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2, 강신주
동녘 출판
철학가의 고민상담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고 총 3권의 시리즈 책으로 되어있다.
예전에 3권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2권도 읽어보았다.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일은 향유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정치는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의 기구다, 쫄지마는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않아야 한다로 읽혔다.
일
자기가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우리 사회는 돈을 버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죠. 돈을 벌겠다는 초점만 있는 사람들에게 일이 뭐가 중요해요? 돈만 벌면 되죠.
물론 표면적으로는 돈과 관계없는 고민도 있어요. 예를 들면 직장에 새로 온 후배가 자신과는 다르게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굴어서 짜증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분이 돈만 많았으면 이 꼴 저 꼴 안 보고 그만두면 되는 문제로 보여요.
여러분은 팔리지 않는 일은 가치 없대요. 팔리는 일만 가치 있다는 거죠. 그렇게 팔리는 일 가지고 취업했으면 잘 살면 되잖아요? 그런데 왜 싫은지 아세요?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돈을 냈으면 향유하고 즐거워야 되잖아요. 그런데 등록금을 내자마자 일이 복잡해져요. 누구를 위한 등록금인가요? 정확하게는 자본가들을 위한 등록금이에요. 여러분들은 그 비싼 돈을 가지고 뭘 배워요? 여러분이 원하는 걸 배워요? 자본이 원하는 걸 배우잖아요.
자본주의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자발적 복종'이에요. 한 단계를 건너뛴 거죠. 누가 시키지를 않아요.
옛날의 노예는 탈출을 하려고 했는데, 우리는 나를 써 달라고 해요. 이게 자본주의의 비법이에요. 나를 써 달라고 하는 거죠.
자본주의의 특징은 자기가 더 잘 쓰이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주인이 원하는 걸 배운다는 겁니다.
이젠 우리가 하는 일들이 모두 다 돈과 노골적으로 관련되어 있어요.
갈수록 정권과 자본은 밥그릇을 걱정하게 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하죠. 그래야 우리가 자기들의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배고프면 시키는 대로 다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타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노예라고 부르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의 일을 하게 되면 여러분들은 부지런해져요. 내가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영화 보는 걸 어떻게 게으르게 하겠어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은 부지런해져요.
인간의 행복은 아주 쉬워요. 노동하는 시간을 극단으로 줄이고 향유하는 시간을 넓히는 데 행복이 있어요.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자신이 하는 일이라는 것, 그게 중요합니다.
정치
대통령은 예산을 어디에 집중할지를 결정합니다. 권력은 여기에서 오는 거예요. 세금을 걷어서 예산이 모이면, 이 돈을 어디에 분배할지 결정하는 것이 행정부수반의 고유 권한입니다.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의 기구예요.
현대 부르주아 사회에서 국가가 자본가의 편을 드는 건 가장 많이 수탈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삼성에서 세금을 얼마나 내요? 엄청 많이 내죠. 반면 우리는 그에 비해 거의 안 내는 편이죠.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누구 편에 서서 정책을 실시할까요? 당연히 삼성 편을 들겠죠.
일단 삼성이나 대기업이 잘 돼야 이 돈 가지고 가난한 사람한테 분배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겠죠.
몇몇 사람들은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현저히 재산 규모가 달라지거든요.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이 사회에서 누가 정치에 가장 민감하겠어요? 가진 사람들이에요.
쫄지마
'나는 항상 정직해야 되고 순수해야 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도화지 같은 분들이죠. 이분들은 사는 게 힘들어요. 왜냐하면 세상은 지저분하거든요. 도화지에 먹물이 튀어요.
싸우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권력자를 이기는 방법은 뻔뻔해지는 거예요.
세상은 우리를 다 쫄게 한다고요. 우리가 쪼는 건, 어린애 같고 정직해서 그래요. 일기장 쓰는 사람처럼 산단 말이에요. 이 태도를 가지면 안 돼요. 일기를 쓰는 데, 첫 번째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순 거짓말인 일기를 써 보세요.
정직하게 까놓고 고발하는 사람들, 자기 고백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약해요. 자기의 속내를 이야기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요.
누군가 칭찬해 주면 좋고, 누군가 칭찬 안 할 거 같으면 쫄죠. 인정받고 싶으신 거예요.
모든 인간관계의 문제는 인정을 받으려고 해서 생겨납니다. 누가 무슨 욕을 하든지 간에 그걸 의식하면 안돼요. 왜냐하면 누군가 욕을 했는데 그걸로 화가 나고 속이 상하다는 것은 인정받겠다는 걸 드러내는 거거든요.
사람들은 남 말하기 좋아해요. 사람들은 남의 불행으로 자양분을 얻으면서 자기 행복을 영위하거든요. 주변에 친구들 잘 보세요. 나보다 힘들게 사는 친구 꼭 한 명은 있지 않나요? 그 아이를 만나면 희망이 생기지 않던가요? '나는 그래도 살 만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먹고 살거든요.
'누구도 나를 모른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어떤 사람도 자신을 몰라요. 여러분 스스로도 여러분을 모르는데요, 뭘. 다른 사람들이 알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우리는 다음 순서로 성장해야만 해요. '쪼는 나- 뻔뻔한 나 - 당당한 나.' 그러니까 우리는 당장해질 때까지 뻔뻔해지도록 노력해야 해요. 무모함이나 순박함이 아니라 뻔뻔함이라고요. 여러분들을 힘들게 하고 쫄게 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싸우는 방법은 뻔뻔함이에요.
그런데 아무래도 예전 책이고 주제가 주제인지라 우리는 세상을 바꾸려고 했지만 우리만 바뀌었다는 그런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그 와중에 책에 주목할 만한 공동체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여러분 가정을 생각해 보죠. 집에서 거실을 누가 가져요? 아무도 못 갖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죠. 나도 가질 수 있고 아버지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거실에 있는 순간, 나는 거실에서 물러납니다. 반대로 내가 거실에서 친구와 있을 때 아버지는 거실에서 물러나지요.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거실과 같은 영역이 바로 공동체의 영역입니다.
어떤 사람이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어서 아무나 소유할 수 있는 형식이야말로 사랑의 형식이자 진정한 공동체의 형식입니다.
이 공동체의 영역을 어떻게 확보할까가 중요한 거죠.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이 공동체가 와해됐어요."
그 공동체를 또 어떤 집단으로 바라보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나 갈수록 모두 뿔뿔이 흩어지거나 독점하고자 하는 사회에서 결국 자본주의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길들여지는 것인지, 길들여진 채 살아가는 게 맞는지.
때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도 하지만 그건 또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쩌면 세상에는 계속 실망할 수밖에 없고 사회도 벗어날 수는 없으니 각자 알아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게 개인의 삶으로 보면 맞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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