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을 그리면서 배운 101가지, 이종범
동녘 출판
이종범 웹툰 작가가 웹툰에 관해 쓴 책이다.
일종의 그림 작법서 같은 책은 아니나 짧게 적힌 글들이 직관적으로 웹툰 창작의 핵심을 설명한다.
최대한 빨리 엉망인 콘티를 짜보라.
1년 동안 주간 연재를 하면 52화가 쌓인다. 나 역시 그중에서 수정할 필요가 없었던 콘티를 짠 기억은 단 한 화였다.
웹툰은 그림을 못 그려도 된다는 건 오해다.
정성 들여 자세히 묘사한 그림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지만, 웹툰의 가독성을 해칠 위험이 아주 크다. 모든 컷을 자세하게 묘사하면 스크롤이 술술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 작가들은 일부러 좀 더 심플하게 묘사한 그림으로 원고를 작업한다. 다만 한 화에서 가장 중요한 컷, 독자의 스크롤을 멈추게 만들 컷에서 온 힘을 다해 그림을 묘사해보는 것은 좋다.
인체 해부학을 모른다고 웹툰을 못 그리는 것은 아니다.
내 웹툰이 해부학 공부가 필요한 종류의 작품인지 아닌지는 원고를 그려보면 알 수 있다. 만약 필요하다면? 해부학을 마스터한 뒤에 원고를 그리기보다는 맘에 안 드는 원고를 그리면서 연습하는 쪽이 더 빠르다.
그 시간에 연습하는 게 낫다.
재능을 탓하기보다 재능을 탓해야만 하는 순간까지 연습하는 게 낫다. 만화를 그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어떤 재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욕망이 있어야 한다.
욕망이 없는 주인공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와 같다. 처음엔 뒤에서 밀어줄 수 있지만, 결국은 욕망을 가져야 여정을 떠날 수 있다.
결핍이 있어야 좋은 캐릭터다.
인간은 누구나 결핍을 안고 있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 일생이라는 여정을 떠나는 것이 삶이다. 따라서 좋은 캐릭터는 해결되지 않은 자신의 그림자, 결핍, 구멍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강하게 원하지만 얻지 못하면 호소력이 생긴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지만 얻기 어려운 이야기는 호소력이 있다. 이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을 기억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겨울잠과 얼어 죽음은 한 끗 차이다.
어떤 사람의 꿈은 겨울잠을 자다가 훗날 다시 깨어나지만, 누군가의 꿈은 그 과정에서 얼어 죽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언젠가 작가가 되는 사람들은, 직업으로 만화를 그려야 하는 이유를 오랫동안 고민한 사람들이다.
대형견 두 마리와 산책한다고 생각하라.
만화를 그린다는 건 자신감과 자존감이라는 두 마리 대형견을 끌고 산택을 나가는 일과 비슷하다. 다루는 요령이 중요하다는 듯이다. 자신감이 튀어나갈 땐 작가가 되고 싶게 만들었던 거장의 작품을 보여준다. 그러면 얌전해진다. 자괴감이 웅크리고 있으면 과거에 그렸던 그림이나 데뷔작을 보여준다. 그러면 기운을 낸다.
만화를 잘 그리는 한 하나의 법칙이 있다면
만화를 잘 그리는 수많은 방법들을 모두 버리고 하나만 남기라면 이것이다. 그림도, 이야기도 아닌, 만화를 많이 그려라.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머리에 번뜩인 특정 이미지와 장면은 이야기 창작이라는 길을 떠나도록 등을 밀어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 길을 완주하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이야기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대하는 순간을 통과해야 한다.
흔히 웹툰 하면 그림부터 떠올리며 접근하기 쉬운데 대략 작가의 메시지를 보면 웹툰을 직접 그리면서 성장해라는 뜻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그림의 방향성은 여러 가지나 웹툰은 스토리, 캐릭터, 연출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언제나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하다.
결국 웹툰을 즐겨봐도, 그림을 좋아해도, 작가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다면 만화를 그릴 수 없다고도 생각된다.
사실 모든 예술이, 작가들이,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일들이 그렇긴 하다.
아무튼 얇고 짧은 책이나 웹툰을 그리고자 한다면 한 메시지, 또 한 메시지 천천히 읽어봐도 좋을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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