 기분을 느끼고 시퍼요. 히망찬 기분을 느끼고 시퍼요."

누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여우8이 어떤 기분과 마음으로 말하는 것인지 십분 공감할 것이다. 물론 이 책의 표면적인 메시지는 비단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책의 맞춤법은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했는데 다소 그 탓에 쉽지 않게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된 철자로 쓰인 단어들은 과장되거나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독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화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구현하는 적정선을 아주 잘 지켜냈다"고 인디펜던트가 평했듯이 다 읽고 나면 왜 이렇게 썼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철자는 자칫 무거울 수도 있을 이야기와 메시지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적절히 와 닿게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출판된 책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다른 해외의 책은 어떤지 찾아봤는데 원래의 책도 이런 분위기와 비슷한 듯 했고, 일러스트레이션은 첼시 카디널(Chelsea Cardinal)가 그렸다고 한다.

 

Chelsea Cardinal

>>> Chelsea Cardinal is a graphic designer, illustrator and fashion designer. She grew up on the canadian prairies, attended the Alberta College of Art + Design, moved to New York in 2005, worked at GQ Magazine for many years and is now freelancing.

chelseacardinal.com

조지 손더스의 짧은 책 두 권 읽었을 뿐이지만 작가의 다른 책도 기대되고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였고, 동물을 좋아해서 더 의미있게 있을 수 읽었던 책이었다. 그러나 당연히 좋아하고 아는 만큼 "좀 착해지려고 노력하세요"라는 생명들의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 같다.

착하고 친절할 것. 노력은 하는데 참 어렵다,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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