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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넷플릭스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 후기

원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크리에이터 : 잭 손, 스티븐 그레이엄
감독 : 필립 바란티니
출연 : 스티븐 그레이엄, 애슐리 월터스, 에린 도허티, 오언 쿠퍼, 크리스틴 트레마코, 페이 마르세이, 아멜리 피즈
장르 : 드라마, 영국 작품, 범죄 시리즈

 

줄거리는 단순히 요약하면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관한 이야기고, 시청은 범죄를 저지른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그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라도 계속 흥미롭게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총 4부작이라 짧은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촬영 기법상 가까이에서 밀착해 물 흘러가듯 몰입해 볼 수 있는 것이 이 드라마의 특별한 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본 각각의 에피소드는 1화 경찰서, 2화 학교, 3화 상담, 4화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고, 감상 소감은 촬영 방법, 배우들 연기, 줄거리도 다 그랬지만 이 드라마가 가진 주제의식을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문제적으로 잘 만들어져서 좋았다.

 

그러니까,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따라서 흥미롭게 보고 싶다면 4회를 볼 동안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져도 결말에 대해 찾아보지 않는 게 좋다.

물론 나는 (내가 그런 편이라) 찾아보는 순간 스포를 당하든, 뭘 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검색해 볼 거라고 여기지만,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보는 게 좋다.

 

그래서인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져도 그저 묵묵히 계속 봤는데 이야기의 흐름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지만 재미있었다.

 

 

특히 3화의 상담사의 눈물에 대해서는 해석이 달라질 것 같은데 그저 안됐다라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샌드위치와 모순적이게도.

어쩌면 그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복잡한 마음을 담은 중요한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연출을 너무 잘했다.

그래서인지 중요한 건 일어난 사건의 컷과 컷들에 있는 게 아니라 충분히 대화만으로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 외부의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밖에 알지 못한다.

 

 

결국 드라마의 제목대로 보면 그 시간에, 그 나이에, 이 시스템에, 현재도, 폐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경찰들이 나눈 짧은 대화도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더는 여기 못 있겠어. 한명이라도 뭔가를 배우는 것처럼 보여? 

전부 영상으로 수업해. 말릭 선생은 자기 편할 때 오가고. 네 말대로 냄새도 지독해."

"학교는 다 그래요. 이해를 좀 해보죠.

여긴 좋은 선생님들도 있고 좋은 학생들도 있을 거예요. 우리 학교도 비슷했어요."

"어떻게 살아남았어?"

"좋은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예술과 사진을 가르치셨어요. 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어쨌거나 결론적으로는 마치 나의 작은 곰에게 미안하다 하고 말하는 이야기 같이 느껴졌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더 의아하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건 이면에는 다 그런 점이 있을지 모른다.

선악처럼 그런 일을 할 사람, 안 할 사람이 나눠져 있는 게 아니라.

 

 

아무튼 잘 만들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국 드라마고, 묵묵히 소년의 시간을 바라봐줄 수 있다면 볼만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대신 다 본 후 부모, 10대 소년소녀, 학교, 선생님, SNS 사용자라면 과연 이것이 현실에서 볼만하다로 끝날 수 있는 일일지 궁금하다.

그들이라면 아마 거기서부터 다시 묻게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사회 또한 그래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보면 현시대를 반영하는 참 도발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는다고 하면 참 서늘해질 이야기임에는 분명하겠지만.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사실보다 네 생각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야."

 

악의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 입장이 있는데 항상 거기서 어긋날 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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