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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늘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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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늘리는 법, 박일환

유유 출판

 

 

국어교사였으며 시인 겸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가 쓴 어휘에 관한 책이다.

어휘 늘리는 법이라는 책 제목에서 기대할 수 있듯이 어휘력을 늘리고 싶어 읽었지만 작가나 번역가가 아닌 이상 일반 독자로서는 이 책에서 강조하는 어휘의 중요성이 얼마나 와닿을까 싶었다.


언어는 사유를 펼치는 데 필요한 기본 수단이다. 생각이 먼저 있고 생각을 언어로 표현한다고 이해하기 쉽지만, 생각과 언어 중에 무엇이 먼저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생각과 언어는 동시성을 지닌다는 게 언어학자 대다수의 견해다. 언어 없이도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독일 사상가이자 언어학자인 훔볼트는 "우리는 언어가 우리에게 보여 주는 대로 현실을 인식한다"라고 했다. 이 말은 현실이 언어를 규정하지 않고 언어가 현실을 규정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그 말은 어휘 늘리는 법이라고는 하기에는 구체적으로 어휘를 늘릴 수 있는 법에 대한 것은 부족했고, 글과 언어의 중요성만 잔뜩 깨달을 수 있는 책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휘를 늘리려면 어떡해야 하는가?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바는 이렇다.

 

어휘를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종류가 됐건 글을 써 보는 것이다.
어휘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무 당연한 말일 수 있겠으나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실천하기 어려워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긴 하지만 너무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그 사실을 깨닫기 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책에서는 여러 어휘들을 다뤄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말에 이렇게 다양한 단어와 표현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노랗다가 그랬다.


 

감노랗다 : 감은빛을 약간 띠면서 노랗다.

'감은빛’이 있고 '감노랗다'가 있으면 혹시 '감파랗다'는 없을까?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감파랗다 :  감은빛을 띠면서 파랗다.

감파르다 : 감은빛을 띠면서 푸르다.

감푸르다 : 감은빛을 약간 띠면서 푸르다.

감푸르잡잡하다 : 감은빛을 약간 띠면서 푸르스름하다.

감파르잡잡하다 : 감은빛을 띠면서 약간 짙게 파르스름하다.

감파르족족하다 : 감은빛을 띠면서 칙칙하고 고르지 않게 파르스름하다.

감노르다 : 감은빛을 띠면서 노르다.

감자주색(-紫朱色) 감은빛을 띤 자주색. 감자줏빛(-紫朱-) 감은빛을 띤 자줏빛.

 

색채를 나타내는 우리말이 참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하나의 낱말로 시작해서, 거기 딸린 곁줄기를 훑어 가는 사이에 저절로 어휘 공부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이 책에서 엿볼 수 있었던 어휘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어휘의 다양성에 놀랍기도 했지만 이렇게까지 이런 어휘를 알 필요가 있을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또한 정치에 관한 글은 어휘 책에서 굳이 다룰 필요가 있는 글처럼 보이지는 않아서 불필요해보이는 면도 있었다.

 

당연히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는 소리뿐 아니라 글도 필요하니 글을 잘 쓰는 것도 일상에서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언어를 사랑한다면, 한국어를 사랑한다면, 또는 어휘의 폭을 늘려서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내 머릿속의 실마리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길 바란다면 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유출판사의 땅콩문고 시리즈 책인 만큼 얇고 가벼워서 금방 읽을 수 있다.

 

한데 생각해 보면 어휘를 늘릴 수 있는 법의 가장 기본 바탕은 모국어인 한국어를 사랑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사랑해야 알려고 노력할 것이고, 노력한 만큼 상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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