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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하지 않는 삶

 

과식하지 않는 삶, 이시구로 세이지

머스트리드북 출판

 

 

일본의 소화기외과 전문의가 소식과 건강에 관해 쓴 책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식습관을 조절하고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미 굳어진 나쁜 습관과 편리한 환경은 바꾸기 쉽지 않다. 허나 책을 읽으며 그 안일해 보이는 건강의 요소를 다시금 자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가공식품에 관한 글이 그랬다.

 

출처 : stock.adobe.com

 

"초가공식품을 만드는 방법은 장난감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요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정제당(액상과당, 말토덱스트린, 포도양, 유당), 가공 유지(수소화 혹은 에스테르 교환으로 만들어진 기름), 가공 단백질(가수분해 단백질, 대두 단백질 분리물, 글루텐, 카세인, 유청 단백질)이 들어간다. 이런 물질은 고수확 품종의 식물성 식품(유전자 조작 옥수수, 밀, 대두, 사탕수수 등), 공장형 축산에서 나온 동물 사체 등을 정제하거나 분쇄하거나 추출해서 만든 것이다. 한데 섞어서 모양을 빚거나 튀기거나 굽거나 하는 기계화된 공정을 거쳐 식품으로 조립된다. 여기에 착색제, 향료, 유화제, 그 밖의 식품첨가물을 넣어 구미를 당기게 하고, 방부제를 넣어 보존 기간을 늘리고, 세련된 모양새로 포장하면 완성이다.

초가공식품은 원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알면 도저히 음식이라 생각할 수 없는 먹거리다. 본연의 재료가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와 액체가 가공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먹음직스러운 식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현대에는 이런 방법으로 만든 가짜 식품이 곧바로 소비할 수 있다는 편리성과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신선식품으로 차린 식사를 대체하고 있다. 우리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빵, 시리얼, 요구르트, 채소 주스 등으로 아침을 먹으며 매일같이 초가공식품을 다량 섭취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섭취하는 초가공식품의 양이 늘면서 건강에 미치는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이름도 모를 다양한 성분의 재료가 가공식품에 포함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재료들은 대파, 양파, 감자 같이 명확한 음식 재료에 비해 불명확하다. 그런데 왜 잘 알지도 모르면서 먹고 있었을까.

물론 가공식품 또한 엄격한 절차와 관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을 알지만 책의 내용을 보니 비교적 건강을 위해서는 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러한 음식들은 간편하게 구입하고 쉽게 먹을 수 있어 과식하기 쉽다.

과식의 유해성과 소식해야 되는 이유에 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인은 텔레비전과 신문잡지,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식욕을 자극당하고, 식욕에 휘둘리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탐식과 대식의 늪에 빠져든다. 적게 먹으면 의사도 필요 없다고 하는데, 식욕을 절제하면 건강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이 없다.

다양한 실험에서 식사 열량을 제한하는 소식이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이 일관되게 증명되었다.

 

몸속의 모든 대사 반응은 효소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하나하나의 화학반응에 특이한 한 가지 효소가 반응한다. 우리 몸속에는 약 2천 가지 효소가 존재한다. 효소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단백질이 세포에 중요한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백질은 위를 통과한 뒤 췌장의 소화효소, 장내 세균이 분비하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당연히 췌장의 소화효소 분비 능력도 나이 들수록 떨어진다. 젊은 시절에는 고기를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이 들면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부대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단백질 분해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몸에 좋다고 단백질을 잔뜩 먹으면 어떻게 될까?

단백질이 분해되면 가장 먼저 아미노산이 여러 개 결합한 화합물인 펩타이드가 된다. 최종적으로 펩타이드는 작게 분해되어 아미노산 형태로 체내에 흡수된다. 그러나 단백질 분해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소화 흡수되지 않은 펩타이드가 대량 장속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런 펩타이드는 대장에서 장내 세균에 의해 부패된다. 그 결과 암모니아와 아민, 인돌 등의 물질이 만들어진다.

 

나이 들수록 위의 위산 분비 능력, 췌장의 소화액 분비 능력이 떨어진다. 우리는 본래 단백질을 다량 섭취하는 민족이 아니다.

 

우리는 대변과 소변, 땀, 호흡을 통해 매일 해독하고 있다.

신장은 혈액에서 불필요한 성분을 걸러 오줌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호흡도 중요한 해독 경로로 작용한다. 얕은 호흡이 아니라 깊은 호흡으로 몸속 유독물질을 충분히 배출해야 한다.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 중 하나는 산성 식품을 과다하게 섭취해 몸이 산성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몸은 늘 소변으로 산을 내보내는 등 혈액 pH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애쓴다.

 

“과식은 몸에 좋지 않다. 밥은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들어온 말이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러 번 씹으면 입 안에서 타액이 많이 분비된다.

현대의 연구에서도 타액은 입 안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속에 흘러든 후 재활성화되어 소화효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췌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음식을 여러 번 씹어 다량의 타액과 함께 삼키는 일의 중요성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우리 몸은 무엇을 먹었느냐보다 무엇을 얼마나 분해해서 어느 정도 흡수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전날 저녁에 먹은 식사가 모두 소화되지 않았다면, 아침을 걸러야 한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점심을 먹어서는 안 되며, 몸이 아플 때는 미음은 물론 식사를 금해야 한다.

몸이 상하는 것은 제 욕심이 원인이다. 무엇보다 음식에 대한 욕심을 참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는 적당한 양만 먹고, 과식하거나 과음하지 않으며, 식후에는 반드시 몇백 보를 걸어야 한다."

'양생훈', 가이바라 에키켄


책에서 말한 나이 들수록 소화능력과 단백질 분해능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의외로 다가왔던 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을 위해 채소나 과일을 먹자고 하면 식상한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다음과 같은 글을 읽는다면 바르지 못한 식습관을 교정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출처 : pexels.com

 

채소나 과일을 먹자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럼 채소나 과일 대신 무엇을 먹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식물은 모래에서는 자라지 못하지만, 흙에서는 잘 자란다. 모래와 흙의 차이는 그 안에 생물 유해와 부패물, 미생물이 존재하느냐에 여부에 있다. 흙 속에 미생물이 없으면 식물 뿌리가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없다.

사람의 장 점막을 확대한 사진을 보면 작은 돌기 모양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는 얼핏 식물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식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장 내부에 장내 세균이 없으면 영양분을 원활하게 흡수할 수 없다.

대지의 성분을 섭취하려면 채소나 과일 외에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 장내 유익균의 주된 먹이가 되는 난소화성 전분이나 식이섬유를 섭취하기 위해서라도 식물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출처 : stock.adobe.com

 

몸속에 대지의 성분을 유입하기 위해 채소나 과일을 먹는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데 당연히 인공적인 것이 아닌 대지의 성분인 음식을 두루 먹어야 하는 것이 맞았다. 혹자는 그조차도 요즘에 자연 그대로의 식품이 어디 있냐고도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작은 노력이라도 중요한 것을 알겠다.

 

아무튼 이 책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저자가 적었듯 "과식하지 않고 건강하게 먹으며 절도있는 식습관을 실천하자"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소식을 꾸준히 하려면 습관과 마음가짐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 책은 그 시작에 앞서 미흡하게나마 도움이 될 책으로 보인다. 이미 건강하려면 적게 먹고 운동해야 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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