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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데이비드 호크니는 왜 유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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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A Bigger Splash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수영장이 그려진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도 손꼽힌다.
나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작품보다는 그가 쓴 책을 통해 먼저 알았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책 표지



"19세기 중반의 아카데미 회화들은 원근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 나머지 재미없는 그림이 되고 말았다. 그 회화들은 깊은 공간을 담고 있지만, 그 공간이 그림의 안쪽으로만 파고들 뿐 그림 전체를 지배하지 못했다. 그렇게 깊이만 갖고 이야기를 전달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그림의 역사)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호크니의 생각들과 담론들은 놀라웠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좋아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데이비드 호크니는 왜 유명한 걸까.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The Little Splash

 

작가의 명성을 제거하고 보더라도 그의 작품은 모던해보이기는 한다.
즉, 현대적이다. 달리 이런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알 수 없을 때 뭉뚱그려 현대적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세 점의 연작으로 로스앤젤레스 수영장을 그린 The Splash는 비싼 가격에 팔렸다. 또 다르게 그의 유명한 그림인 Portrait of an Artist도 비싸게 팔렸다. 아마 작품의 명성이라면 예술가의 초상이 더 유명할 것이고 비싸기도 더 비싸게 팔렸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가격보다 가치에 집중하고 싶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이 그림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누군가 물 속에 들어갔고 첨벙 물이 튀겼다.
그리고 호크니라는 아무 배경 없이 이 그림을 바라보면 이런 인상이 든다.

순간을 포착한 사진 같은, 찰나의 순간.

아마 그림 같지는 않겠지만 사진작가들 작품에서도 종종 이런 분위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상과 느낌 때문이라면, 이 그림은 충분히 훌륭하다.
그리하여 "좋은 그림, 사진이 별 거인가. 보는 사람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같은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보기에 좋은 그림이라 그런 걸까.
그래서 유명한 걸까.

데이비드 호크니 다큐멘터리 사진
Hockney ( Documentary / 2014)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1937년 영국 브래드포드 태생이다. 1960년대에 런던에서 미술 학교를 다녔고 1966년에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했다. 호크니가 매료된 로스앤젤레스의 날씨와 분위기는 그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고, LA의 수영장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 중 하나였다. 2011년 영국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호크니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예술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흔히 그의 예술사조는 팝아트로 평가받는다.

대략 호크니에 관한 설명은 그렇다.
덧붙여 작품을 설명하면 이렇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예술가의 초상(1972)은 2018년 뉴욕 경매에서 9,030만 달러(약 1천19억원)에 낙찰되어 판매되었다. 그림 속 서 있는 남성은 동성애자인 호크니의 연인이었던 피터 슐레진저를 모델로 그린 것이거나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호크니 자신을 그렸다는 설이 있다. 
물은 투명해서 모든 것을 그대로 비추기에 제목에 빗대보면 일리는 후자가 더 맞는 듯하지만, 이 작품은 호크니가 그의 연인과 헤어진 후에 그린 것으로 그들의 멀어진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고도 한다.
더 첨벙(1966), 일명 수영장 시리즈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특유의 덥고 건조한 기후, 주거 환경과 수영을 즐기는 미국인의 여가생활이 반영된 작품이다. 동성애자이자 영국인인 호크니가 영국에서 활동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캘리포니아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매료되었다는 평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왜 그의 작품에서 색은 찬란한데 마른 느낌이 나고 물이 자주 등장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대목이다. 실제로 27살의 호크니는 처음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때 집 뜰에 있는 수영장에서 밝은 햇볕을 받으며 벗은 몸으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만으로 호크니와 그의 작품이 왜 유명한지 알 수 있는 법은 없다. 부족하다.
명성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아니, 명성은 예술가가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면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고 그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명성도 있고 명성이 명성을 낳기도 하고 단지 유명한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면 그 이유로 명성이 생기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따라서 작품 활동을 하지 않으면 유명해질 일도 없다. 이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것보다 내가 감탄한 호크니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이 그림에서도 물을 표현하는 호크니의 매력이 여가 없이 드러난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일반적으로 큰 그림의 사이즈를 그리는 호크니가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이라는 점이다.
그의 그림임을 모르고 보더라도 충분히 감상적인 그림이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스타일에 의해 달라지고 단순하게 그리는 것이 더 어렵기도 하지만 더 이상 사진 같은 그림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해서 호크니의 작품이 단순하다는 뜻은 아니다.
예술은, 즉 그림의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구체적인 디테일에 있지 않기 때문이며 세부적으로 그릴 수 없다면 단순화해서 그릴 수 있는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피카소가 그렇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간혹 저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라고 하지만 피카소는 소위 말해, 사람들이 잘 그렸다고 평하는 그림을 못 그리지도 않았다. 청색시대 작품만 찾아봐도 그 사실은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그의 그림을 보면 피카소의 작품임을 알아볼 수 있다. 
호크니 또한 그렇다.
그래서 화가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아닌, 그만의 스타일, 독창성, 일관성 같은 것들이다.
그러니까 누가 보더라도 단번에 그의 작품임을 알아볼 수 있는 그 무언가 말이다.
대다수의 천재라고 평가되거나 명성 있는 예술가의 작품이 그렇다.

"우리는 사진이 궁극적으로는 실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기하학적으로 대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부분적으로는 기하학적으로 보지만 또한 심리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지금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시야에는 당신의 얼굴이 훨씬 더 크게 보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고 그 밖의 다른 것들에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카소는 손이 거대한 발레 무용수들을 그렸는데, 매우 우아하고 가벼워 보입니다. 피카소는 무용수들이 그와 같이 움직일 때 보는 사람은 그들의 손을 좇아가게 되고, 따라서 보는 이들에게는 손이 더 커 보인다는 점을 이해했던 것입니다."(다시, 그림이다)

"19세기 중반의 아카데미 회화들은 원근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 나머지 재미없는 그림이 되고 말았다. 그 회화들은 깊은 공간을 담고 있지만, 그 공간이 그림의 안쪽으로만 파고들 뿐 그림 전체를 지배하지 못했다. 그렇게 깊이만 갖고 이야기를 전달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그림의 역사)

그러나 여전히, 데이비드 호크니는 왜 유명할까란 의문에서 출발했지만 무수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 의문은 해결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대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은 그러한 배경을 모르고 보더라도 관람객의 마음에 들지만, 그것만으로는 누군가를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명하다고 해서 곧 그것이 좋은 작품임이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시각에서는 '유명한'은 단지 '발견된'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 누가 뭐라고 떠들든 호크니 작품 속 물은 첨벙이고 일렁이고 빛은 생경한 동시에 찬란하다.
정말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이 작품이 그래서 정말 좋아!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는 호크니가 나무를 크게 그려준 탓에 우리는 그려진 나무에 둘러싸이거나 나무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건 호크니의 LA처럼 그 누군가의 삶에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사람들은 꽃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다룰 때는 정해진 기한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짧은 인간의 삶도, 행복한 순간도, 그 물이 튀어오르는 순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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