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만들기는 내가 아주 전에 읽던 책에서 처음 접한 후 이름만 알고 조금 보다만 작품이었는데 불현듯 보고 싶어져서 다시 봤다.

그때 책에서 인용돼 봤던 알 수 없는 문구가 그랬다.
"이 모든 것은 다 실화다. 완전히 꾸며낸 부분만 제외하고."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도 그 문구는 시작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즉 애나 만들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애나 만들기
Inventing Anna
감독: 숀다 라임스
출연: 줄리아 가너, 애나 클럼스키, 아리안 모아이드, 알렉시스 플로이드, 앤더스 홈, 테리 키니, 케이티 로스, 제프 페리, 애나 디비어 스미스, 러번 콕스
장르: 드라마, 미국 작품, TV 프로그램·실화 바탕
대담한 사업가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독일 출신 상속녀 신분으로 접근해서 뉴욕 엘리트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애나 델비.
한 기자가 애나의 숨겨진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여하튼 애나 만들기의 줄거리는 대강 애나 델비라는 인물이 가짜 상속녀 행세를 하면서 사기를 치고 재단을 만들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국 기자 제시카 프레슬러의 기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시리즈이기 때문에 다 본 뒤 찾아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실화라고 해도 아무 생각 없이 봐서 "그렇게 사기를 친 이유가 뭐지?" 하고 볼 수 밖에 없었는데 끝까지 범죄의 동기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성장과정에도 문제가 있어보이진 않았다.
비교적 9화로 짧은 드라마이긴 했지만 한 번에 이어볼 수 있을 만큼의 흥미롭지 않아서 틈틈이 시간 내 다 봤음에도 말이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캐릭터도, 이야기도.
특히 사기, 범죄, 허영 같은 것은 둘째치고 그 자신만만함에 대해서만큼은 인상적인 점이 많았다.
뭐 후반부로 가면 항상 카드 결제가 안 되고, 돈이 없고, 결제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우기는 모습에서 어처구니 없이 여겨지긴 하지만, 보면서 사기와 사업, 자신감과 겸손함은 정말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전체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신디 셔먼에 관한 애나의 말이었다.

"이 연작을 시작하기 전에 셔먼은 다른 사진가들처럼 렌즈 뒤에 숨어 있기만 했어요.
피사체를 관찰하면서요. 남들 취향에 맞춰 피사체를 골랐죠.
그러다 어느 날 자기 프레임에 들어간 거예요.
자기도 찍힐 가치가 있단 거죠.
남성이 지배하는 미술계에서 강요된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거에요. 그게 세상을 바꿨어요.
이건 역할놀이가 아니라 용기예요."
그러나 이것은 각색일 테고 역할놀이도 미술 작품에 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많다.
그렇지만 용기와 대담함, 자신감이란 무엇인가.
어느 에피소드에서 한 변호사도 말했다.
"가끔 큰 물고기가 지나가면 그게 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바로 그물을 던져 낚아야 할 때가 있죠."
그래서 이것은 주목과 용기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지점이 있었다.

게다가 돌이켜 보면 애나는 자신이 상속녀라고 속이긴 했지만 속아 넘어간 것은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발각된 시점도 모로코와의 여행에서 친구와 돈으로 얽힌 일 때문이었지 9화 에피소드 제목처럼 위험할 정도로 근접하진 않았다.
즉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그 말에 속아서 투자를 해준 것도, 방을 내어준 것도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속는 사람이 잘못이다 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러한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대다수 피해를 입힌 대상이 상류층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서민이나 빈곤층이 당한 사기와는 다르게 느껴져서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상류층이 사기를 당하면 그들끼리는 서로 옹호해주는 입장이 될까, 그 반대일까.
서민이 당한 사기, 부자가 당한 사기. 뭐가 다르기에 이런 마음이 들까.
아니면 단지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기자와 변호사의 마음이 뭔지 사람으로서는 이해 가능해서일까.
그 마음에 이입된 탓일까.

어쨌거나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 없고, 어떻게 보면 대담한 사기인지 사업인지 모를 일에 얽힐.
그리고 단순히 다 허영심과 돈 때문이잖아라고 유추할 수는 있어도
끝까지 애나 소로킨이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재미있었다.
동기 없는 범죄,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의 허영심에다 욕망.
거기에 시스템의 허점이 있다면.

거기다 누군가는 자신이 태어난 자리에서 살기 싫을 수도 있다.
그게 원래 네 자리야 라고 해도 그게 마치 처음부터 자신 자리가 아니었던 것 마냥 이질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부모가 그 애는 원래 그런 애였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그런 사람도 어딘가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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