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욕의 과학

728x90

 

식욕의 과학, 앤드루 젠킨슨

현암사 출판

Why We Eat Too Much

 

 

사람의 식욕과 함께 지방, 렙틴, 인슐린, 설탕, 오메가3, 오메가6, 교감신경계 등에 관련한 전반적인 모든 건강과 산업식품에 관해 포괄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그와 함께 과거 인류가 사냥해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식품과 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 의학, 인류학을 오가며 먹기를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밝혀내고, 비만과 음식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로잡는다. 한마디로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먹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현대 식생활이 어떻게 우리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체중 설정값이다.

 


오랜 세월 대다수 언론이 떠들어대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지지한 것처럼 비만은 개인이 선택한 결과일까? 아니면 가정 환경이나 양육 방식으로 빚어진 결과일까? 아이들의 비만은 부모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혹은 가족력이 있는 유전 요인이 문제일까?

 

가공식품에 노출된 모든 인구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

1. 비만에 저항성이 있는 사람 - 지금도 정상 체중이며 현재 체중을 쉽게 유지할 수 있다.

2. 비만에 취약한 사람 - 현재 정상 체중이거나 과체중이다. 가공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중이 증가한다.

3. 비만에 매우 민감한 사람 - 현재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먹는 음식의 열량을 신경 쓰고 운동을 해도 체중 문제로 고생한다.

 

엄마가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거나 과도하게 섭취하면 엄마에게서 물려받는 유전자에 이미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는 비만 가능성과 함께 비만이 되기 쉬운 후생적 형질도 물려받는다.

 

임신한 쥐에게 급식 형태의 먹이를 과잉 공급하면 태어난 자손은 먹이를 정상 수준으로 먹은 어미 쥐에서 태어난 자손에 비해 왕성한 식욕과 공격적인 먹이 탐색을 보이고 비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에게 곡물과 기름이 섞인 고열량 먹이를 주고 우리에 가둬두면 몸집이 급속도로 커진다.

 

사람의 경우 임신기에 혈당이 높으면 태어난 아기가 아동기에 비만이 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고 임신 기간에 비만이면 아이가 네 살이 되었을 때 비만이 될 확률이 두 배에서 세 배 더 높아진다.

 

엄청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요지는 인간도 식생활을 바꿔 곡류와 기름이 주원료인 음식을 먹게 되면 몸집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렇게 먹으면 사람도 덩치가 더 커지고 뚱뚱해진다. 모든 포유동물이 그렇다.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인간과 소, 실험용 쥐의 생명 활동 대사 기능은 차이가 없다.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육되는 농장의 동물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마른 체형이 될지, 날씬한 몸이 될지, 평균 수준, 우람한 체격 또는 비만이 될지 자신의 몸 크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불리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서 불리한 환경에서 살면 체중 문제로 괴로워하면서 살게 되어 있다.

 


 

곧, 모든 사람의 체중 설정값은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고 거기에 가공식품과 산업화된 식단까지 더해지면 더더욱 살을 빼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은 의식적으로 조절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허기와 식욕은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조절한다.

뇌가 인체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허기 신호가 커지고 대사로 낭비되는 에너지는 줄어든다. 그 결과 체중이 증가한다.

 

렙틴은 지방 세포 내부에서 만들어져서 혈류로 곧장 유입된다. 뇌의 체중 조절 센터인 시상하부는 렙틴의 메시지를 전해 받고, 현재 에너지가 충분히 비축되었으니 더 이상 저장할 필요가 없음을 인지한다. 이에 따라 들어오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식욕은 감소하고 동시에 포만감은 증가한다. 에너지를 연소시키기 위해 인체 대사율은 증가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체중은 정해진 범위 내로 유지된다.

 

저장된 에너지가 많을수록 세포는 부풀어 오르고 크기가 커진다. 살이 찌기 시작할 때는 지방 세포가 늘어나지 않는다. 세포 수는 그대로고 지방 세포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 부풀어 올라 원래 크기보다 여섯 배까지 커진다. 그러다 세포 내부에 더 이상 에너지를 저장할 공간이 없으면 세포 수가 늘어난다.

 

 

뇌가 기능하려면 포도당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단 음식을 중시하고 단 음식만 보면 열광하도록 진화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구 사회에서 설탕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식품이 설탕에 절여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뇌가 원하는 양은 채 한 스푼도 안 되는 대략 반 스푼 정도인데 실제로 몸에 들어오는 음식은 설탕이 아홉 스푼 정도 든 저지방 블루베리 머핀이다.

이렇게 혈류로 또 다시 설탕이 잔뜩 흘러들어 오면 인슐린은 또 다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인슐린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가공식품은 대부분 설탕과 지방에 소금을 살짝 넣은 다음 잘 섞어서 만든다. 고도로 정제된 밀가루가 첨가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이 혼합물에 마무리 작업으로 색소와 향미료, 유화제, 보존료를 첨가해서 가공되지 않은 음식의 맛을 흉내 내며 역겨운 품질을 감춘다. 여기에 부드러운 식감이나 쫄깃함, 바삭함 등 다양한 특징을 일관성 있게 부여할 수 있으므로 먹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형형색색의 라벨에 몸에 좋다는 문구가 적힌, 끝내주게 맛있는 식품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건강에 매우 취약하다. 다름 아닌 당신과 나, 호모 사피엔스 전체가 그렇다. 음식을 익히는 법을 알게 된 덕분에 진화할 수 있었던 인간은 이제는 식품을 직접 제조하고, 그렇게 가공된 식품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가 줄면 뇌에는 앞으로 기근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신호가 전달된다. 그 결과 빠졌던 체중이 다시 늘어날 뿐만 아니라 설정값이 상향 조정되어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보다 체중이 더 늘어나고 만다.

세상에는 수많은 다이어트법이 있고 방식도 전부 다르지만 환자들이 마주하는 결과는 대부분 동일하다.

 


 

따라서 체중을 감량하고 싶다면, 겉으로 들어오는 에너지와(음식) 나가는 에너지(운동)만 고심할 것이 아니라 인체의 안(내부)을 다스린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운동을 해서 몸무게가 감소하는 이유는 운동을 하면 체중 설정값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설정값이 감소해야만 인체가 에너지를 내보내고 체중이 줄어든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열량 소비를 늘릴 수 있어서가 아니라 코르티솔 농도를 낮추고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해서 대사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서 운동선수처럼 신체를 단련하면 운동이 체중에 끼치는 영향도 커진다. 하루 2시간씩, 일주일에 거의 매일 1,000칼로리 정도 소비하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인체 대사에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이 발생한다.

 

음식을 건강하게 먹기 시작하면서 식욕이 거의 줄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 행동은 단순히 신체가 느끼는 허기나 호르몬 변화로만 유발되지 않는다.
식욕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충동이 밀려오면 훌쩍 타고 넘어라. 치솟는 모든 것은 반드시 하강한다!
사람들은 먹고 싶은 충동이나 식욕이 계속 커지기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식욕이 느껴질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만히 관찰해보면 식욕의 강도가 점차 변화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말은 식습관, 운동 또한 체중 설정값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뜻도 된다. 여러 가지 내용들이 적혀있었지만 책의 중요한 요지로는 그렇게 읽혔다.

그와 또 다르게 책에서 중요하게 읽어볼 만한 내용으로는 식품 산업에 관련한 내용이 있었다.

 


과학계는 늘어나는 심장질환이 식생활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 용의자는 지방과 설탕이었다.

 

유드킨 박사의 연구는 큰 주목을 받았고 설득력이 충분해서 설탕을 향한 대중의 인식도 바뀔 것 같았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을 감지한 설탕업계가 먼저 나서서 조치를 취했다. 1967년 이들은 하버드 대학교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엄청난 지원금을 기부했고, 곧 설탕은 죄가 없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그리고 심장질환의 원인으로 비난을 받아 마땅한 대상은 지방으로 바뀌었다.

 

 

2017년 전까지는 과학자가 지원금의 출처를 밝힐 필요가 없었고 여러 업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일도 흔했으므로 설탕업계는 드러내지 않고 연구를 지원할 수 있었다. 이제는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없는 당시 과학자들이 남긴 연구 결과는 '섭식 심장 가설'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근거가 되었다.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이 주장이 승리를 거머쥐려면 앞뒤가 맞지 않는 다른 근거도 필요했다. 그 결과 우리의 영양 상태는 바뀌었고 이 변화는 수 세대로 이어졌다.

 

 

불리한 자료를 배제하는 편향 연구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과학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상품을 더 많이 팔고 싶다고 하자. 이 상품은 약일수도 있고 식품일수도 있다. 판매하려는 상품이 우유라면 당신은 사람들에게 우유가 건강에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5년 동안 매일 우유를 마시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이제 당신은 과학자를 찾아가서 돈을 지불하고 연구를 의뢰한다.

논문이 나온 다음 날, 신문에 이런 헤드라인이 실린다. '우유를 마시면 달리기가 빨라진다!'

 

이 같은 가상의 상황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연구를 충분히 여러 번 실시하면 입증하고자 하는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가 무작위 확률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여기엔 중요한 속임수가 또 한 가지 숨어 있다. 이 연구는 5년간 진행되었으므로 누군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려면 다른 수익을 포기하고 똑같이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업계가 제공한 돈에 휘둘리는 과학자들은 그 방향대로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에 개입하는 산업계의 힘이 막강할수록 또는 제공하는 돈의 액수가 커질수록 과학 연구의 방향과 '과학적 사실'에 끼치는 영향력도 강력해진다.

영양 연구는 조건을 통제하고 연구 대상자를 계속해서 관찰하지 않는 한 편향과 오류가 생기기 쉽다.

 

건강한 식생활 권고에 기반이 되는 영양학적 역학 연구에는 결점이 많다. 식습관 조사는 부정확하기로 악명이 높은 회상 방식의 설문 조사로 실시되고, 질병은 실제 진단이 아닌 증상을 토대로 보고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헐거운 데이터'로 통계를 분석하고 마음에 안 드는 결과는 배제하면, 사실상 어떤 내용이든 사실로 만들 수 있다. 무엇이 '사실'인지를 대형 산업체가 좌우할 수 있다.

 

연구에는 정치인과 그 정치인들의 로비스트, 로비스트에게 자금을 대는 식품업체, 식품업체의 이윤, 과학자들, 식품업계가 제공하는 연구 지원금 그리고 식품업체의 수익을 만드는 소비자들까지 훨씬 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비만대사수술과 콜레스테롤, 섭식 심장 가설에 관한 내용은 다소 의구심이 든 면도 있었지만 설탕과 지방, 산업에 관한 이런 내용은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내용이라 좋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무언가 믿든, 믿고 싶지 않든 소비자로서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어찌할 수 없이 다 받아들이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긴 하다. 소비자에게는 의혹을 가질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책은 식욕과 신체의 메커니즘, 건강에 관한 여러 가지 내용을 다루고 있어 좋았다.

하지만 체중 설정값만 본다면 그건 본래 신체가 현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 바른 식생활이나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므로 이 책도 기타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한 비슷한 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게다가 책의 분량도 방대한 편에 속해 엇비슷한 내용의 반복으로 점점 읽어나가기 힘든 점도 있었다.

그래도 읽은 후에는 모든 사람의 체중은 유전일 수 있으며, 체중 또한 쉽게 빼지 못하는 건 개인이 과섭취나 운동 부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런 면에서라면 이 책을 읽은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살이 찌는 것은 누구에게 유리한 일이 되는 걸까.

우리 모두가 나쁜 식습관은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한쪽에서는 더 판매하고 먹이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운동하는 법을 알려주고 판매하려고 하니 현대의 산업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와중에 사람들은 그런 유전이나 환경은 뒤로 하고 살을 빼지 못하는 것은 나의 의지 탓, 개인의 노력 부족, 혹은 날씬하고 마른 이들을 추앙하니 한편으로 그러한 모순은 기이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유전과 환경에 굴하지 않고 누군가는 건강을 생각해 운동하고 식생활을 관리하기도 하지만, 정작 사냥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사람의 뇌와 몸은 다른 궁리를 해서 그런 괴리도 발생하나 보다.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