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무심코 눈에 들어온 청명한 포스터 이미지와 공허란 단어에 봤던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영화의 줄거리는 회사를 그만둔 여주인공 이이즈카가 아르바이트하면서 보내는 일상을 담았다.

그러던 중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를 만나고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긴 하는데 어느 순간 줄거리도 알 수 없이 영화는 끝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위 말하는 시간 순삭 느낌의 흥미진진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보면서 꾸벅꾸벅한 적도 없는데 어느새 영화의 시간은 다 흘러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보라고 권하긴 어렵지만 영화의 제목에 관심이 가고 마치 브이로그 같은 맑은 느낌의 영상을 보고 싶다면 추천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엄마와 딸, 친구와 주인공의 대화가 기억에 남았다.

 

이이즈카 : 멋지다. 난 이제껏 그런 꿈이나 목표가 없었어.

아야노 : 그래도 매일 아침 눈 떠서 학교에 가고 이렇게 일하는 것만으로도 되게 기특하지 않아요?

늘 생각하거든요. 나 자신이 기특하다고.

 

엄마 : 그래, 그랬구나. 괜찮아.

이이즈카 : 응, 고마워요.

엄마 : 그러고 보니 네 아빠가 요전번에 갑자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지 뭐니?

매번 강아지 사진 보여 주면서 귀엽다고 하거든. 너무 성가셔서 그럼 키우라고 했더니.... 

 

특히 그중에서는 이이즈카가 회사 그만뒀다고 말하고 엄마가 대답하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강아지 얘기하는 대화가 좋았다.

엄마는 밥 먹었니, 잘 지내니, 요즘 어떠니 하지 않고 친구처럼 강아지 이야기를 한다.

물론 누군가는 엄마가 밥 먹었니, 오늘 어땠니 하고 챙겨주는 듯한 대화를 선호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바라보기에는 저런 유형의 대화가 지극히 친구 같은 엄마 딸 사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나 보다.

 

 

 

그리고 처음의 말썽이었던 커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장면도 예뻐서 좋았다.

무엇보다 일본영화나 영화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리얼리티의 색과 영화의 색이 너무 달라서 그 누군가의 일상이나 공간도 저런 색채로 담아내면 다 영화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마도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하루 vlog 영상을 찍는 걸까 하고.

 

그러고 보면 그저 큰 사건 없이 공허하거나 하루가 꽉 차서 흘러갈 뿐인데 예쁘게 담아내면 그 누구나의 하루도 다 저렇지는 않을까.

그러니 그건 또 그런 마음이기도 한 걸까.

누가 내 일상도 예쁘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같은.

물론 실제의 영화를 찍는 것과 브이로그 영상을 찍는 건 다른 일이겠지만 영화가 캐릭터를 담아 보여주는 마음은 그런 게 아닐까.

 

 

여하튼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포스터 이미지도 그러한데 제목도 흥미로워서 괜히 아침이 오면으로 장난치고 싶어진다.

아침이 오면 멍해진다, 아침이 오면 일어나기 싫다, 아침이 오면 주말이었으면 좋겠다, 아침이 오면 커튼이 말썽이다, 아침이 오면 하루를 만난다, 아침이 오면 시간이 온다, 아침이 오면...

그 이상 무의미하게 언어로 장난칠 수도 있지만 진지한 영화에 이러면 안되니까 그만하고 이런 감상을 남겨서 죄송합니다.

 

불현듯 새벽의 맑은 공기와 푸른 빛과 고요가 떠오른다.

역시 아침은 청명이다.

아침이 오면 청명하고 진지하게 아침을 맞이해야지.

그런 날들이 영화의 이이즈카나 현실의 모두에게 이어지면 좋겠다.

728x90
그리드형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광등에 자외선 있을까  (0) 2024.12.24
산문 에세이 차이  (0) 2024.12.21
롯데 프리미엄 가나 헤이즐넛 초콜릿 후기  (0) 2024.12.20
조명색에 따른 효과  (0) 202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