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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행복의 기원, 서은국

21세기북스 출판

 

 

심리학자가 쓴 행복에 관한 책이다.

세계적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행복에 관한 통념을 낱낱이 해부한다.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면도날을 든 그의 논증은 거침없고 결론은 명료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개나 공작과 다르지 않은 동물이며,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한 수단이자 진화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동물이 '왜' 행복을 경험하는지 알아야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는 것.

 

일단 책은 '행복은 생존을 위한 도구'라는 요지라는 것이 단번에 파악될 정도로 쉽고 행복에 관한 생각조차 불필요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그 깨달음에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인간도 개와 공작 같은 동물이지만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그 본성은 자연의 동물처럼 생존, 번식만이 중요한 점이 다를 바 없더라도 보이는 대로 그 목적대로 살 수만 없는 것이 또 인간이기에.

그러니까 이 사실을 알려면 적어도 읽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결론적으로 자신에게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나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서 생존에 어떻게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또는 본능적으로 나는 나의 생존에 어떻게 도움이 되길래 이 책을 읽게 됐을까.

 

물론 유령 같은 허상의 자아와 무의식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그게 행복이라면 이 또한 나의 압정 같은 행복이라 읽는 동안은 아주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행복은 생존을 위한 도구다"라는 것이 이 책의 굴지의 요지며 요약 그 자체다.

그렇다면 불행은 뭐고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책의 내용을 통해 보면 불행은 생각이나 마음을 바꾼다고 해서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뜻대로 돼서 행복하려면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행복이나 감정은 신비한 정신적 힘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보다 과학적인 시각은 감정의 출발지인 외부 변화에 두는 것이다.

즉,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행복을 유발하는 구체적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만들고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질만능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은 손쉽게 행복을 돈으로 떠올리기 쉽지만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럼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외향인이어야 행복한가요?

사회는 이미 외향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게 발전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건 인간이 동물이라서 그렇다.

그 예로 저자는 동물의 사냥을 든다.

 

 

"왜 이토록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막대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존.

세상에 포식자들이 있는 한, 모든 동물의 생존 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

물소들은 사자들이 우글거리는 아프리카 초원을 수십만 마리 동료들과 함께 횡단한다.

서로 잡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매가 혼자 있는 비둘기를 습격할 때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약 80퍼센트다.

하지만 비둘기가 다른 친구 10마리와 함께 있을 때는 60퍼센트, 50마리와 함께할 때는 10퍼센트 이하로 매의 사냥 성공률이 떨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즉 그건 인간이 인간을 마냥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사냥할 때의 무리의 동물처럼 생존에는 혼자보다 무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을 아주 좋아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생존에 보다 유리하고, 생존의 도구가 행복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도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건 수가 아니라 빈도다.

 

 

많은 사람이 돈이나 출세 같은 인생의 변화를 통해 생기는 행복의 총량을 과대평가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행복의 '지속성' 측면을 빼놓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지 않는다.

보상이 상실되어야 인간은 계속 사냥하러 나가 생존하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창을 들고 동굴 밖으로 다시 사냥을 나서는 이유는 사실 잃어버린 쾌감을 다시 잡아 오기 위함이다.

이 무한반복의 생존 사이클이 지속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쾌감의 소멸이다.

소멸되지 않으면 동굴에 마냥 누워 있을 것이고, 계속 누워 있다 보면 결국 영원히 잠들게 된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커다란 기쁨 한 번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사람 역시 수가 아니다.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다.

친구가 무조건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친구'가 몇 명 있는지가 중요했다.

만남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유감의 중요성이 또다시 등장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대체로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볼 수 있고 이는 저자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연구들에서 밝혀진 사실들을 바탕으로 하기에 충분히 다 납득 가능하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별로 그렇게 여겨본 적이 없어서 창작도 결국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피카소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산 것이 아니다.

보다 진화론적인 해석은 피카소라는 한 생명체가 그의 본질적인 목적(유전자를 남기는 일)을 위해 창의력이라는 도구를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마음의 정신적 산물들은 사실 몸의 번성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그 창의성이라는 것도 매력의 요소로 쓰임한다는 건데 왜 어떤 것은 인정받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할까.

그 사람의 본능을 끄는 요소라는 건 뭘까.

그러니 어떤 견해들은 여전히 빈틈이 있어 보이고 그것이 심리학, 또는 자아, 예술학 그 무엇이든 알 수 없는 일로 되물음 되는 것도 같다.

 

 

어쨌거나 물질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 하니 보이는 그러한 믿음이 굳건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 주고픈 책이다.

 

내가 다른 사람 눈에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느냐(객관적 미모)는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과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결과가 하나 나타났다.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정도(주관적 미모)는 행복과 관련이 있었다.

외모뿐 아니라 다른 삶의 조건(건강, 돈, 등)과 행복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내가 에스프레소가 좋은 이유를 남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타인이 모든 판단 기준이 되면 내 행복마저도 왠지 남들로부터 인정받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계 50여 국가의 심리학자들이 최근 모은 자료가 있다.

연구 질문,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을 바꾸고 싶어 하는가?"

결론은, 행복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바꾸고 싶어 했다.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가진 것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간단해서 종국에는 그러한 사실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그렇게 단순한 사실을 알면 허무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사냥에게 동물이 쉽지 않듯 사람 역시 그 생존을 위한 무수한 것들을 쟁취하기에는 쉽지 않으니 그래서 인간은 쉽게 행복해질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행복이라는 것이, 다음 노력을 위한 찰나의 순간들에 그치는 것이 하더라도 말이다.

 

아무튼 아주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고 재미있었고 끝으로 이렇게 감상을 끝내야겠다.

 

 

"인생은 유한하다.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인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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