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은 주로 짧은 동영상을 뜻하고 미디어에서는 숏폼의 이점보다는 사회현상으로서의 단점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용어다.
하지만 긴 영상을 의미하는 롱폼이든, 짧은 숏폼이든 단순히 영상 길이의 문제일까?
현재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소비의 흐름은 글에서 영상(롱폼)으로, 그리고 숏폼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 점이 시사하는 바는 언제나 집중력 저하와 관련된다.
즉 온라인에서의 즉각적인 검색과 흥미 위주의 지속적인 콘텐츠 소비 시간(체류 시간 및 시청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고,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게다가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볼 것도 많아지기 때문에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봐야 하니 정신이 분주해지고 산만해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집중력 저하로 나타난다.
디지털 콘텐츠의 반복적인 소비는 뇌를 즉각적인 보상(도파민 분비)에 익숙하게 만들어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을 저하시키고,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해 보이는 점은 따로 있다.
원래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도 읽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원래 안 읽는 사람은 온라인에서도 안 읽는다.
게다가 글 읽기를 좋아하고 즐겨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글을 읽기보다 오프라인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영상도 글에 비해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아니, 개인마다 선호하는 콘텐츠 유형은 다를 수 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할 마음이나 읽을 마음이 없다면 집중해서 보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많다.
따라서 최근에는 짧은 콘텐츠가 주로 흥미 위주로 소비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청 시간과 체류 시간은 개인의 검색 습관, 정보의 중요도, 그리고 집중력에 따라 달라지는 일로 봐야한다.
그러므로 숏폼을 모든 사람이 흥미 위주로 선호하며 대부분 사람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킨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는 미디어에서 다루는 숏폼의 문제점은 단지 사회현상의 문제점을 꼬집는 것이지만, 숏폼을 시청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도 "다들 보고 있는데 나만 안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심리를 자극해 오히려 시청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플랫폼에게 득이 된다.
사용자의 소비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득을 보는 건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숏폼을 더 보라는 듯이 사용 환경을 바꾸고, 숏폼을 집중적으로 노출시키는 플랫폼에만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비를 유도할 수는 있으나 소비자가 그것에 반응하지 않으면 확산되기는 어려운 것이 본래 시장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 영상에 이어 숏폼이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사람들이 원한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했든, 플랫폼이 유도했든 그래서 사회현상으로 사회에서 숏폼의 문제점을 꼬집된 된 일련의 과정들은, 결과론적으로는 사용자의 주의 분산과 도파민 중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냉정히 말하면 어차피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숏폼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와 도파민 중독만을 논의하기보다는 왜 사람들이 숏폼을 선호하고 소비하는지 더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닐까.
개인 역시 왜 온라인 콘텐츠는 훑어보게 되고 장시간 읽거나 시청하기 어려운지 더 고민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두 시간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그러니 검색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동안에도 온라인 콘텐츠에 깊이 몰입할 여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콘텐츠도 넘쳐난다.
그러니 당연히 짧게 볼 수 있는 숏폼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흥미롭고 자극적인 영상들을 수없이 클릭하고 넘기고 시청하다 보면 시간도 순식간에 없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짧은 콘텐츠를 소비했는데 시간을 더 많이 소모하게 된다는 사실은 모순적이기 그지 없다.
장기 기억이 되지 못한 정보들 뒤에 남는 것도 흥미와 자극 뿐이다.
게다가 이렇게 사용자가 시간을 도둑 맞아도 플랫폼에게 해가 되는 건 없다.
플랫폼이 원하는 것도 시간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도 시간이기 때문이다.
종국엔 모두가 원하는 것은 나 혹은 타인의 시간인데 정작 제대로 그 시간은 사용되지도 못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가 도파민 중독을 일으키고 집중력 저하를 유발한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원래 글을 즐겨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또는 사회에서 왜 사람들이 숏폼을 선호하고 보게 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상 단순히 이용시간과 클릭 수만으로 트렌드와 선호를 정확히 판단하기도 어렵다.
클릭 후 1초도 보지 않아도 조회 수는 기록된다.
그렇듯 모두가 집중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개개인 집중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그것이 디지털 환경의 한계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 freepik,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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