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 하주원

반비

 

 

정신과 의사가 쓴 운동에 관한 책이다.

전체적으로 운동의 이로운 점과 필요에 관해 제대로 인지할 수 있게 잘 쓰여진 책이고,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긴 하지만 제목과 표지의 유쾌한 인상에서 느낄 수 있듯이 무겁게 쓰여진 글은 아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표지와 제목에 끌려 본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책의 내용이 꼭 가볍게 써진 건 아닌 듯 하고,

정신과 의사가 쓴 운동에 관한 글로 읽는다고 해도 그것도 그것대로 깊게 다루진 않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말 '정신'과 '운동'만 다루기 때문에

식단, 다이어트, 운동 방법 등의 실천적인 내용을 기대한다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읽은지 비교적 지난 책이므로

이 책에 대해 생각나는대로만 요약해보면,

 

정신과 의사가 쓴 운동에 관한 책이고

저자는 폴댄스라는 운동을 한다고 했고 (아니, 그런 생소한 운동을?!),

운동은 생각보다 다양했으며,

뒷장의 여러 운동들도 소개되어 있었다.

 

또 운동에 관해 독려하는 내용이 주이므로 운동을 하기 싫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으면

자 운동해야겠다! 하고 그 마음가짐을 잡을 책으로서 좋았다.

 

그게 대강,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뭉뚱그려 본 이 책의 인상이었다.

 

그렇다면 주요 내용은 무엇이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선생님, 마음, 뇌에 관한 일부 글들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발레를 배운 지 석 달쯤 되었을 때 선생님이 엄마를 불러서 통보했다.

"아쉽게도 얘는 전공 못 합니다."

정작 나는 전공할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데!

재능 없어 보이는 애가 너무 열심히 하니까, 전공을 원하는 줄 알고 선생님이 부담스러웠나보다.

 

학생이란 원래 한없이 부족해야 가르치는 사람의 존재 의미가 있다.

내가 못하니까 선생님이 돈을 번다.

그룹 수업에서 나만 못 따라가 민폐라고?

천만에. 그럴 때 선생님들은 속으로

'아이고, 저 회원님 혼자 못해서 의기소침해지면 어쩌지? 그만두면 안 되는데.'

라고 걱정한다.

 

내가 못한다고 싫어하는 티를 낸다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강사의 인성 문제다.

그걸 왜 못 하는지 진심으로 답답해하는 선생님도 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절망했다.

하지만 못하니까 학생이다. 배우러 온 것이다.

쉽게 풀리는 문제만 풀 수 있는 직업은 없다.

재능이 없거나 몸이 굳은 사람을 어떻게 지도할지 고민하고 길을 뚫어내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몫이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성실성, 규칙 지키기, 무리한 요구 안 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수강료를 제때 잘 내는 것이다.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몸의 움직임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여도,

굳이 따지자면 몸의 건강이 먼저다.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몸이 반드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몸을 움직여 건강하게 만들어 마음도 강해지는 쪽이 그나마 쉽다.

 

누운 나, 앉은 나, 걷는 나는 같지만 다른 존재다.

 

뇌만 몸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몸도 뇌를 통제한다.

뇌가 부모라면 몸은 자식과 같다.

부모 말대로 자식이 움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식 이기는 부모는 거의 없다.

 

누워서 하루 종일 숏폼 영상을 보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계속 누워 있으면 뇌는 수면 모드인 느린 뇌파를 뿜어낸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뇌의 각성도가 떨어져, 없던 우울감과 무기력도 생겨나게 된다. 앉거나 활동을 시작하기 더 어려워진다.

운동에서 시작이 무엇보다 어려운 이유이다. 내가 해오던 편한 자세의 고유감각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운동을 계속하던 사람들이 더욱 꾸준히 하게 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하던대로 하기가 쉽다.

그래서 시작이 어렵다.

 

 

 

깊은 생각은 반드시 좋은 것일까?

대한민국의 교육 과정은 논리적 사고를 중시하여 이를 훈련시킨다.

하지만 인간은 아주 잠깐, 그것도 고도로 집중해야만 간신히 연역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존재다.

우리는 결코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논리는 감정의 영향을 받고, 감정은 몸의 영향을 받는다.

마음과 몸은 늘 함께 간다.

몸이 없는 마음은 없다.

 

 

의과대학 시절 신경외과 교수님이 사실상 뇌는 이렇게 생겼다고 그렸다.

뇌를 감싸고 각종 신경전달물질의 이동을 돕는 뇌척수액의 순환 경로가 동그란 머리뼈 안쪽에서 끝나지 않고 목, 등, 꼬리뼈까지 어이지기 때문에 척추도 결국 뇌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척추의 상태는 뇌 건강에 중요하다.

 

신경계는 끊임없이 활동하기 때문에 마음이란 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쌓여 뇌가 바뀐다.

 


 

그런데 저자에게 발레 전공을 못한다고 말한 선생님은 왜 그랬을까.

첫 부분에 나온 이야기라 더 기억에 남았을 수도 있는데 저렇게 쉽게 학생을 포기하고 단정짓는 선생님이라니.

재능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별로 선생님의 태도로서는 달갑진 않다.

그래서 책에 있었던 글을 빌리면

'인간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튼 감정의 기복은 누구나 겪는다. 이럴 때 몸을 움직이는 것은 도움이 된다.

거창하게 나, 운동한다! 같은 움직임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이 책은 그 시작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분명하다.

 

실제로 운동하기 싫을 때 한 페이지라도 읽으면 정말 움직이게 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런 관점으로 옆에 두고 읽으면 도움이 되는 운동에 관한 책으로 권하고는 싶다. 또 책 자체도 얇고 가벼우니까 소지하고 다니면서 운동하기 싫을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기에도 좋다.

 

한편으로는 뼈와 살로 이루어진 우리 몸의 경이로움도 느끼면서.

 

 

한데 다시 생각해보면 표지와 제목은 그 정신과 의사, 정신, 운동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얼핏 보기에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쓰긴 했지만 운동에 관심이 있을 모든 독자를 위한 책은 맞으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탁월한 제목과 표지라니! :)

사실 이런 제목과 인상의 책에 종종 속았다는 표현도 쓰고, 완전히 새롭게 다가오는 표지도 아니긴 하지만 그런 의미라면 잘 만들었다고 본다.

정말 이 제목과 표지 아니었으면 눈길도 가지 않았을 책 같으니까.

그래서 이것은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말이긴 하지만 한낱 독자 나부랭이 중 하나로서 잘 만든 책으로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드형(광고전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프랜 리보위츠  (0) 2026.06.21
관찰력 기르는 법  (0) 2026.06.08
편집자 되는 법  (0) 2026.05.21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0)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