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금, 장다혜
북레시피 출판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의 원작인 소설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민상단의 잃어버린 아들 홍랑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다.
한 번 본 건 굳이 시간 들여가면서 여러 번 보지 않는 편인데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은 의아하게 여러 번 봤고, 최근에 홍랑이 등장할 때 나왔던 탄금 OST 곡을 어느 방송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을 듣게 되고 다시 보다 소설은 어떤지 궁금해서 읽게 됐다.
마침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탄금이 등록되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읽어본 결과, 원작인 소설 탄금과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의 내용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진 않았다.
있다고 해도 원작에서는 이미 대군이 죽은 상태고 홍랑의 복수의 대상이 심열국이었다는 점 정도다.
물론 소설에는 있지만 드라마에는 없고 드라마에는 있지만 소설에는 있는 장면들도 많긴 하다
각 인물들의 설정이나 마지막도 다 같지는 않다.
그래도 대부분 원작을 잘 살려 각색했던 것 같아서 원작 소설과 영상화된 탄금의 그 차이가 커 보이진 않았다.
대신 장도와 댕기와 관련한 장면은 드라마에도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보물이라도 돼, 저까짓 게?"
"건방진 게, 뭐 하는 짓이야!"
"금장도 준 놈! 진짜 나쁜 새끼야, 알아?"
"닥쳐! 네까짓 게 무얼 안다고!"
"자진하란 거잖아, 뭔 일 생기면.
빌어먹을. 죽긴 왜 죽어? 끝까지 보란 듯이 잘 먹고 잘 살아야지. 누구 좋으라고 죽으래?"
"무슨 상관이야!"
"아우가 어떻게 상관을 안 해? 남도 아니고!"
"허튼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찾아내, 당장!"
당황한 재이가 그 알량한 손길을 쳐내는 순간 짜잔, 홍랑의 손바닥 위에 금장도가 놓였다.
횅댕그렁한 여인의 눈망울이 뒤흔들렸다. 눈속임이었다. 아니, 요령인가? 귀신같은 솜씨였다.
재이가 손을 뻗자 홍랑이 장난스럽게 제 손을 꼭 쥐었다. 불뚝성이 난 그녀의 면목이 짓쳐들자 손바닥은 다시 펴졌다.
한데 이번엔 휘황한 금장도가 목장도木粧刀로 감쪽같이 탈바꿈된 후였다.
난생처음 본 암기暗器를 그녀가 우두망찰하게 바라보았다.
"벽조목으로 만든 거야. 벼락 맞은 대추나무라고.
금장도보다 훨씬 가볍고 얇으니까 몸에 지니기도, 사용하기도 한결 수월할 거야.
게다가 무엇보다도, 남을, 찌르는 용도라고, 이건."
얼떨결에 비수를 받아 든 재이의 안면이 불쾌감에서 호기심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을 홍랑은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분명 이 여인은 값비싼 뒤꽂이에도, 별스러운 가락지에도, 희귀한 노리개에도 무감할 것이다. 한데 살기가 깃든 쇠붙이엔 단숨에 매료된다.
무엇이 그녀를 이리 만들었을까?
홍랑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재이의 등마루에 일순 소름이 번졌다.
그의 손목에 감겨 있는 천 조각 때문이었다.
휘수 손에 엮이진 않고 감긴 댕기.
상상해보면 잘 어울렸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소설에서는 훨씬 홍랑과 재이가 소년과 소녀 같은 대화를 하는 데다 재이는 술도 마시고 그래서 투덕거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므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장면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다고 해도 소설에서도 두 인물의 서사나 감정선은 왜 그렇게 되는 건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비슷해서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재이와 홍랑의 장면이 더 많았던 드라마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어쨌든 탄금 소설에서는 댕기와 검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눈과 관련한 민연의의 마지막 장면이나 홍랑이가 재이의 기와에 남긴 것의 설정들도 좋았다.
그래도 민연의 장면은 어떤 홍랑을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드라마 장면도 좋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에서 홍랑의 등이 밝혀지는 처연한 느낌의 장면이 가장 압도적이라서 대군과 예술품을 다루는 상단을 잘 살린 설정이 더 낫지 않았나 싶다.
원작을 읽고 상상만으로는 절대 볼 수 없을 액션 장면들도 그렇고 말이다.
우두커니 앉아 낯선 듯 방 안을 훑던 홍랑의 시선이 동창 옆에 걸린 기다란 묵란도墨蘭圖에 멈추었다.
"정녕 변한 것이 없습니까?"
"왜 그러느냐?"
"저 묵란도 말입니다. 유독 저것이 너무나 생소하여……."
심열국이 잠시 골몰하다가 훅 숨을 들이마셨다.
"벌써 여러 해 전이라 그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기운이 좋은 작품이라고 네 무사귀환을 빌며 안사람이 걸어둔 것이다. 어찌 그것을……!"
묵란도 말곤 진정 광명재의 무엇 하나 들어내거나 덧붙인 것이 없었다.
홍랑을 보는 심열국의 눈이 다시금 빛났다.
그림 하나 내거는 것이 어디서 수소문하여 주워들을 만한 일도, 돈을 주고 살 만한 정보도 아니었다. 눈앞의 아들은 도무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낯선 것을 귀신같이 짚어내고 있었다.
자신과 똑 닮은 어린 홍랑의 용모파기에 저도 놀라긴 하였으나, 심열국의 감격은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묵란도로 슬쩍 떠보았을 때 그의 반응은 홍랑이 죽기를 각오하고 민상단에 든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우당 황익의 작품은 약 육칠 년 전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다. 하여 그 그림이 십 년 전부터 광명재에 걸려 있었을 리 없다는 것은 시화詩畫를 아는 사람이라면 쉬이 추측 가능한 일이었다.
"죽음 앞에서 불필요한 고초를 겪지 않도록, 짐승마냥 도륙되고 참살되지 않도록, 지리멸렬한 고통이 따라붙지 않도록 막는 거. 그게 내 진짜 일이었어. 저승으로 걸어가는 망자의 시신이 깨끗하도록 단칼에, 한 번에, 곱게 보내주는 검귀劍鬼. 내가 맘먹고 비수를 던지면 표적들은 제가 죽는 줄도 몰랐어."
해월루 소속 검계단은 본거지를 숨기고 활동할 필요가 없었다.
살수들이 목격자도, 흔적도, 그 어떤 증좌도 남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중 으뜸은 칠점사였다. 칼이나 활은 몸에 바투 지녀도 사람들의 눈에 띄기 마련이고 결정적으로 흔적이 남아 골치 아픈 뒤처리를 감당해야 했다. 하여 칠점사는 삼십 보 이상의 거리를 두고 철저히 비수만을 사용했다.
맨손으로 사혈을 짚어낼 수도 있었으나 곧 망자가 될 이의 신체에 손을 대기 싫어 삼갔다.
잠복과 미행의 행적까지 지워내기 위해 그는 비 오기 전날 밤에만 일을 치렀다.
그렇지만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드라마는 어떻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각색은 이렇게 하는구나. 잘된 각색은 이렇게 되는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이야기라서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을 재미있게 봤다면 소설도 읽어보길 권한다.
물론 생소한 단어와 묘사가 많아서 처음에는 읽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소설도 소설대로 매력 있다.
그리고 탄금은 OST가 정말 좋다.
돌이켜 보니 여러 번 보게 됐던 것도 종종 火花 들으면 다시 보고 싶어 졌으니까 음악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소설을 읽은 것을 끝으로 이제 그만 듣고 그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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