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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먼저 건넸을 뿐인데

 

한마디 먼저 건넸을 뿐인데, 이오타 다쓰나리

동양북스 출판

超雜談力

 

 

잡담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건다는 것은 상대에게 암묵적으로 '당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요'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문제는 말을 걸고 싶지만, 어떤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하느냐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에 필요한 모든 노하우를 집대성했다.

 

책의 시작에 앞서 저자는 잡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람들은 보통 잡담이 필요한 상황이 찾아올 때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침묵이 어색하다.

대화가 재미없고 잘 지속되지 않는다.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더욱 긴장한다.

 

설령 이야기를 잘했더라도 잡담을 할 때마다 아래와 같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나요?

 

쓸데없는 대화만 주고받아서 따분하다.

언제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리액션에 신경을 써야 하므로 피곤하다.

잡담을 나눠봤자 관계가 더 진전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라고 하면 이 두 가지 경우 말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1. 친구나 친한 사람과 서로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떠드는 대화.

2. 업무를 위한 논리 정연한 대화.

하지만 잡담은 친구와 나누는 즐거운 대화도 업무를 위한 대화도 아닌 '제3의 대화'입니다.

잡담이란 '미묘한 관계의 사람과 적당히 이야기하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매우 섬세한 대화 방식'입니다.

잡담은 평범한 대화와는 전혀 다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잡담에 관해 제 3의 대화, 또는 섬세한 대화라고 여겨본 적은 없어서 잡담의 정의로 새로웠고, 전체적으로는 "잡담이란 말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행위"라는 말이 와 닿았다.

그 외로는 잡담에 관해 책에서 눈여겨 볼만한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다양한 책과 이론에서 상대방의 대답이 '네/아니요'로 끝나버리는 닫힌 질문(closed question)은 대화가 확장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일은 잘 돼?"

"주말에는 보통 뭐 해? 지난 주말에는 뭐 했어?"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아프거나 하진 않았지?"

 

당신이 '물어보기 쉬운 질문'이 아니라 '상대방이 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하는 것. 명심하길 바랍니다.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오로지 질문만 하면 상대방은 불안해합니다. '나만 얘기해서 좀 거북하다', '왠지 속마음을 떠보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자주 ~하는데요(자기를 드러낸다). 그런 적 없으세요(상대방에게 화제를 돌린다)?"

"저는 요즘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자기를 드러낸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상대방에게 화제를 돌린다)?"

 

흥미를 갖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심코 자신의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법이죠.

그러므로 적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나면 상대방에게 'How about you(당신은요?)'라고 물어보고, 반드시 서로 번갈아가면서 말해야 합니다.

잡담은 상대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겁니다. 한쪽은 계속 말하고, 나머지 한쪽은 계속 듣기만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싫은 소리를 했을 때에도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은 굉장히 유용합니다.

 

A : 참 좋겠어요. 농땡이를 쳐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니까요.

B : 감사합니다. 정말 그러네요.

 

A :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오는 사람은 여유가 있잖아.

B : 고마워. 나도 정말 좋은 남편이라 생각해.

 

편리하고 써먹기 좋은 '감사합니다'를 꼭 유용하게 활용해보세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 대답하고 싶은 질문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 대답하기 힘든 질문에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세요. 이것이 잡담의 철칙입니다.

 

"몇 명 정도 사귀어봤어?"

"아, 글쎄요. 제 친구들은 보통 다섯 명 정도 만났더라고요."

 

"솔직히 연봉 얼마야?"

"제 나이에는 보통 어느 정도 받죠?"

 

"자녀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어?"

"보통은 몇 살쯤에 아이를 낳나요?"

 

잡담을 하면서 받은 질문에는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대방이 던진 말을 받아넘기며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열심히 말을 해도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자꾸만 이야기가 툭 끊겨버리면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까요?

침묵이 찾아오면 자신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화제 삼아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이것이 잡담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좋네요', '멋져요', '근사해요', '대단해요' 등등 칭찬하는 말은 뭐든지 좋습니다.

물론 겉치레 말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거짓말 혹은 빈말을 하는 것 같더라도 일단은 호의적인 리액션을 하세요.

잡담이란 그런 긍정적인 마음을 주고받는 걸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언어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렇게 책의 예처럼 쉽게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여서 책의 내용만으로는 아쉬웠던 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까지 기교이고 어디까지 마음인 건지.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침묵이 싫어서 다양한 화제로 분위기를 띄우려다 보니 너무 지친다"가 모두의 본심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그렇지만 옮긴이가 적었듯이 그 잡담이라 불리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 자체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당신이 궁금하다, 당신을 알고 싶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라는 일종의 그 사람에 관한 관심의 표현과 인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즉 할 말이 없는 이유는 그만큼 상대에게 내가 마음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어쨌든 피상적인 인간관계와 기교로 하는 대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잡담의 화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내용이 많았으므로 사람들과 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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