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 신아로미
부크럼 출판
혼자 사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책 전제의 혼자는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결혼하지 않고 혼자 잘 사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처음엔 누구나 혼자다. 결혼한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이가 마치 자신은 한 번도 혼자였던 적 없었다는 듯이 군다. 그리고 이내 혼자인 사람에게 신기하고 안쓰러운 눈빛을 보낸다. 그런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내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 묻는데, 그런 질문을 들으면 속으로 생각한다. '왜긴요, 원래 사는 것처럼 변함없이 사는 것뿐인걸요. 태어날 때 혼자 태어났잖아요.'
가끔 어떤 사람들은 내게 가정불화와 같은 문제가 있거나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 건 아닌지 탐구한다.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설령 본인 부모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 결혼에 관심 없다 한들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혼자 사는 게 좋은 이유는 있지만, 혼자 사는 데에 굳이 이유를 찾지 않아도 괜찮다. 혼자 살고 싶은 당신은 문제가 없다. 원래부터 우리는 홀로 태어났으니까.
그런 이유로 크게 결혼에 관심 자체가 없는 나로서는 공감 가는 부분은 많이 없었지만, 만약 결혼에 고민이라면 더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책처럼 보였다.
그저 책에서 좋았던 글은 다음과 같다.
정말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자신했는데 객관적으로 뭘 월등히 잘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초라해질 지경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마다 대체 잠은 언제 자는 거냐고, 체력 정말 좋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적인 시간을 살았는데.
그 결과가 그럭저럭 인생이라니.
억울하고 믿기지 않아서 뭐라도 계속 생각해 내야 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경쟁하려고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살면서 남들보다 잘한 게 하나쯤은 있을 텐데?
아무것도 없나 보다. 어쩔 수 없네. 더 많이 살아 봐야겠어.
내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무너뜨릴 수도, 다시 쌓을 수도 있다.
오직 내 뜻대로 내 시간에 맞춰 설계해 나가면 된다.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게 처음이라면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있을 테니 서러워할 필요 없고 자기 연민에 빠질 필요도 없다.
내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만 있으면 아무래도 괜찮다.
원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 그렇게 당신만의 세계가 확장된다.
잘 살고 싶다. 정말이지 내 마음에 들게 살아 보고 싶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해 보고 싶다.
별 볼 일 없는 나의 아주 평범한 인생으로 어떻게, 얼마큼 이루며 살지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것이다.
저자는 '신아로미'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책에 적혀 있던대로 마치 "세상에 더 다양한 모습의 삶이 전시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모두 절대 똑같은 모습으로 행복해질 수 없음을 기억하면서.”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자처해 증명하듯이.
그런데 의외였던 점은 댓글에 "결혼하면 좋아요"라는 글이 달린다는 점이었다.
게시물을 올린 나는 당연히 미혼들의 지지만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평소와 같은 일상 콘텐츠에 '미혼'이라는 단어만 붙였으니까. 기혼자는 바보,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폄하 발언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혼자 잘 살고 있다는 내 미혼 게시물에 "결혼해도 좋아요"라고 부연 설명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부정적인 댓글들도 수없이 많았지만 몇 가지 정리해 보겠다.
"잘 살면 이런 건 왜 말하냐. 조용히 살면 되지."
"결혼 안 한 게 아니고 못 한 거 아님?"
"어디 얼마나 혼자 잘 사는지 보자."
"늙어서 아프면 서럽다."
결혼 안 하고 혼자 잘 사는 것을 말했다는 이유로 정신적으로 결핍 있는 사람까지 됐다. 진짜 홀로 잘 사는 이들은 굳이 이런 게시물을 올리지 않는다면서.
솔직히 다른 건 모르겠고, 진짜 홀로 잘 사는 이들은 결혼이라는 단어조차도 떠올리며 살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주변에는 '혼자'보다 '우리'로 사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다수니까 가끔 결혼 안했어? 결혼 안 해? 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찌할 수 없이 결혼 안 한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기는 할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자연스러운 혼자인 그 삶을 남들한테 설명할 필요는 못 느낄 것 같다.
그런데 굳이 혼자 잘 살고 있다는 저자의 게시물에 "결혼해도 좋아요"라고 댓글 다는 건 무슨 심리일까 싶다.
그렇지만 그걸 저자의 책에 적힌 단어를 빌려 '탐구'로 보면 귀엽다 :-)
서로가 서로를 탐구하며 간섭도 하지만 그건 분명 너를 이해해 보려는, 생각해주려는 시도다.
그러나 저자는 혼자 잘 지내는 것일 뿐 연애도 했고, 결혼하자고 했던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결혼 안 한 사람들을 보면서, 또는 기혼 아닌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괜한 탐구심으로 걱정이나 우려는 안 하는 게 낫겠다.
그렇게 보면 저자의 말처럼 왜 결혼해야 하는데? 라고 되돌아 물으면 선뜻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아무튼 결혼 안 한 것보다는 혼자 잘 지내는 삶이 궁금해서 읽었는데 평이했지만 소소하게 읽을 만한 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여름을 정말 싫어해서 겨울은 해외에서 지내고 오니 한국은 봄이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여행자에게는 그런 삶도 가능하겠구나 싶어 그게 가장 부럽고 인상적이었다.
(거봐, 결혼 아니더라도 삶은 이렇게 다채롭고 놀라운 면 투성이라니까요)
그런데 다들 그것이 마냥 중요한 것처럼,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은 안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보면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채널을 운영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자기 객관화, 심하지 않은 수준의 자기 비하와 불만족, 결과물에 대한 높은 기준, 신념' 같은 것들 있다면 혼자 살아나가기에 뭘 그렇게 어려운 일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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