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시, 조용민
위즈덤하우스 출판
본래 언리시는 개나 맹수의 줄을 푼다는 뜻이지만 책에서는 자신의 잠재력을 해방한다라는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
"'언리시'는 개나 맹수의 줄을 푼다는 뜻인데, 이 책에서는 무언가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해방한다는 의미로 썼다.
가능성과 잠재력은 흔히 '계발'한다고 하지 줄을 풀어 '해방'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과 잠재력은 새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맹수의 줄을 풀 듯 자신의 잠재력을 푼다.'
그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럴 듯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잠재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자는 잠재력은 다시금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예는 팔 수 없는 사과와 찌그러진 맥주가 재정의돼 새롭게 재탄생된 과정으로 나타날 수 있다.
1991년 태풍 미어리얼의 영향으로 일본 이나모리현의 사과 90퍼센트 이상이 유실됐다.
농민들의 경제적 타격이 어마어마한 이런 상황도 과연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 누군가는 떨어진 90퍼센트의 사과가 아니라 거센 태풍에도 굳세게 매달려 있던 10퍼센트의 사과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것에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치열한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10배나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
2021년 초, 일본 후쿠시마에 진도 6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다테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지진으로 찌그러진 캔 맥주를 폐기하기는커녕 이를 따로 모아 '지진에 대항한 영웅들'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정상가에 판매했다.
매대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상처 난 불량품으로 싸게 팔고 싶지는 않습니다. 맛있는 술로 생을 마감하게 해주십시오."
NHK 기사에 따르면 매대를 만든 지 사흘 만에 찌그러진 캔 맥주의 절반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언리시는 나의 상황, 재료, 정보, 도구 등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한다.
'태풍에 유실된 90퍼센트의 사과'를 '태풍에도 살아남은 10퍼센트의 사과'로, '지진으로 찌그러진 캔 맥주'를 지진에 대항한 영웅'으로, '잘나가는 효자 상품'을 '신상품 홍보 수단'으로 재발견하게 한다.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모든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는 것이다.
즉 "잠재력은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재정의가 답이다."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모든 것의 잠재력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정확히 질문하고, 관찰하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듯 보인다.
북극성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잡이다.
계획을 세심하게 짠다는 것은 나의 지향점인 북극성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점검한다는 뜻이다.
"최고의 타코 집을 찾아주세요."
한 스타트업 투자 심사에서 내가 던진 질문이다.
합격점을 받은 지원자는 어떻게 답변했을까?
그는 이 질문을 '최고의/타고 집을/찾아주세요'로 쪼갠 뒤 더 세심하게 분해했다.
'최고'가 무슨 뜻인가요? 맛, 방문 횟수, 방문자 평점, 긍정 댓글 개수, 미디어 언급 횟수 등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으면 될까요? 이 지원자는 "최고의 타코 집을 찾아주세요"라는 막연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정밀하게 분해하고 내게 역질문을 던진 끝에 마침내 "방문자 평점이 좋은, 역삼동 소재의 타코 전문점을 찾아주세요"라는 정교한 질문으로 재정의하는 데 성공했다.
맛있는 타코 집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지원자의 역량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주어진 문제를 분해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사실 데이터는 우리 일상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직장 동료가 한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장면 3년째 보고 있다면 이것도 일종의 데이터 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어떻게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까?
동료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작은 선물을 해야 할 때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선택하면 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활용하는 모든 과정에 "왜?"가 끈질기게 따라붙어야 한다.
나와 연결되지 않는 데이터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
이렇듯 책은 언리시라는 관점을 통해 '내가 지닌 모든 도구와 정보,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이미 나의 가능성이자 잠재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다양한 예를 통해 그것을 믿고 실행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일러준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신념처럼 자기계발을 통해서만 줄곧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면,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보다는 이미 자신이 가진 것을 재정의 하고 발견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언리시를 통해 해방하고자 하는 것은 맹수가 아니라 가능성과 잠재력이다.
어디로 튈지, 얼마나 힘이 셀지 모른다는 점에서 '맹수와 같은 가능성과 잠재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재발견하고 재정의하는 것이 내가 말하는 언리시다.
당신에게는 이미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니 그것을 발견하고 일깨우자, 하는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상황, 도구, 정보, 당면한 문제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새로운 잠재력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안의 잠재력을 풀다'. 그런 의미로 도움받길 원한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그건 막연한 긍정적인 접근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므로 유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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