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물욕의 세계

 

물욕의 세계, 누누 칼러

현암사 출판

Kauf mich!

 

 

오늘 하루 세계 곳곳에서도 생산과 소비는 끊임없다.

소비는 경제를 이루는 근간인 동시에 일이자 삶 그자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상품이든, 서비스이든 그 무엇인가를 판매하지 않는 기업과 회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일로서 그 판매에 가담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돈도 사고 파는 세상이니 이 지구에 팔지 못할 것은 없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인 우리는 종종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왜 난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가구는 이미 충분한데.'

그리고 빚이 그 사실을 증명하듯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소비되는 돈이 훨씬 넘어서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다시 그 빚을 갚기 위해, 또는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열심히 일한다.

정말 곰곰이 들여다볼수록 쳇바퀴에다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왜일까?

진정 소비에 대해 왜 그런지 생각해본 사람이 있을까. 

또는 그 많은 물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지만 이 책은 그러한 소비의 심리부터 사회, 환경까지 다뤄 소비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게 돕는다.


 

사람들은 왜 무조건 뭔가를 사려고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미 집에 이중 삼중으로 가지고 있는,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을 계속 축적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물건을 사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좋은 기분을, 도파민 킥을 주기 때문이다.

 

 

"봐, 난 부자고, 이걸 살 능력이 돼. 당신보다 잘난 사람이라고."

오늘날의 브랜드가 부분적으로는 이미 종교적 광기와 동일시되는 현상은 놀랍지 않다.

가장 좋은 예가 애플로, 이 기업은 신제품 런칭 때마다 거의 미사 행렬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그 사이 '비싼 브랜드 = 양질의 제품'이라는 방정식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게 되었다.

 

아디다스, 나이키, 뉴발란스처럼 스니커즈로 유명한 브랜드들은 상품 가격이 평균 100유로 이상이다.

그중에서 자재비 8유로, 재봉사 임금을 제외한 생산비 5유로, 그리고 재봉사는 신발 한 짝당 겨우 40센트를 받는다.

이외에도 운송비, 관세, 중개비까지 더하면 대충 5유로에 달한다.

이 모두를 계산하면 약 18.40유로로, 최대한으로 산정한 가격이다. 나머지 80퍼센트는 브랜드와 스니커즈를 판매하는 스포츠 매장 손에 들어간다.

신발 한 켤레 값을 수천 유로까지 올리는 것은, 다름 아닌 열정을 바쳐 스니커즈를 고르고 수집하는 사람들이다.

운송까지 포함한 생산에서 이런 가격을 붙이는 것은 1920년대 대공황 때나 있을 법한 일이다.

말하자면 신발에 부여된 가치는 매우 자의적이다.

 

나의 구매 행위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겠지만, 내가 산 셔츠가 정말 '더 좋은 면'으로 '꽤 공정하게' 생산된 것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내게 이것을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시 말해 내가 아는 것은 단지 완성된 제품과 가격뿐이다.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사무실에서 쓸 커피잔을 어느 색으로 사야 할까 오래 고민하다가 드디어 하나를 샀지만, 그 후로도 집과 사무실에서 계속 다른 색으로 살 걸 그랬나 하고 끊임없이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잼의 경우에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왜 내 단골 슈퍼마켓에, 세어보니 77가지 서로 다른 마멀레이드가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H&M 그룹 회장인 카를 요한 페르손은 한 인터뷰에서 소비의 부끄러움은 "처참한 사회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H&M의 옷을 만드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더 이상 일자리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러분이 우리 매장에서 옷을 사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습니다."

카를 요한 페르손 씨, 당신을 위해 옷을 만드는 사람들도 굶주리고 있다.

높은 매출로 이익을 보는 유일한 사람은 당신뿐이다.

이젠 어떤 책임 전가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은 2020년까지도 여전히 최저생활임금을 받지 못했다.

 

대기업과 소기업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뭘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돈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의 안녕과 건강과 행복이 목적이 아니다.

한마디로 그들이 바라는 건 오로지 돈뿐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남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또 내일도 오늘처럼 똑같은 모습이기를 바라는가?

자아가 불안한 사람은 똑같은 모습을 원치 않을 것이다.

좋다. 그럴 때 경제와 산업은 손쉽게 내가 아무런 가책 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을 제품을 사게 만들고, 동시에 내가 산 물건이 빨리 망가지도록 미리 손을 쓴다.

이런 방식으로 경제는 사회적 구조를 역겨울 정도로 이용한다.

 

사사키 후미오는 자신의 저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비싼 물건이 더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점을 매우 근사하게 기술했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100유로의 반지를 사든, 500유로 혹은 3,000유로의 반지를 사든 상관없다. 행복의 크기는 매번 똑같다. 500유로 하는 반지가 이보다 싼 반지보다 다섯 배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 우리는 다섯 배 더 많이 웃지 않고, 다섯 배 더 오래 행복하지 않다. 사치품의 가격에는 상한선이 없지만 행복감은 한계가 있다.

만약 500유로 반지가 100유로 반지보다 다섯 배 더 행복하게 해준다면, 행복에 이르는 길은 돈과 소유를 통해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부자가 되고 아무리 많은 물건을 쌓아놓고 있더라도 당신의 소유물이 당신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쁨에는 한계가 있다."

 

"호기심에 차서 뭔가를 탐색하면 우리 몸은 내내 보상을 해줘.

무언가를 발견한 다음 충분하다는 느낌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우리가 쇼핑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 자신을 증명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임금은 점점 줄어들어 우리는 일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수요가 공급을 결정짓는 시스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급이 공급을 결정한다.

 

우리는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에 둘러싸여 '과잉 쇼핑' 상태에 있다.

모든 것이 숨가쁘고 현란하고 요란하다. 출퇴근 시간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을 견뎌야 한다. 그래서 한 번씩 숲속 한가운데에 있는 적막한 나무집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큰 사회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기보다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단지 상상의 세계로 몸을 피한다.

 

우리의 구매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많은 사람이 일정한 궤도에 내던져졌다. 어떤 이는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더 이상 구매 능력이 없어지고, 어떤 이는 상황이 더 심각해서 '소비자 신용'이라는 이름의 올가미에 걸려든다.

 

우리는 물건을 계속 사기 위해 이미 구입한 상품에 실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구입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비의 어떤 측면을 들여다봐도 항상 소비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구입한 것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도록 사회화가 되든, 무의식에 바로 영향을 끼치는 시장의 유혹에 넘어가든, 스트레스에 치이고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 잠시 생화학적 만족감을 얻으려고 하든 다 똑같다. 모든 것은 늘 더 많이 사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침에 허둥대며 출근하고, 사무실 가는 길에 재빨리 커피를 사서 카페인 수혈을 하고, 직장에서는 미니 냉장고, 전기 커피포트, 전자레인지 및 개수대를 사용할 수 없으니 음식을 가져오거나 근처 식당에서 사 먹으라는 지시를 받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삶인가?

매일 저녁 7시 직전에 피곤한 몸으로 쏜살같이 마트로 달려가 10분이면 준비되는 인스턴트 음식을 사 먹고, 이어서 영혼을 달래줄 누텔라를 퍼먹는 게 우리가 바라던 것인가?

 

생활의 질은 고스란히 우리가 가진 돈과 수입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또 다른 파도가 계속 밀려들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서너 가지의 일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회사는 점점 임금을 낮추고 있고, 요컨대 결과적으로 뼈 빠지게 일한다 해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한 생활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적게 일해도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엘리트 의식을 가진 자들에게 내가 잠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가?

요점은 '그것이 정말 필요한가?'하는 물음에 있다.

 


 

이 책은 소비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루므로 단순히 욕망을 줄이거나 소비를 줄이라고 하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소비를 다루다 보니 읽다 보면 물욕을 줄이거나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따라서 적정한 소비를 하고 싶은 사람, 또는 물질의 욕구로 더 많이 일하고 성공하자고 하는 마음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경제의 본질을 살펴보게 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읽어보길 권한다.

 

 

728x90
그리드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자인 트랩  (0) 2024.10.11
조그맣게 살 거야  (0) 2024.10.04
그 책은  (0) 2024.09.11
자기계발을 위한 몸부림  (0) 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