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넷플릭스에서 눈에 들어와 '뉴요커 100년의 이야기'를 봤다.

뉴요커 100년의 이야기
The New Yorker at 100
감독: 마샬 커리
장르: 다큐멘터리 영화, 사회 & 문화 다큐멘터리, 미국 작품
정론직필의 보도부터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 재치 넘치는 카툰까지.
창간 100주년을 맞은 뉴요커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점쳐 본다.
다큐멘터리 '뉴요커 100년의 이야기'는 미국 잡지 뉴요커의 창간 100주년을 맞아, 뉴요커 2025년 2월호 100주년 기념호 제작 과정과 함께 뉴요커의 역사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다.

뉴요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정치·사회·문화·예술을 두루 다루는 잡지의 이미지처럼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였다.
현재 뉴요커를 이끌어가는 편집장을 비롯해 스태프 라이터, 기고 작가, 팩트체커 등 잡지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좋았다.

"어떻게 보면 외로움을 덜 느끼려고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이 상황이 너무 우울해서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거죠."
로즈 채스트
만화가
"부정적인 평론은 안 써도 되면 좋겠어요.
전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영화를 만드는 데 2년이 걸리고 보는 데는 두 시간이 걸려요. 깨부수는 데는 2분이 걸리죠.
아니, 트위터에서는 2초예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예의를 갖추려고 해요."
리처드 브로디
영화 비평가

"우리가 하는 일은 이 사람들 사연의 가장 좋은 버전을 찾는 일 같아요.
트럼프를 경멸하는 사람이 절대 이해 못 하는 점은 이런 행사의 재미와 공동체 경험, 동료애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록밴드 공연에 가듯이 이런 행사에 가거든요."
앤두르 마란츠
전속 필자
"뉴요커의 핵심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긴장감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이에요.
뉴요커는 지금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1925년부터 시각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니콜라스 블레크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렇듯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허투로 들리지 않고 깊이감 있어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이 많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좋았던 장면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만화가들의 그림과 만화회의 장면이었다.

개인 취향상 너무 좋고, 최고다 :)
이 장면에서 같이 고르면서 웃는 장면도 너무 유쾌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하물며 YES, NO 바구니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런 부분 때문이라도 호감이 간다면 꼭 보길 추천!)
아마도 이런 위트 있는 분위기와 미감이 뉴요커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지금의 100주년까지 맞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게다가 여러 분야를 두루 다루면서 오랜 역사까지 함께 지닌 잡지는 뉴요커가 거의 유일무이한 듯 보인다.
있다고 한들 국내에서는 이런 잡지를 선뜻 떠올리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엘리트주의라고 평가받는 면도 있는 것 같지만 충분히 고상하다.
진실부터 미학, 유머까지 잃지 않는 그 세련된 우아함이 마음에 든다.

아무튼 필자와 기고가 등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드는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미국 잡지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결국 뭉뚱그리면 글을 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저널리즘으로서 잡지의 역할을 충분히 잘해내고 있고, 그 일에 진심이었던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였다.
그러므로 뉴요커라는 잡지에 관심이 없어도
글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여러 사람이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과정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보길 추천하며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었던 뉴요커 편집장의 말로 후기를 마쳐야겠다.
"사람들은 황당한 트윗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해요.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고, 공정성과 팩트 체크를 원하며 예의를 갖추길 바라죠.
또한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언론 매체를 원해요.
이 잡지는 단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온라인으로 매일 나오는 게 아닙니다.
뉴요커에는 영혼이 담겨 있어요. 목적의식이 있고, 도덕성과 품위가 있습니다.
스스로 의심해야 하고,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하며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이건 사회적 운동이에요. 더 중요한 것을 위한 대의죠.
고상한 척하는 것 같겠지만 상관없어요.
저는 뉴요커에 두 가지 특징이 있으면 좋겠어요.
훌륭했으면 좋겠고, 인도적이면 좋겠어요."
데이비드 렘닉
편집장
다시 봐도 그의 말에는 왠지 모를 울림이 있다.
취향이 많이 반영된 탓일 수도 있는데 그만큼 정말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로 요즘 봤던 어떤 영화보다도 흥미있고 좋았다.
그러니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간다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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