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열린 책들 출판 /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Frappe-toi le cœur
단적으로 말하면 엄마의 질투와 일그러진 모성에 관한 소설이다.
게다가 이런 책은 흔하지 않다면 또 흔하지 않기에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주인공 디안은 아름다운 아가씨였던 마리에게서 태어난다.
하지만 엄마가 된 마리는 자신의 딸 디안을 질투한다.
"우울증은 무슨! 그 아이는 자기 딸을 병적으로 질투하고 있어요. 그래서 힘들어하는 거라고요."
"자기 애를 뭐 하러 질투하겠소?"
"질투에 무슨 이유가 필요해요! 우린 두 딸을 공평하게 키우려고 애썼어요. 둘 중 누구도 편애하지 않았죠.
브리지트는 제 동생보다 못났으니까 질투를 하려면 그 아이가 했을 거예요.
정작 그 아이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오히려 마리가 질투를 부렸죠.
난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어요.
마리가 우리 도시에서 가장 예쁜 아가씨로 자랐고, 결혼도 아주 잘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어요.
그 아이가 자기 딸을 질투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도대체 아기한테 뭘 질투할 수가 있다는 거요?"
"아기가 천사처럼 예뻐서 주변의 관심을 끌잖아요. 그걸로 충분하지."
"마리가 아기를 학대한다고 생각해요?"
"아니, 마리는 못되지도 미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딸에게 조금도 애정을 드러내지 않아요.
불쌍한 디안은 아마 감당하기 어려울 거예요."
"어떻게 그런 천사 같은 아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지?"
딸을 질투하는 엄마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리의 엄마, 아빠, 또는 남편은 모두 마리의 딸에 관한 질투를 목격했다.
여하튼 디안은 진실로 엄마의 잘못된 모성 속에서 자라난다.
그리고 이후 그 태어나자마자 틀어진 관계 속에서 성장하다가 한 의사를 만나고 심장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된다.
여기서 디안이 만난 올리비아와의 대화를 통해 독자는 왜 책 제목이 너의 심장을 쳐라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건 그렇고, 왜 심장내과를 선택했어요?"
"두 번의 계기가 있었어요. 열한 살 때 아주 특별한 의사를 만나면서 의학도가 되기로 결심했죠.
미리 말씀드리는데, 심장내과의 경우에는 제 지원 동기가 선생님한테 아주 황당하게 들릴 거예요"
"말해 봐요."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너의 심장을 쳐라, 천재성이 거기 있으니'라는 시구였죠."
오뷔송 부인이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있었다.
"황당하게 들릴 거라고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당황한 디안이 말했다.
"천만에요. 정말 멋져요. 그렇게 놀라운 시구도, 지원 동기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너의 심장을 쳐라, 천재성이 거기 있으니.' 알프레드 드 뮈세라고 했죠?"
"예."
"대단한 인물이네요! 놀라운 직관력이에요! 그의 말이 맞았다는 거 알아요?
심장은 어떤 기관과도 달라요. 옛사람들은 생각, 영혼... 뭐 이런 것의 본산으로 봤는데 그럴 만해요.
나도 20년 넘게 연구하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신비롭고 기발하거든요."
그러나 이 시구의 '심장을 쳐라'는 결말에 가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른 양상을 띠며 끝난다.
디안이 크게 삶에서 만난 엄마였던 마리, 의대 심장내과 교수였던 올리비아, 올리비아의 딸이었던 마리엘은 모두 여성이다.
소설에서 옮긴이의 말에는 디안이 달아난다고도 하는데 어찌 보면 디안은 계속 대상만 옮길 뿐 무언가를 찾아다닌 듯 보이기도 한다.
엄마를 떠나 독립적으로 보였던 순간조차도 디안은 계속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
따라서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모성의 중요성인 걸까.
하지만 그렇게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엄마였던 마리 역시 그 누군가의 딸이었고 어떠한 특성을 지닌 양육자에게서 자라났고,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끝이 없는 모성의 유전일 수도 있다.
그리고 디안이 끝에 마리엘을 품으며 한 선택으로 보면 엄마와는 다른 길일 수도 있으므로 단지 이 소설을 그릇된 모성으로 결론짓기에는 복잡하다.
물론 역시 디안의 모성 역시 잘못됐다면 잘못된 애정이라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소설은 너의 심장을 쳐라고 하더니 심장에 칼을 꽂고 끝난다.
그렇게 여성, 모성, 심장, 서슬 퍼런 이미지로 점철된 소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잔혹한가?
아니 전혀 잔혹한 면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심장에 칼을 꽂아야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괜히 제목이 너의 심장을 쳐라가 아니지 싶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엄마도 딸을 질투할 수 있다는 사실인지 모른다.
실제로 엄마는 아들은 자신과 전혀 다른 알 수 없는 대상이라 질투하지 않지만 딸은 자신과 같은 비슷한 존재로 여겨 질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반대로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럴지도 모르지만, 부모는 자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상식만 떨어뜨려 놓고 보면 엄마도 사람이고 딸도 사람이고 그들 모두 감정이 풍부한 여성이니 없을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게다가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질투하지 자신과 너무 다른 대상을 질투하지는 않는다.
아니 때로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지닌 게 사람이라면 자신이 창조한 창조물도 질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니 태초의 나의 사랑의 시작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떠올려 보면,
그런 이유로 괜히 사람이 사람을 마주하고 기른다는 것은 어렵고 험란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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