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작가정신 출판

 

 

작가정신 35주년을 기념하며 출판된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소설가들이 글쓰기에 관해 집필한 책이다.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김엄지, 김이설, 박민정, 박솔뫼, 백민석, 손보미, 오한기, 임현, 전성태, 정소현, 정용준, 정지돈, 조경란, 천희란, 최수철, 최정나, 최진영, 하성란, 한유주, 한은형, 한정현, 함정임 등 한국 대표 소설가 23인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소설가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관통하는지, 그들의 ‘작가정신’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을 쓸 때의 생각과 마음부터 창작 과정 및 작가적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든 것’을 담았다."

 

책 소개에서 볼 수 있는대로 비단 소설 쓰기에 관한 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한국 소설가들은 어떻게 창작하고 글을 쓰며 어떤 마음으로 소설가라는 직업에 임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전에 한국 작가들이 쓴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굳이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좀 더 정돈된 느낌으로 다가와 소설가가 쓴 글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도 받았던 것 같다.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내가 그동안 읽어봤던 책에서 가장 추천할 법한 책은 '작가란 무엇인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그런데 그 책은 정말 좋다).

하지만 어느 작가가 책에서 썼듯이 그건 개인의 선입견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의 문장을 쓰고 싶다.

그런데 소설의 문장이란 무엇일까. 소설 같다는 느낌은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

소설가가 쓴 긴 글은 소설이 되는 걸까.

아니면 소설이 되는 긴 글을 쓰면 소설가가 되는 걸까."

 

왜냐하면 정말 독자로서도 어떤 문장이 소설의 문장인지, 소설 같다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건지 모르니까.

그래서 이 책에 관해 소설가가 쓸 법한 글이었다라고 말하기에도 그 느낌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 건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항상 언어가 부족하다.

그리고 그 감각을 언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읽는 읽는 이대로 또 '이 책은 이랬어' 하고 말하기 참 어렵다.

그런데 그걸 해내는 작가들이라니.

뭉뚱그려 책을 출판했거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라고 칭하기는 하지만, 다시금 소설가들의 작업에 대해 경외심이 든다.

오로지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그 언어 하나로만 거짓된 허구를 설득하고, 공감시키고, 감각시키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생각해보면 수많은 책의 카테고리는 존재하지만 오로지 독자의 상상력과 공감으로 완성되는 책은 소설 밖에 없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정교하게 거짓말을 하는 글도, 그렇게 많은 여백을 가진 글도 소설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진정한 문학은 소설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을 읽은 감상을 요약하면 한마디로 어느 작가가 쓴 이러한 문장이 될 수도 있다.

 

"볼라뇨의 밤 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연 폴더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왜 아이스크림이고 왜 볼라뇨인지 설명할 자신은 없고

그냥 간단히 정리하면 문학이고 뭐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죠 뭐 같은 건데

사실 나는 문학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나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물론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대로 좋지만 말이다."

 

그리고 읽다가 어떤 사진을 보고 든 알게 된 사실인데(?) 세상에 '옷방'은 존재하지만 '책방'은 없다.

물론 어딘가에는 있을 수도 있고, 그걸 흔히 서재라고도 하지만 집에 드레스룸처럼 책을 위한 별도의 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건 또 왜 그럴까. 책은 역시 의식주까지는 아니라서 그럴까.

그러나 그런 모습을 떠올려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좋아해도 옷도, 책도 그 무엇에 압도되기까지는 싫은 게 사실인 것 같다.

 

 

아무튼 차분하게 글 쓰기에 관해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았고 소설가의 마음에 관해 알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책으로 보인다.

또 세상에는 수많은 작가와 글쓰기에 관한 책이 있지만 우리나라 소설가들에 관해 알기에도 적합한 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오해하면 제목만 보고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 궁금해서 읽는다면 그에 관해서는 알 수 없는 책일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그리고 진정 독자가 읽고 난 후에 남는 것은 뭘까.

한데 뭔가 꼭 남아야만 좋은 책인 걸까.

읽는 행위나 글이 뭔가를 남겨야만 하는 걸까.

그런데 그게 무엇이든 때로 뭔가를 남기려는 행위 때문에 탈이 나는 건 아닐까.

세상사가 꼭 그렇다.

 

"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나를 좋아합니다."

 

달리 말하면 그게 정말 허영에서 비롯된 마음 같은 것이더라도 그런 마음 하나면 된 것일 텐데.

그러고 보니 그게 뭐든 좋아하니까 만들고 좋아하니까 모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직 큰 탈이 없을 모든 행위의 바탕은, 그게 맞겠다.

728x90
그리드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의 감각  (0) 2025.03.28
매직필  (0) 2025.03.21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0) 2025.02.28
나음보다 다름  (0)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