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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영국 모큐멘터리 컹크의 색다른 지구 이야기 시청 후기

넷플릭스에서 모큐멘터리 '컹크의 색다른 지구 이야기'를 봤다.

원래 다섯편의 에피소드로 된 색다른 지구 이야기만 볼려고 했는데 길지 않아서 컹크의 색다른 인생 이야기도 함께 봤다.

 

컹크의 색다른 지구 이야기
Cunk on Earth

감독: 크리스천 와트
출연: 다이앤 모건

장르: 영국 작품, 코미디 시리즈

필로미나 컹크가 인류의 위대한, 혹은 그닥 위대하지 않은 진보를 소개한다.
문명의 역사를 추적하는 재치 만점 모큐멘터리. 

 

 

두 작품은 감독은 다르고 구성과 내용은 비슷하다.

대신 컹크의 색다른 지구 이야기가 세계사 같다면 컹크의 인생 이야기는 철학 같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다큐멘터리 같지만 유머와 농담 가득한 모큐멘터리이므로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은 세계사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관람등급도 성인 이상이기에 애초에 어린 학생은 시청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각각의 에피소드 제목(태초에, 믿음과 전쟁, 르네상스는 TV에 안 나온다, 기계의 출현, 세계의 대전들)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를 바탕으로 그 흐름대로 잘 만들어져 좋았다.

시작의 설명과 장면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이 놀라운 프로그램은 인간이 어떻게 이 세계를 이토록 무의미한 자연에서 이렇게 현대적인 것들이 가득한 곳으로 바꿨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을 두 손과 상상력, 도구, 전기, 인터넷으로 해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세, 르네상스, 현대의 이야기가 좋았다.

대략 멋대로 연결해 보면 다음과 같았던 이야기들.

 


 

"몇십만 년 전만 해도 인간은 동물처럼 동굴에 살았습니다.

그러나 대대적인 기술 및 문화 발전을 따라 사람처럼 도시에 살게 됐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삶은 우울하고 재미없었습니다.

유일한 취미 생활이라곤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전염병으로 죽거나 고문당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정도가 그들이 아는 삶의 전부였죠.

그러니 이들에게 그리스 철학은 지금처럼 지루한 게 아니라 정신을 확장하고 자신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경험이었습니다."

 

"화려한 기둥과 모자이크가 있어도 로마인들의 마음은 허전했습니다.

진탕 마시고 토하며 노는 것도 좋지만 인간은 뭔가 더 깊은 것을 원합니다. 대걸레도 있어야겠죠.

사람들은 깨우침을 원했어요. 그러기 위해 영적인 롤 모델 즉, 아이콘이 있어야 했습니다.

거의 예수님 같은 사람이어야 했어요."

 

 

 

 

"예수님이 운명의 다과회를 여는 14세기 그림을 보세요.

크기가 전부 잘못돼 있어요. 방이 짓눌려서 이 장소가 꼭 상자 뚜껑 같아요. 예수님이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배는 크다 보니 어린 학생들과 친밀하게 저녁 먹는 것 것 같아요.

하지만 같은 그림을 다빈치가 그리자 얘기가 달라지죠. 원근감을 기가 막히게 잘 살렸거든요.

'최후의 만찬'의 벽 각도를 보세요. 탁자는 또 어떻고요. 당장 기어들어가 예수를 배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근법으로 인류의 예술은 크게 도약했습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인간만 알고 있죠.

물론 내 일이 되기 전까지는 죽음에 대해 잊고 살기 쉽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염병과 전쟁, 폭력이 흔했던 당시 분위기 덕에 사람들은 죽음에 익숙했죠.

그래서 죽음을 친숙하게 느끼는 태도가 예술에도 반영됐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 고흐처럼 비참하지 않죠. 본인들 나름대로 비참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고통을 예술로 표현할 시간이 없습니다.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요.

누구나 알게 되지만 일은 견디기 힘든 겁니다.

최초의 원시인이 그 놈의 일을 처음 시작한 이래로 사람들은 일을 싫어했습니다. 그때 하던 일이 거지 같기도 했고요.

수세기 동안은 육체노동이 주를 이뤘죠. 무거운 석탄을 나르거나 누군가 후세를 위해 그리는 그림의 모델을 서면서 밭을 갈거나요.

하지만 세상이 현대화되어 플라스틱과 금속 등이 많아지며 일의 유형도 달라졌습니다.

요즘 일은 더 별로라서 갈수록 절망감만 커져갑니다."

 

 

 

 

"'애드버트'는 1950년대 가장 인기있던 TV 프로그램입니다.

남자나 여자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그걸 사고 행복해지는 내용입니다.

'애드버트'는 인기가 매우 높아서 가정에서 시청하는 이들도 물건을 사고 싶어했습니다.

사람들은 차를 사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차를 몰고 가게로 가서 더 많은 걸 샀죠.

물건값을 내기 위해 일했고 그래서 삶이 비참해졌습니다.그래서 기분 전환을 위해 나가서 더 많은 걸 샀습니다.

그 돈을 내기 위해 또 일해야 했죠.

일이나 쇼핑을 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은 TV볼 때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전파를 타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대중문화입니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주변 사람을 무시해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게 됐죠.

그래도 외롭지 않아요. 소셜 미디어 덕에 어느 때보다 더 빠르고 쉽게 고양이 사진이나 낯선 사람 무안 주기 등으로 수백만 명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때로는 삶 자체가 끔찍한 짐 같고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도움받을 곳이 있죠. 그래서 최고의 스트리밍 플랫폼 스트림베리에 왔습니다.

이들이 끝없는 생존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방법을 살펴보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요.

인생을 낭비한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지금도 인간이 근원적으로 가진 실존적 무력감과 고통 때문에

현재 대중 문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과거에는 신이나 철학이 그것을 대신했다면

지금은 TV,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와 함께 광고와 물건도 있다.

 

물론 이것은 이 작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청 후에 든 내 마음대로의 생각이므로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이 이야기는 완전한 허구가 아닌 과거를 바탕으로 한 역사와 인류를 다룬 이야기이므로 

풍자적인 유머와 재치, 농담이 폭소처럼 웃기진 않을지라도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지금 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문명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어 좋았다.

분명 아주 먼 뒤에는 새롭게 태어날 인류에게 지금도 이 과거처럼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그때 아마 나는 없겠지만.

 

그러니 최종적으로는 현재 페스트에 걸려 죽지도 않고 노예로 살지도 않고 전쟁도 겪지 않고 이 모든 문명을 다 누리며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도 다 인류의 덕이라고 생각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비록 이러한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오지 않는 것이어서 인생을 낭비한 것이더라도.

왠지 이러한 면에 실존적 허무가 깃들어 있는 것도 같다.

 

그러고 보면 신기하긴 하다.

과거에는 신이 있었다면 이제는 돈과 물건, 대중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간이 어떠한 존재인지 알 수도 없다.

 

 

 

"인간은 왜 이런 살인 기계를 발명했을까요? 짧게 한마디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인간은 자원을 얻기 위해 싸우도록 만들어진 것 같아요."

 

어떤 점에서는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이 엉뚱한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는 것에 비해 가장 유연하게 농담을 잘 받아주는 것처럼 보여 무기 화기·대포 큐레이터의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그 외 중세를 상상력 있게 설명하는 장면도 좋았다.

다이앤 모건은 영국 코미디언이자 배우라고 하는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그 장면에서 더 신나보이기도 했다.

당연히 이 시리즈에서 본인이 연기한 가상의 진행자 필로미나 컹크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그러므로 시청자에게 이 작품이 재미있었고 좋았다면

제작진, 배우 영향도 있겠지만 절반 이상 다이앤 모건 덕이다.

이것은 취향이 반영된 개인 선입견일 수 있는데

영국은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를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아무튼 필로미나 컹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르네상스 모나리자에 이끌려 보게 됐는데 좋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과거에 관심이 있다면 역사의 흐름상 어떤 시대를 좋아하는지도 불현듯 깨달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효용이라면 효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얼룩지고 찬란했든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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