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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없다

 

평등은 없다, 해리 G. 프랭크퍼트

아날로그 출판

On Inequality

 

 

경제적 평등, 존중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여기고 바라는 공평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예컨대 케이크를 나누는 일 같이 말이다.

 

나에게 케이크가 하나 있는데
10명에게 케이크를
나눠주고 싶다고 하자.

 

 

"나에게 케이크가 하나 있는데 10명에게 케이크를 나눠주고 싶다고 하자.

정확히 1명당 1/10씩 줄 경우에는 아무런 정당화도 필요 없다.

그러나 이런 평등 분배 원칙에서 벗어나 분배하려 할 경우에는, 특별한 이유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런 설명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초보적인 상식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벌린의 가정은 틀렸다. 그는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양의 케이크 조각을 받을 만큼 어떤 점에서 비슷한지, 서로 다른 양의 케이크 조각을 받아야 할 만큼 어떤 점에서 서로 다른지 알지 못한다.

이 분배 문제와 관련해 그는 10명의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이는 그가 분배와 관련해 10명의 사람들 각각에 대해 구할 수 있는 정보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 즉 0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가 1명에 대해 가진 정보가 나머지 9명에 대해 가진 정보와 같다면 그들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자의적이고 존중이 결여된 일이리라.

 

 

사람들이 존중이 결여된 대우에 분노하는 것은
그런 대우가 본질적으로 그들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거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 중요한 특성들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들이 간과되거나 무시된다.

그의 특성이나 상황에서 해당 문제와 관련 있는 측면들이 마치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된다.

그에게 주어져야 할 적절한 존중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곧 그의 존재 자체가 축소되는 것과 같다.

이런 대우는 결과와 관련이 있을 경우 당연히 고통스러운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취급될 경우, 그 사람은 당연히 그런 취급을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공격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책은 얇고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힌다. 하지만 그래서, 내가 평등은 없다고 생각하게 됐냐면 그건 아니다.

평등 그 자체가 있고 없고를 떠나 누구나 평등한 것을 좋아하지 불평등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나 사실은 편애, 선호, 필요에 따라 고의가 아니게 불평등하게 대할 수도 있다는 점을 판단하면, 모든 것을 평등하게 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적으로 예를 들어 내 앞에 두 개의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내가 한 가게의 아이스크림만 구입하는 것은 모든 것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는 평등의 관점에서는 불평등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공평하게 대하려면 두 가게 모두에서 아이스크림을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불평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평등은 빈자, 빈곤, 고통과 관련한 인류적인 차원에서는 다르게 느껴지는 일이다.

그러니 마땅히 빈곤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불평등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도와줘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건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하기 때문은 아니다.

우리는 저 사람이 나보다 불공평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평등하기 위해 돕는 것이 아니다. 그건 다른 개념의 일이다.

그리하여 어찌 보면 모든 건 만족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자신의 삶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는
매우 합리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삶이
최대한 좋은 것인지의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개인의 일에서는 만족하면 불공평하게 느낄 일이 없다.

설령 불평등하게 보이는 상황에서도 만족하는 자가 있다면 타인이 그에 대해 불공평하게 대하고 있다고 평가할 권리도 없다.

그리고 어차피 세상도, 타인도, 나도 평등하게 대하진 못한다.

불공평을 측정할 명확한 기준과 잣대도 없다.

 

그러니 그런 의미에서라면 저자의 말처럼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는 사실은 현재 상태를 바꾸는 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훌륭한 이유가 된다".

개인의 일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책의 글은 동어반복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극단적인 주장처럼 느껴진 부분도 많아서 선뜻 받아들여지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평등 그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빈곤하지 않게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가 아니었을까 싶지만, 그건 현실과 괴리가 있는 너무나 먼 이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경제적 평등'을 바랄 텐데 아이러니하게 '경제적 불평등'의 차이를 원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너무 또 많은 것 같기도 하니까.

그런 심리조차 만든 게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인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사람 본성이자 심리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 경제적 평등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도덕적 이상이 아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회의 구성원 일부는 충분한 수준 이상의 부를 소유함으로써 안락을 누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다수의 구성원은 가진 것이 너무 적은 사회를 개선하는 것이다.

매우 부유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런 유리함을 이용해 선거와 규제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거와 규제의 왜곡과 악용을 막기 위한 입법 및 규제를 통해 그런 이점이 초래할 수 있는 반민주적 결과들을 통제해야 한다. "

 

그러나 저자의 주장하는 바는 그른 것도 아니므로 평등에 관해 다른 방식으로 통찰해 보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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