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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그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 마타요시 나오키

김영사 출판

その本は

 

 

책이라는 단어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왠지 모르게 '그 책은'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고리타분하고 재밌지 않을 것 같지만 무척 엉뚱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에 관한 에세이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와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마타요시 나오키가 함께 쓴,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책 이야기. 두 작가가《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드처럼 13일 동안 번갈아 가며, 52귄의 특별한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이야기가 엉뚱하고 재치있고 독창적이라 흥미로웠는데 52권의 책 이야기 중에서는 조금 충격적이었던 엔딩의 책갈피, 얇아서 책받침으로 써도 되는 가오리가 등장하는 아무도 죽지 않는 책 , 가가가가가 좀비, 책이 된 남자에 관한 글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너는 뭘 그릴지 어떻게 정해?"

"그냥 대충."

나는 과연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다케우치 하루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는 건 아닐까?

좋아하는 건 맞지만 어쩌면 그보다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향한 동경이랄까, 부러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에 더 가까울 것이다.

 

 

물리자마자 바로 좀비처럼 말하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좀비 같은 목소리가 나오므로 초조해하지 말고 기다립니다.

이제 남의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됩니다.

"초면에 죄송합니다. 당신을 물어도 되겠습니까?"라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더라도 상대한테는 "가갸가가가갸가가, 가가가가가가, 갸가가가가갸가가, 가가가가가?"라는 식으로밖에 안 들리니 말해봐야 소용 없습니다.

 

 

그 책은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피할 틈도 없이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나는 픽 쓰러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책이 되어 있었다.

 


 

그 밖에 이 책의 내용은 두 남자가 왕에게 들려주는 책 이야기로 엮어져 있는데 결말까지 재치있다.

 

 

 

어떻게 보면 모든 내용이 요시타케의 신스케 작가의 발상에다 자전적인 내용일 것 같기도 한데, 두 사람의 글이 함께 자연스럽게 어루어지는 것도 의외인 점 중의 하나다.

 

그리고 아무래도 아이책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부모라면 창의적으로 자라렴 하고 이런 책만 읽게 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불현듯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바로 부모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녀에게 권하거나 강요하는 심리인 걸까?!

그런 유년이 없었던 게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주입한다고 한들 그만큼의 효력은 없는 것 같다.

그와 반대로 이런 내용에도 십분 공감하게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책을 가지고 있는 한, 나는 언젠가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 책은 꽃밭에 두면 사랑스러워 보인다.

콘크리트 위에 두면 고독해 보인다.

정글에 두면 야생 동물처럼 보인다.

싫어하는 사람이 들고 있으면 재미없어 보인다.

웃는 사람이 들고 있으면 왠지 재미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책은 책장에 꽂아 놓으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모든 순간, 책 내용은 똑같은데도.

 

그 책은 사람을 가린다.

 


 

사실, 개성이니 독창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원대한 무엇을 해도 크게 그의 생활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물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그는 충분히 동경할 만하다.

 

 

아무튼 창의적이고 독창적이고 엉뚱하고 재미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또는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추천할 만하다.

그리고 이 책이라면 밤에 잡아먹지는 않을게 하고 팔랑팔랑 날아오며 주인이 될 독자를 가리지는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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