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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음보다 다름

 

나음보다 다름, 홍성태 조수용

북스톤 출판

 

 

브랜드와 차별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비교적 예전에 출판된 책임에도 지금 읽기에도 그 내용이 어색한 느낌이 안 들어서 좋았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브랜드 예가 정말 많다.

그래서 모순적이게도 이렇게 쓰면 안되니까 다른 예시가 필요한 책들에서도 예만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다.

자칫 잘못하면 의도와 달리 브랜드 광고가 될 수 있다.

 

물론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 예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정말 다음과 같이 애플에 관한 글을 읽는다고 해서 애플 제품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리 없다.

 


 

애플 마니아가 아닌 이들 눈에는, 디자인에 큰 변화도 없고 괜히 비싸기만 한 제품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상식에, 근엄한 대기업 총수가 고작(?) 몇 십만 원짜리 제품을 직접 발표하고 가격까지 시시콜콜히 말하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행동은 작은 기업, 작은 가게 주인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애플은 그렇게 한다.

애플은 매사에 실제의 시장 지배력보다 굉장히 작게 플레이하는 기업이다.

작게 플레이한다는 말은 '작은 회사처럼 행동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애플의 맥북이나 아이폰 등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계속해서 마이너리티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발 더 나아가 왠지 '의식 있는 소수'처럼 느끼게 된다.

 

 

'아무 생각 없는 대중'이 될 것인가, '의식 있는 소수'가 될 것인가.

사람들의 내면에는 후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게 더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논리성이나 경제성을 넘어선다. 특정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오로지 소비자들의 심리에 기인한다. 그러기에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순식간에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잘 형성된 이미지야말로 경쟁자가 가장 흉내 내기 힘든 차별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게 애플이나 책에 소개된 많은 브랜드들의 차별화된 좋은 사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외는 예가 너무 많고 뒤로 갈수록 엇비슷한 내용을 그저 예와 함께 늘려쓴 것 같이 느껴진 책이라 아쉬움도 많이 남는 책이었다.

그러니까 그걸 누가 모르냐고요? 같은 심리라고나 할까.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명품과 품질에 관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점을 짚어줘서 좋은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롤렉스에 관한 이야기가 그랬다.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타임TIME'을 보면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는 광고가 있다. 바로 롤렉스의 광고다.
금줄로 된 롤렉스는 가격이 최소 2만 달러가 넘는, 매우 고가의 제품이다.
이 잡지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이렇게 비싼 시계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롤렉스가 '타임'에 그토록 열심히 광고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롤렉스가 그 시계를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부 고급 잡지에만 광고를 낸다면, 롤렉스가 그렇게 좋은 제품인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리 명품 브랜드라도 내가 쓰는 제품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남들이 알아봐줄 때 제품을 쓰는 사람의 심리적 만족감과 긍지가 높아진다."

 

 

한편으로는 이런 것을 보니 사람은 정말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구나 싶다.

그렇지만 저자들이 적었듯 그게 소비자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마케터의 입장에서나 브랜드의 차별성을 고심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오늘날 소비자의 머릿속은 기업들의 마케팅으로 어지러운데다 뇌는 제대로 정보가 분류되지 않으면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에서 퇴출시켜버리기 때문에, 그 틈을 파고들려면 타깃을 분명히 하고 인식상의 차이로 차별화를 꾀하되 본질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좋은 품질을 바탕으로 해야 하나 인식상의 차이는 개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품질과는 크게 무관하다.

 


 

우리의 두뇌는 정보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으면, 아무 분류함에나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두뇌에서 퇴출시켜 버린다.

 

우리는 흔히 '차별화'라고 하면 먼저 남과 달라야 한다는 데만 신경을 쓴다.

그러나 도대체 '누구'와 차별화할 것인가?

이것을 먼저 정하지 않으면 차별화 전략은 길을 잃고 우왕좌왕 헤매기 쉽다.

 

품질이나 기술의 '실제적인 차이'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인식상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여러분이 다루는 제품이 반드시 세계 최고일 필요는 없다.

일류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반드시 더 좋은 직장을 구하고, 미스코리아급 미녀가 배우자를 더 잘 만나는 게 아니다.

내가 가진 특징 중에서 무엇을 '다름의 포인트'로 인식시킬 것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 특징이 반드시 최고일 필요도 없다. 제품의 품질이 좋아야 하지만, 좋은 품질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실제적인 차이가 눈에 띌 수는 있어도,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인식의 차이이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사는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왜 사는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실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소비자들에게 특징적인 차별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소비자의 머릿속은 기업들이 퍼붓는 마케팅의 융단폭격으로 대단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지경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알았으면 하는 것들에 좀 더 명확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 방향이다.

 

우리가 관리하는 브랜드는 단순한 브랜드 명이나 제품이 아니다.

브랜드는 바로 그 제품의 개념(concept)이다.

 

 

'언젠가 기술력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무척 안이하고 어리석은 태도다.

마케팅이 달성해야 할 최상의 무기는 이미지 경쟁력이다.

 


 

그러나 어쩐지.. 이 책의 이미지나 내용도 크게 많이 차별화 있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래서 그저 읽기에는 하나의 인식상의 이미지로 송곳만 남았다.

 

즉 자신은 어떤 송곳을 가지고 날카롭게 갈고 닦아서 그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인식시킬 것인지.

그것 하나만 기억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 줄 요약 이런 것이 자신이나 브랜드나 그 무엇의 본질이 될 수는 없기에 좀 더 분명하게 인지하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너무 예가 많아서 아쉬울 따름이었지 이 책의 내용이 지금 읽기에도 그다지 낡지 않은 것을 보면, 그 하고 싶은 말의 본질은 제대로 담아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으니 말이다.

 

그러니 신념있게 밀고 나가자.

삶도, 브랜드도, 살아가는 일도.

이미 다 다르지만 결국 그건 그런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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