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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모나이 히로무

갈매나무 출판

頭がいい」とはどういうことか

 

 

일본의 뇌과학자가 쓴 뇌에 관한 책이다.

책 제목도 그렇고 각 챕터(좋은 머리는 타고나는 것일까,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AI 시대에 꼭 필요한 뇌 지구력)를 살펴봐도 뇌의 똑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IQ 관점에서 뇌의 지능에 관해 서술하는 책은 아니다.

 

일본의 촉망받는 젊은 뇌과학자 모나이 히로무는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에서 IQ가 높다고 해서 머리가 좋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좋은 머리'는 뇌과학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 뇌는 고정불변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변화하고 발전해 나가므로 섣불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즉 인간의 지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타인과(혹은 사회와) 상호 작용하며 뇌 회로를 수정해 나가면서 완성된다.
책은 이러한 뇌의 생화학적 원리, 특히 저자의 주요 연구 분야인 신경생리학과 최신 뇌과학이 밝혀낸 뇌세포(글리아세포)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우리가 후천적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뇌에 새로운 능력을 부여할 수 있음을 살펴본다.

 

책 소개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히려 이 책은 뇌의 유연함과 경험을 강조하는 책에 가깝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뇌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따라서 뇌의 지능은 환경에 잘 적응해 살아남은 뇌가 똑똑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머리가 좋다고 할 때 학벌, 높은 IQ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태어난 환경에 잘 적응한 뇌가 사회가 요구하는 걸 이루며 생존에 유리하게 살아갈 테니 그게 곧 머리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머리 좋은 뇌보다는 운동가와 예술가의 신체를 뇌에 관점에서 이야기한 부분이 인상 깊은 책으로 좋았다. 뇌의 기억과 간섭,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인 정동에 대해서도 다시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뇌가 올바르게 작동하려면 경험이 중요하다. 그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어린 시절 사고로 시각을 잃은 마이크 메이는 남들보다 청각이 뛰어나고, 회사 경영에서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올림픽에 스키선수로도 출전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의학의 발전으로 시력을 되찾는 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수술 뒤 눈을 뜨자 빛이 쏟아져 들어올 뿐 정작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눈은 떴어도 학습과 경험이 없었으므로 시각을 인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눈은 단순히 빛 정보를 처리할 뿐이지 그것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인식하려면 능동적 경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머리가 좋다는 말은 '자기 신체를 생각한 대로 움직이고'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키며, 이는 주로 프로 운동선수나 예술가에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눈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 때 눈으로 대강의 거리를 파악하고 이를 운동 뇌내 모델과 대조한 뒤 어느 정도의 속도와 근력으로 팔을 뻗칠지를 결정해 팔근육을 움직인다. 이와 동시에 팔을 움직인 만큼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므로 넘어지지 않도록 자세를 잡기 위해 전신의 근육을 조절한다.

그 결과 생각한 대로 커피잔을 들었다면 성공이다. 만일 오른쪽으로 10센티미터가 어긋났다면 궤도를 다시 설정해 뇌내 모델을 수정해 나간다.

 

자기 신체를 생각한 대로 움직이려면 뇌 지도를 높은 해상도로 그려, 그것을 실측에 맞게 수정하는 반복이 필요하다.

 

무한한 시행착오가 계속되는 동안 이렇게 움직이면 자기 신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학습하게 되고 예측이 선다.

이 예측을 토대로 실제로 행동을 계획하고 근육에 명령을 내리는데, 그 결과를 실측해 오차가 크면 수정하는 피드백을 거친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므로 기억을 상기한다고 해도 기억 자체가 아니라 그 트리거가 되는 무언가로 추측된다.

 

보통 망각을 부정적으로 여기지만,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거나 카테고리를 만들어 고유명사 자체를 잊는 것은 뇌한테 중요한 공정이다. 심지어 망각은 기억보다 에너지를 더 소비한다고도 한다.

기억 천재로 유명한 셜록 홈스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생각에는 본래 인간의 두뇌는 작고 아무것도 없는 다락방 같은 것이라서 정말 필요한 가구만 놓아야 한다.

이 작은 방의 벽이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끝없이 팽창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식이 하나 늘 때마다 전에 기억한 것은 잊힌다.

그러니까 유용한 것을 밀어내면서까지 쓸데없는 정보를 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아서 코넌 도일의 '주홍색 연구

 

잊는다고 하면 기억이 감퇴하는 걸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뇌의 어딘가에 완전한 기억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망각 프로세스의 대부분은 이전에 배운 것이 새로운 정보를 방해하거나 새롭게 배우면서 오래된 정보를 잊어버리는 '간섭'의 과정이다.

 

 

몸에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정동이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해석 장치인 좌뇌를 통해 언어화된 것만이 감정으로 지각된다. 이는 감정으로 언어화해 그 경험을 학습하고 기억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스스로 자기 몸이 놓인 상황을 이해하고 기분을 적절하게 언어화할 때도 있지만, '그냥 싫다'라거나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라고 느낄 때도 있다. 지각된 정보가 제대로 언어화되지 않아서 그렇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여러 가지 정보를 언어로 해석한다.

 

좌뇌는 설령 틀렸더라도 앞뒤를 끼워 맞추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 내려고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에는 근거가 있다.

언어화할 수는 없지만 직관적으로 느끼는 다양한 기분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반응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날마다 쌓여 추억을 보관해 준다. 그날 먹은 음식이 생각나지 않아도 사진으로는 남아 있다.

그러나 그때 느낀 기분까지는 기록하지 못한다. 그것은 뇌에만 새겨진 고유한 기억이다.

또 수만 가지의 사고와 행동은 외울 의도가 없었더라도 뇌에 절차기억으로 단단히 새겨져 지금의 나를 만든다.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해 두어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전적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지식과 지식 간의 유기적 연결이다.

 


 

그러고 보면 선 하나를 그어도 팔의 근력과 예측이 필요하다.

필압과 필력은 팔의 힘이다.

하지만 운동도 그렇고 '신체의 해상도를 올리자' 같은 관점에서 평소 뇌와 학습을 생각해보지 않아서인지 그런 측면에서 인상 깊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곧 신체가 없으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것과 같으니 저자가 말한 '성인에게 최고의 장난감은 자기 몸이다'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겠다.

 

 

여하튼 크게 기대하고 읽기 시작한 책은 아니었는데 기대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좋은 머리는 신체 해상도가 높은 뇌다.' 결론적으로는 주관적인 요약에서 그렇게 정리된 책으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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