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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노력의 배신, 김영훈

21세기북스 출판

 

 

한국은 노력이라는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다.

스스로도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믿는 것이 사회 기조다.

그러나 이 책은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며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라고 말한다.

 

물론 책에서 노력해도 안 될 사람은 안 된다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읽히기에는 그렇게 읽혔다.

책에서 그러한 주장은 다른 문화권과 비교, SAT와 수학능력시험, 결혼생활, 타고나는 체형, 수학 등등으로 여러 가지로 뒷받침한다.

그 내용을 주관적으로 요약해 보면 이렇다.


 

서양 사람들은 모든 인간은 재능과 능력을 타고난다고 믿고 모든 사람은 다 다르게 태어나기에 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자신은 변할 수 없지만 세상은 변할 수 있다고 믿으므로 세상은 더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동양 사람들은 자신이 변할 수 있으니 세상의 변화에는 큰 관심이 없고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또 자신이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고 믿으므로 다른 사람들도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고 믿고, 노력이라는 명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훈계와 정죄를 일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사람은 바뀔 수 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가지고 있기에 결혼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싸움이 빈번이 일어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결혼생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다툼은 개개인의 바뀌지 않는 성격적 특질로 인한 것이므로 사람이 바뀌지 않으니 계속 반복되는 문제로 평생 싸우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 생활의 행복과 불행을 잘 예측하게 해준 주요인은 어렸을 때의 가정 환경이나 배우자의 태도, 경제적 문제, 건강, 관계의 어려움 등이 아닌 각 배우자의 변하지 않는 성격적 특질로부터 기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성격 차이로 이혼을 결정한다.

 

그렇듯 타고난 기질로 인해 나 자신도, 상대방도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의 재능과 능력도 타고나는 일에 가깝다.

 

 

재능과 노력의 연관성은 재능이 있으면 노력을 하게 되지만 재능이 없으면 노력을 적게 하게 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게 똑같은 두 사람이 같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수능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 재능이 있는 사람의 성과가 더 높은 이유다.

 

재능이 높은 사람이 노력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재능이 낮은 사람이 재능이 높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몇 배로 노력해야 하고 재능이 있는 사람도 놀지만은 않기 때문에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 있는 사람을 이기기 어렵다.

전문적인 사람에게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의도적 연습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혜택도 재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다 쉽게 말해, 태어난 나라, 성격적 특질, 재능, 노력(자기조절), 기회, 환경. 그냥 엄마와 아빠로부터 다 물려받는 부분이다.

외모, 키, 체형만 보더라도 그 가족을 유심이 보면 대를 이어 비슷한 경우가 많듯이,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 갔는지 질문하면 그 답은 뻔하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공부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수학능력시험이 공정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그 공정하다고 여기는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지 못하면 노력하지 않았다며 자신도, 타인도 채찍질한다.

 

사실상 다른 과목은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수학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공부 머리 중에서도 최고는 수학적 재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학은 수능시험을 치르는 한국인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조선 시대에 태어났거나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재능일 수 있다.

 

즉 그 사실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기술과 재능을 알아주는 시대나 나라에 태어나면 성공하지만 아니면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줄 뿐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나칠 정도로 개인의 타고난 재능과 능력, 환경은 무시한 채 공부를 성공과 실패의 척도이자 기준으로 삼아버리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그 모든 노력의 대한 책임 또한 개인에게 전가해버린다.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노력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내용들을 읽고 난 후의 든 생각은 공부라는 관점에서 수학을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이야기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어떠한 일이든 잘하게 되기까지는 허들이 존재하고, 그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는가 없는가가 성공을 판가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여기는 편이라 모든 것을 노력해도 안 된다, 타고나는 것이다로 치부해버리면 그것은 너무 결정론적이고 운명론적인 견해가 아닌가 싶었다.

 

특히 재능에 관해서는 재능은 타고난다, 재능이 있으면 노력한다, 노력하니 재능에 따른 성과가 있다.

알겠다.

하지만 재능이 뭔데요? 하고 물으면 그것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재능이 유전적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나 환경이나 기회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쳐도 재능 역시 공부처럼 경쟁이나 비교, 타인, 그것을 인정해줄 사회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렇게 보면 결국 모든 것은 다 비교해 기인돼서 잘한다, 못한다가 판가름 나는 것일텐데...

과연 그것은 정당할까.

도대체 잘한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이길래.

 

물론 나는 저자가 한국이 노력 신봉 공화국이라고 말한 것에 반박하는 입장은 아니다.

충분히 이 책은 저자의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정도로 설득력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노력이 모든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이미 한국 사람들이 모르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더더욱 재능이 본능의 발현이라고 치면, 이미 모든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재능, 기질, 환경의 범주 안에서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공부해야 할 학생을 제외하면 누구나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지 얼토당토 않은 분야나 관심사에 그 누가 노력을 기울일까.

그러니 만약 재능이 타고나는 것이라고 해도 노력도 자연스럽게 개개인 모두의 타고난 재능에서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재능 없이 태어나면 노력해도 안 된다. 노력해도 안 된다.

받아들일 수 없다.

스스로 경계해야 할 태도는 성공이나 성과를 이뤘을 때 이것은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이고 너는 노력하지 않아서 못 이룬 것이야 라며 상대를 업신여기는 태도인 것이지 노력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인내든, 자기조절이든, 성실함이든, 행동이든 그 어떤 단어로 대신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노력 신봉 공화국’.

결국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는 알겠는데 그것을 정부와 사회의 책임라고 하면 그 정부를 이룬 것도 그러한 교육과 문화에서 배우고 자란 사람들일 것이므로 생각할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그래도 노력의 방향을 모르겠을 때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하고 누군가 말해준다면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으므로 노력이 왜 중요하지 않은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일정 부분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노력하면 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믿기에 머릿속은 약간 복잡해졌지만 책은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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