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라파엘 라시드

민음사 출판

 

 

영국인 저널리스트가 한국에서 11년간 살면서 경험한 한국 사회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외국인이 말하는 한국이 궁금해서 읽게 됐는데 글로만 봤을 때는 다 알 법한 이야기를 평이하게 풀어내 쓴 글 같아 조금 아쉬웠다.

물론 그 내용은 저자가 적었듯이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국의 과학 기술이 얼마나 독보적인지, K-문화가 얼마나 유니크 하고 쿨한지, 김치와 비빔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한국 사람들의 정이 얼마나 따뜻하고 깊은지" 같은 글은 아니었지만, 저자가 그와 다른 내용을 쓰고자 했다면 좀 더 신랄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왜 한국에서 사니? 우리 모두가 '헬조선'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데...”라고 말하는 한국인이라면 외국인이 말하는 우리나라에 관한 더 이상의 어떤 나쁜 이야기여도 다 무난히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정작 그 내용은 그랬는데 저널리스트 글에다가 엘르코리아 잡지 연재물을 엮은 책이라 글로서만 봤을 때는 평이하게 다가와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대신 저널리트스트의 시각에서 이야기한 한국이라 그동안 언론의 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씨에 따르면, 전문가에 따르면, 업계에 따르면, 소식통에 따르면, 관계자에 따르면... 등은 한국 미디어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왜 미디어는 당사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런 모호한 표현을 자주 빌리는 것일까.

외국의 정론지가 정보의 출처를 익명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해당 콘텐츠의 및 매체의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독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매체일수록 익명의 주장을 남용, 남발하지 않는다. .

 

 

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출처가 익명으로 처리된다. 예컨대 회사의 신제품 출시 관련 기사를 읽는다고 했을 때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문구만 등장한다.

이처럼 익명의 주장이 난무하다 보니 기사의 출처가 아예 가공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기사 속에서 부정확한 인용구나 숫자들을 발견하기란 굉장히 흔한 일이다. 가령 언론은 정부나 기업 그리고 시민 단체가 제공하는 보도 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배경 지식이 없거나 깊게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독자들은 왜곡된 정보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게 된다. 이런 제한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독자들은 곡해된 '시민 사회' 여론을 사실처럼 인식하고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정말 뉴스 기사를 볼 때 전문가에 따르면, 업계에 따르면... 그런 문구들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면 전문가 누구누구의 말에 따르면, 누구와의 취재, 인터뷰 이런 식으로 쓰인 적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정말 출처는 콘텐츠의 신뢰와 연결된다고 여기고 있었음에도 그런 말들을 일말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봤던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등의 말도 꾸며낸 말이었을 수도 있었던 걸까. 그런데 그건 전반적으로 모든 인터넷 미디어의 관행 같기도 하다.

 

 

나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 속에서 기준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제대로 지키고자 하는 노력하는 매체를 원할 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그 기준은 어디까지 어떻게 밝히고 지켜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지키려는 노력이 있는 사회면 좋겠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 점에 관해 새롭게 깨달을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은 이미 수많은 외국인이 언급하고 외신에서 말하는 "K-패션, K-뷰티, K-푸드, K 팝, K- 드라마, K- 문화"들을 다루는 내용이 아니므로 우리나라를 많이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다소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연애와 결혼, 계층과 노동, 혐오와 차별 등의 내용이 다 수긍이 될까. 따지고 보면 이것도 개인의 성급한 일반화나 의견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예를 들어 뉴스에서 "한국인은 시기심이 많고 돈을 좋아한다"라고 했다고 치자.

그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나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전문가가 그렇게 정의해 버리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한국 사람은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은 안 그런 사람일 수도 있음에도 말이다. (당연히 그런 사람이면서 자신은 그런 한국인은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왜 사냐?는 물음에 저자는 한국이 편해서라고 했다.

모든 게 빠르게 이뤄지는 한국은 그런 면으로 보면 정말 살기 편한 나라일 수 있다.

그러나 돈이 많은 사람만 살기 편한 나라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면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고 일반화하는 것일 수도 있으므로, 단지 나는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심하게 욕하면 "그럼 한국에서 도대체 왜 살아?"라고 반문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런 사회가 잘못이지 나라가 잘못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은 안으로 굽어지지 밖으로 굽어질리 없으니까.

그리고 "꿈이 뭐예요?"는 책에서 말하는 이유로만 묻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반화가 위험할 수 있다. 

 

어쨌거나 객관적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다면 외국인의 눈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면을 발견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널리스트로서의 글보다 좀 더 개인 경험에서 풀어쓴 글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저널리스트의 통찰있는 글이었으나 그런 글이 보고 싶었다.

728x90
그리드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른의 어휘력  (0) 2022.08.26
작고 똑똑한 심리책  (0) 2022.08.23
컨버티드 : 마음을 훔치는 데이터분석의 기술  (0) 2022.08.14
드가  (0)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