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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게 살 거야

 

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

책 읽는 고양이 출판

 

 

저자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하는 미니멀리스트로서 최소한의 삶과 그 본질에 관해 이야기한다.

외형적 단순함을 넘어 내면까지 비우는 삶을 사는 미니멀리스트의 미니멀 라이프 예찬론.
저자는 3년 간의 다운사이징 경험을 통해 진정한 미니멀리즘이란 외형을 넘어 행복의 본질에 다가가는 강력한 생활의 도구임을 발견한다.

 

흔히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 하면 널려진 물건 하나 없이 잘 정돈된 집, 물건 버리기, 여백 있는 깔끔한 인테리어 등을 떠올릴 수 있는데 저자는 물건의 색을 통일하지 않아도 저렴한 물건을 잘 쓸 수 있다면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하는 점이 이례적이었다.

 


 

나는 저렴한 게 좋다. 미적으로 아름답지 않다도 충분히 오래 쓸 수 있다면, 절약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다.

내 성격과 스타일을 반영하면 좋지만, 경제적 허용 범위를 넘어서면서까지,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아름다운 삶이 꼭 아름다운 물건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색감이 다소 촌스럽고 통일감이 없어도, 꼭 필요한 단출한 세간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명백한 미니멀리스트다.

좋은 물건만으로 치장한 집은 예쁜 사진을 남길 수는 있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과 소외감을 심어준다.

 

색상을 통일하면 보기 좋은 건 확실하다. 하지만 물건을 사는 매순간마다 색상을 통일해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저렴을 떠나 나는 색의 통일이나 톤, 취향 등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일부 다르게 읽히는 점도 있었다.

물론 때로 그 취향이나 개성이라는 것도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부산물을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수납에 관한 글이나 소비에 관한 글은 좋았다.

 


 

나는 수납이 싫다.

나는 수납이 싫었기에 수납할 만한 싹 자체를 잘랐다.

 

수납함도 모이면 '짐'이 된다. 집안은 온갖 수납함과 박스들로 넘쳐날 것이다.

지저분함을 피하려고 물건마다 집을 만들어주면 그 집이 결국 또 다른 짐이 되어 새로운 지저분함이 생겨난다.

박스 안에 가두든 펼쳐놓든, 결국 공간을 차지하기는 매한가지다.

수납을 어떻게 할까 궁리하기보다 수납 자체가 무의미해질 만큼 필요한 물건만 남기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모든 정리의 기본은 '비움'이고 그 시작은 '버림'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수납함이나 정리 도구도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정답은 물건 줄이기다.

해답은 가벼운 소유의 무게에 있다.

 

 

소비를 자주 하면 할수록, 공간을 가꾸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이런 상황을 자주하면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한다.

집의 크기를 늘리든지, 물건을 버리든지.

하지만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고려 대상에 없다.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돈을 버는데, 보상받을 쇼핑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 고생을 더 영구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진실된 소비를 하라고 일깨우고 싶다.

 

물건을 살 때는 여전히 계속해서 묻고 또 묻는다.

필요한가? 그렇다면, 그 필요는 진짜 '필요'가 맞는가?

 

돈을 쓸 때는 그 행위가 고스란히 피부로 전해져야 한다.

서너 개씩 계좌를 개설하면서 지출을 품목별로 세분화 한다고 알뜰한 게 아니다.

돈을 쓰지 않는 것만큼 빠르고 확실한 재테크는 없다.

 

형체도 없는 주식, 거품처럼 부풀어오른 부동산, 금융업이라는 괴물이 만들어낸,

일반 사람들은 해석조차 할 수 없는 암호 같은 기호들...

모두 빚이 빚을 부르고 소비에 소비를 조장하는 허상들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돈을 더 쓰라고 한다. 소비를 조장해서 경제를 활성화하자고 한다.

할인 딱지를 붙여 안 사면 손해라고 협박한다.

 

 

나는 더 이상 돈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돈에 의존하지 않는 내성을 기르면 돈 없이 사는 삶도 그리 어렵지 않다.

 


 

글을 읽다보면 단순하게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른 말은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사는데 필요 이상 소유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해 단순하게 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추천한다.

그 마음가짐 먹기에 곁에 두기에 좋을 책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한데 끝으로 아쉬운 점 하나만 적어보자면, 읽다보면 저자의 집이 궁금하고 참고로 하고 싶어지므로 저자의 집을 볼 수 있는 다른 소셜미디어 같은 매체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란 것을 알지만 읽다보니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내가 못 찾은 걸 수도 있다) 없어서 아쉬웠다.

 

여하튼 어수선하지 않은 집과 물건이 가득하지 않은 집이 좋다.

사치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는 사람이 좋다.

타인에게 미니멀 라이프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의 삶을 동경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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