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충의 자세, 하완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일러스트레이터 하완 작가의 에세이다.
그리고 책 제목처럼 '대충'을 바탕으로 그 내용도 그의 알맞게 편안히 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 책이다.
물론 작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쓸 리 없었겠지만 그만큼 설렁설렁 술술 잘 읽혀서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충이라고 하면 '대강'으로 여기기 쉬운데 대충의 뜻은 작가도 말했듯이 그런 것이 아니다.

"대충의 사전적 정의는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다.
'대충 일이 마무리되었다'라고 하면 완벽하진 않지만 큰 것은 끝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대충 해”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아무렇게나 엉망으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큰 것은 얼추 해두라는 말이다.
대충 살기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추 하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대충을 곰곰이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대충의 사전의 정의가 대강을 추리는 정도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렇게 보면 대충도 설렁설렁, 어슬렁어슬렁 한 느낌의 말은 아니었나 보다.
대강을 추리는 것도 시작이 없으면 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책의 글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말들이 좋았다.

'아아, 꼭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으면 계속하기 힘들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지금 좋아하는 것을 영원히 좋아할 줄 알았고, 지금 싫어하는 것을 영원히 싫어할 줄 알았다.
지금의 가치관이나 취향 또한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다 변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시들해지고,
경험이 쌓이면서 가치관도 업데이트되고,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바꾸어야만 하는 것,
지키지 못한 것도 생겼다.

정신력이 흔들릴 땐 무엇으로 버텨야 하는가.
바로 몸이다.
울어도, 울지 않아도 시간은 똑같이 흘러간다.
이제는 어떤 자세로 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할 일은 온몸의 힘을 빼고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
그래야 덜 힘들고 덜 다친다.
이걸 이겨내겠다거나 버텨내겠다는 마음은 버리자.
그런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최대한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그게 생각처럼 잘되진 않겠지만, 아무튼 그런 자세를 취해본다.
좋은 면을 더 많이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생존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완벽주의자가 되지 못하고
실수를 남발하고
알면서도 틀리면 틀리라지, 귀찮아~ 하고 고치지 않고
대충 두루뭉술하게 처리하는 내가
이 말들을 새겨들을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감상문인지, 리뷰인지도
대충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완벽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가 대충과 관련 없이 좋았던 글은 따로 있다.
인용되었던 마스다 미리의 글.

"자신 찾기 따위가 뭐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진짜 자신을 자신이 찾아 헤매면 어쩌자는 거냐고."
그리고 이와 연결하면 작가가 말한 산책도 다른 의미에서 다르게 보여 좋았다.

바깥에 나오면 나는 세계의 일부가 된다.
세계와 나 사이를 막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끝도 없이 이어진 열린 공간 한가운데 내가 있다는 걸 실감한다.
산책은 잊고 있던 내 역할을 상기시킨다. 시선을 나에게서 바깥으로 돌리게 한다.
그냥 대충 살자, 내가 누구인지는 궁금해하지 말고.
분명한 건 나에게서 벗어나면 더 넓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외 책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의 내용도 그렇고 생각해보면 사는 건 단순할 일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가벼운 마음으로 경쾌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그리고 읽을 때는 작가의 전작들보다는 좀 덜한가? 뭉툭한 느낌인가? 싶기도 했는데 다시 돌아보니 좋았던 부분이 많이 있었다.
결국 삶이란 것도 그런 자그마한 부분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0) | 2025.08.29 |
|---|---|
| 료의 생각 없는 생각 (0) | 2025.08.23 |
| 생각의 공간 (0) | 2025.07.28 |
| 머리가 좋다는 건 무슨 뜻일까? (0) | 2025.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