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창비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10편의 단편을 볼 수 있는 소설책이다.
다른 책을 통해 읽어봤던 글도 있었고 새롭게 읽게 된 이야기도 있었는데 당신의 손끝, 태양 아래 반짝이는, 조망이 가장 인상 깊었다.
특히 나는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의 제목을
인간의 선한 본성, 그런데 우연치 않게 저지르게 되는 해악,
그로 이어지는 인간의 악 등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그러한 맥락에서 당신의 손끝이 가장 좋았다.
'당신의 손끝'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센터에서 그림을 가르치는 평범한 강사 효원,
그 강사 아래 있는 부유로 빛나는 수강생 주영.
그런데 강사인 효원이 자신의 화실을 열고 초대하자
그 이후 이들의 관계는 깨져버린다.
그 이유는 허름 따위의 사소한 이유였다.

"화실이 진짜 오래된 건물 구석에 있더라고. 바람이 통하는 문 하나 없고.
나름대로 예쁘게 꾸미려고 애썼는데 솔직히 숨이 턱 막히더라구."
비단 그 하나만 이유도 아니었지만
여하튼 효원은 그렇게 수강생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 씁쓸해지는 사실에도 주영의 입장을 옹호하면
그것은 우연치 않게 듣게 된 대화로 그 또한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 소설책에 가장 걸맞고 잘 어울리는 내용으로 가장 인상 깊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작가의 말에서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
꼭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의미라기보다 넓은 사회적인 뜻도 포함한 듯했으므로
깊이 있게 소설을 알고 싶으면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어쨌거나 주관적인 감상에서
타인에게 의도치 않게 주는
피해, 해악, 나쁜 일들.
그것이 인간의 선한 본성이 아니라면
또는 악한 본성이라면
진정 평범한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아니 설령 그것이 사회라는 환경에서 오는 것일지라도
그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우리는 모두 선량하고, 또 선량해
그 어떤 가해도 가하지 않았음이 분명하겠지만.
때로 그럼에도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것을
또 악용하기도 하는 게 사람이기도 하겠지만.
그러고 보면 소설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정말 잘했다.

그 외는 '태양 아래 반짝이는'에서 수영장의 블랙홀 같은 물, '조망'에서 비가 모든 것을 쓸어간 버린 풍경도 해, 빛와 상반된 이미지로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아마 이 책으로 가장 먼저 읽었다면 '피아노' 역시 인상적인 단편으로 포함됐을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삶이 함몰돼."
"함몰."
준용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무슨 뜻인데요?"
"함몰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어른이 되는 게 함몰이야."
그런데 '피아노'의 혜심도 그 말을 잘 알고서 한 말일까.
무슨 뜻일까.
다시 봐도 알 듯 모를 듯한데 인상적인 글이긴 하다.
그러고 보면 이 이야기도 '당신의 손끝'처럼 나쁜 의도는 없었다.
그렇지만 착한 의도만 생각하면 사람은 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므로
참 그게 변명이든, 의도가 아니었든
결국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다 구차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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