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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

 

머슬, 보니 추이

흐름출판

On Muscle: The Stuff That Moves Us and Why It Matters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가 쓴 근육에 관한 책이다.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할 때 앞선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 여러 운동을 접하고 자라온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책의 곳곳에는 아버지와의 회상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은은히 흐르기도 한다.

 


 

1960년대 후반 홍콩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아버지는 잭 라랜보다 이소룡의 추종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후에 머슬 아카데미라 부르게 되는 세계에서 오래전부터 여러 분야를 두루 공부해온 성실한 학생이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유도, 태권도, 가라데를 수련했을 뿐만 아니라, TV 속 보디빌딩 대회에 열중했고, 잡지 머슬 앤 피트니스를 구독했으며, 유명 운동선수들의 몸을 스케치하는 등 피트니스 문화에 흠뻑 빠져 있었다.

 

 

아버지는 우리를 작은 닌자로 만들고 싶어 하셨지만 나와 오빠는 원래부터 평화를 선호했고 지금도 그렇다.

학교에서 백인 아이들이 우리의 동양인 얼굴을 보고서 가라데를 할 줄 아느냐고 물으면 우린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조금? 우리 아빠한테 물어봐."

하지만 우리는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와 성룡, 홍금보, 양자경과 같은 액션 스타들이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의 스턴트를 선보이는 1980년대와 90년대의 홍콩 무술 영화를 집에서 반복해 보기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오후가 되면 턱걸이나 공중제비 같은 맨몸운동을 하는 놀이터 철봉 옆에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떤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그들은 아버지가 운동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손을 흔들면서 "저기, 아저씨! 지금 하는 게 뭐예요?"라고 소리칠 것이다.

아버지는 굳이 설명하고 싶어 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고요히 세상에 머물기 위해 나처럼 일찍 일어나신다.

고요함과 빛으로 가득한 고독의 시간. 우리가 이른 시간에 몸을 움직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몇 년 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드물게 캘리포니아에 있는 우리를 보러 오셨던 일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스케치북을 넘기며 진지하게 다시 그림을 그려보라고 격려해주셨다.

"안 될 게 뭐 있어?"

그 말은 내가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었는데, 그것은 꼭 예술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주셨다.


 

운동을 좋아하는 부모님이라니.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몸의 움직임에 관해 열정적인 부모님을 뒀다면 당연히 자라면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든 '우리 몸이 어떤 영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또한 자라면서 길러진 강인한 신체에 단단히 깃든 마음.

뭔지 모르게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어릴 때는 몸으로 놀 줄 아는데 왜 커서는 잃어버릴까 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근육에 관심을 둔 '운동'을 목적으로 해 읽게 된다면 다소 기대와는 다를지도 모르겠다.

운동과 스포츠의 역사를 비롯한 근육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이 책은 운동보다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에세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근력은 이렇게 키울 수 있다가 아니라 근육은 이렇기 때문에 중요하다를 인식하게 해준다.

 

물론 근육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다.

다음과 같은 이론적인 내용들은 근육에 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미 한번 즈음은 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심근cardiac muscle, 평활근smooth muscle, 골격근skeletal muscle, 이 세 가지 다른 유형의 근육은 심장을 뛰게 하고, 음식을 장으로 밀어 넣고, 혈관으로 혈액을 내보내고, 아기를 자궁 밖으로 밀어내고, 뼈에 붙어 우리가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골격근은 우리가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다. 골격근 외의 다른 근육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 몸이 스스로 제어하는 근육이다. 이 근육들은 하나씩 따로 떼어놓고 보면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함께 모아 살펴보면 우리가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다.

 

근육을 키우는 방법은 먼저 스스로를 분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근섬유는 긴장과 스트레스로 손상을 입은 후, 섬유와 융합해 크기와 질량을 늘리는 특별한 줄기세포들을 활성화함으로써 회복된다.

우리는 일련의 작은 분해들을 견뎌내면서 더 강해지고, 재생, 회춘, 재성장할 수 있게 된다.

 

스쿼트는 파워리프팅 스포츠를 구성하는 세 가지 고전적인 운동 중 하나다. 나머지 두 운동은 벤치프레스와 데드리프트다. 스쿼트는 어깨에 가중된 역기를 올려놓고, 마치 상상 속 의자에 앉는 것처럼 몸을 낮췄다가 다시 일어서는 운동이다. 엉덩이와 다리 근육은 스쿼트와 관련된 주요 근육이다. 한편, 벤치프레스는 등을 대고 누운 채 역기를 가슴에서부터 들어 올리고 내리는 운동으로, 상체 근육, 즉 가슴, 어깨, 팔에 있는 근육이 주로 사용된다. 데드리프트는 가장 기본이 되는 운동으로, 몸을 앞으로 숙여 바닥에서 가중된 역기를 들고 일어서는 운동이다. 이 동작에는 주로 다리, 등, 엉덩이 근육이 사용된다. 이 세 가지 운동은 기능적 힘과 전반적인 신체적 힘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름이 파워리프팅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끝없이 반복했던 팔굽혀펴기, 턱걸이, 플랭크, 물구나무서기, 브리지와 같은 맨몸운동을 기억한다. 우리 몸 자체가 충분한 부담이었다. 몸을 들어 올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실제로 도움이 됐고, 이를 충분히 반복하면 다른 운동은 필요 없었다.

 

 

 

따라서 나는 근력 운동을 하는데 이 책이 실용서로서 도움이 될까해서 읽었으므로 크게 도움은 안됐다.

곧 그 말은 운동해야지! 하는 마음에 불을 지필만한 책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신 겉으로 드러나는 근육에 대해 별달리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남성은 여성보다 근력 운동을 하면 변화가 눈에 띄는 편이니 보다 운동하는 보람을 더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또한 근육이라는 것에 관해 조각상에서 흔히 볼법한 근육의 생김새나 보디빌더의 근육을 떠올려왔다면 그것은 잘못된 인식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면도 있었다.

 


 

"만약 여러분이 슈퍼 영웅 영화에서 배우들의 몸을 만들어주는 할리우드 트레이너라면 어떨까요?

먼저 전형적인 남자 슈퍼 영웅, 캡틴 아메리카부터 시작해보죠.

일단은 물론 팔, 그러니까 삼두박근, 이두박근에 집중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은 삼각근, 흉근, 광배근이에요. 넓은 어깨에서 좁은 허리로 이어지는 과장된 삼각형을 만들기 위해서죠. 이어서 목 주변에 있는 상부 승모근을 과하게 발달시켜 넓은 어깨를 만들고 외복사근으로 흉부를 강조할 겁니다.

여자 슈퍼 영웅은 강하지만, 가슴과 엉덩이가 있어야 해요.

어깨는 너무 넓지 않고 작아야 하고요. 배가 납작하지만, 식스팩은 보이지 않아요. 골반과 엉덩이가 강조되고, 허리는 잘록해요. 조형된 모래시계처럼요. 근육을 과하게 부풀려선 안 돼요.

남성에게 기대하는 두꺼운 목, 허벅지, 넓은 어깨를 여성에게서 보면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낍니다.

그건 우리가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에요."

 

네터의 책에서 우리는 근육이 유독 발달한 다리의 삽화를 살펴보았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보는 듯하군요." 앰버가 말했다.

"하지만 사실 이런 다리를 가진 사람은 거의 없죠."

이처럼 현대 사회의 근육 도해법은 남성에게도 해로울 수 있다.

 

 

"해부학 교과서가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런 것들이에요.

흰 피부, 완벽한 근조직, 존재하지 않는 체지방, 일관된 피부 톤, 확실한 성별.

저는 1학년 해부학 수업을 시작할 때 이 점을 먼저 짚고 넘어갑니다.

완벽한 신체를 백인 남성의 몸으로 묘사하는 것은

단 하나의 표면 해부학 모델에 기반을 둔 잘못된 것이라고요."

 

 

"보디빌더의 경우, 때로 그들의 근육은 모두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에요.

육중한 몸집 때문에 걸어 다니기도 불편하고, 등 근육이 너무 커서 팔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기도 힘들죠."

이에 반해 바비는 체조 선수를 예로 들었다.

"체조 선수들은 통제력을 발휘해 손으로 몸 전체를 들어 올릴 수 있어요.

제 생각에 근육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결국 기능인 것 같아요."

 


 

 

하긴 생각해 보면 본래 예술은 이상향을 표현하기도 하므로 과거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조각상 역시 이상적인 근육미를 가진 신체를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해부학이나 도감에서 볼 수 있는 신체의 근육, 뼈대, 비율, 등신도 마찬가지며 말이다.

 

 

그러니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온 것도 현실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배움이었을 수 있다.

 

다만 요즘은 그 의지란 것이 몸의 상태와 달리 그저 마른 몸, 운동, 의지로 연결되는 것이 문제처럼도 보인다.

물론 의지가 있으면 근육은 더 단련할 수 있겠지만 신체의 꼴, 실루엣, 외형만으로 의지의 유무를 판단하려는 태도 또한 사회의 길들여짐에서 온 것은 아닐까.

 

 

 

더구나 책에서 아름답게 표현했던 우리의 영혼이 탈 것. 남겨두고 떠날 탈 것.

태초에 그 몸 자체는 어디에서 오는가.

내가 결정한 게 아니다.


그러니 그건 또 어떠한 점에서 백인 우월주의 시각과 뭐가 다르다는 걸까.

 

 

어찌 됐든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

매일 같이 사람은 나이 들어가며 신체의 일부를 잃어가고 있지만 근육은 더 그렇다.

 

그래서 일상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몸이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몸이고, 사람의 실체는 정신이 아닌 몸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책의 제목은 머슬(근육)이나 신체 그 자체의 중요성을 깨닫기에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것이 곧장 운동이라는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만약 운동이 거창하게 들리면 그것을 움직임으로 바꿔 생각해 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오후, 펠릭스가 내가 책을 읽고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방금 감금 증후군에 대해 알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의식은 있지만,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는 전혀 움직일 수 없대요.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

펠릭스는 삶의 과학적, 기술적 측면에 관심이 많고 감정적 측면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이성적인 아이다.

그런 아이의 목소리에서 당혹감이 느껴졌다.

"어느 부분이 가장 힘들 것 같니?" 내가 물었다.

"잠에서 깨는 것 아닐까요? 삶은 움직임으로 가득하잖아요."

 

 

그리하여 결국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운동이 아니라 '삶은 움직임으로 가득하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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