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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존베넷 램지 사건의 몽타주 본 후기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보고 싶어서 둘러보다 우연히 '존베넷 램지 사건의 몽타주'를 봤다.

보통은 범죄나 살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선택해 보는 편이 아닌데 다큐 소개 영상에서 아이의 인터뷰 장면이 왠지 독특하게 느껴졌다.

 

"제 이름은 해나이고 존베넷 램지 역에 지원했어요.

누가 존베넷 램지를 죽였는지 알아요?"

 

뭐지, 이게?

이게 이 다큐멘터리의 첫인상이었다.

 

 

존베넷 램지 사건의 몽타주
Casting JonBenet

감독: 키티 그린
각본: 키티 그린
장르: 범죄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존베넷 램지와 같은 마을에 살았던 배우들이 이 여섯 살 소녀 살인 사건을 재연하기 위해 모였다.
오디션에 응모한 이들은 사건을 둘러싼 숱한 소문과 해석을 털어놓는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대략의 줄거리에 적혀 있던대로 존베넷 램지 살인 사건을 재연하기 위해 모인 배우들이 오디션을 치르며 사건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기억, 해석을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실화의 사건의 주인공 존베넷 램지는 누구인가.

미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건 같은데 나는 잘 알지는 못한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사건이었는지 정확히 파악될 만큼 이 다큐멘터리에서 다뤄지는 것도 아니다.

'존베넷 램지 사건의 몽타주'는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캐스팅에 참여한 배우들이 보는 사건에 관한 시각이나 관점을 더 중요하게 다루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략 사건의 개요만 보면 1996년 크리스마스 무렵 미국에서 존베넷 램지라는 아이가 집에서 숨진채 발견된다.

사건 전날 가족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마치고 귀가했고, 다음날 아침 아이가 보이지 않자 유괴된 것으로 생각한다.

이어 부모는 아이의 몸값을 요구하는 듯한 협박편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나 범인은 연락해오지 않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존베넷은 자택 지하실에서 숨진채 발견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이후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존베넷 램지의 가족이나 존 마크 카라는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등 현재까지 범인이 밝혀지지 않아 미제사건이라는 점에 있다.

또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진 데에는 존베넷이라는 아이가 아동미인대회 참가자였다는 사실도 영향이 있었다.

 

 

여기까지가 대강 내가 찾아보고 파악한 존베넷 사건의 개요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사건이 순차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닐 뿐더러 사건의 가설과 추측, 캐스팅, 배우들의 연기, 인터뷰, 일부 재연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그 미제사건의 느낌처럼 조각조각 나 있는 듯 보이고 묘하다.

 

그래서 실화인 범죄 사건을 두고 배우들이 배역에 뽑히기 위해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실화를 바탕으로 이런 형식의 실험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되는 걸까?

같은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영화에는 배우가 완전히 캐스팅 돼 사건이 완성된 듯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각자 상상한 듯 그날의 진실을 연기한 듯 보이고 끝날 뿐이다.

그러니 이 작품이 다큐가 아닌 영화이고 싶었다면 굳이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어도 상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 내에서 배우를 캐스팅해 후반부에 재연한 장면을 보여줬다면 뻔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렇게 만들면 마치 영화가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은 '한 사건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혹은 '모두 자신만의 범인이 있다'에는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사건은 사건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인터뷰는 인터뷰대로 그 모든 게 엉키고 설켜 독창적으로 느껴진 다큐멘터리였다. 그동안 이러한 구성과 형식의 다큐멘터리는 본 적이 없어서 정말 새로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존베넷 램지 사건의 몽타주'에서 가장 인상적었던 것은 배우도 사람마다 표현하는 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전 단지 상상만 하면 되죠.

계단을 내려가서 모퉁이를 돌았더니 거기에 딸애 다리가..."

 

"본인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는 거예요.

제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땐 꽤 난폭하게 반응했어요.

소리를 질러 대며 울었죠."

 

 

"재밌는게 두 사람의 인터뷰는 진실과 거짓이 다 보여요."

"맞아요, 그렇죠."

"그래, 저건 거짓말이다."

"맞아요."

"저건 진심이군. 몸짓 언어를 봐."

"단정하기 어렵죠. 그냥 단정하기 어렵다고요.

두 사람 행동에 수상한 구석이 많았잖아요."

 

"이게 힘든 작품인 이유는 배우로서 배역을 덜컥 맡고서 이렇게 말할 순 없거든요.

맙소사, 이런 역을 맡다니 죽이지?

그건 감독님 의도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이런 작품을 만드는 건 어느 정도 공익 행위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이런 작품에 참여해서 자신을 노출하려는지 그 이유에 관한 고결함을 지켜야죠."

 


 

 

정말 영화의 완성본만 보게 되는 관객으로서는 같은 배역을 두고 여러 배우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는지 알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아울러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함께 개인적인 경험을 고백하는 듯이 보이는 장면에도 인상적인 점이 있다.

 

 

아무튼 실화보다는 형식의 독창성에 더 눈길이 가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이 사건이 관심이 있거나 배우들이 같은 인물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고 연기하는 과정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추천해볼 만하다.

 

비록 그 사이 잊힌  같은 존베넷이라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타인의 불행한 사건을 이렇게 이질적이고 걸리는 듯한 느낌으로 봐도 되는 걸까 하는 거리낌은 들 수 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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