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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존 싱어 사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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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nation, Lily, Lily, Rose (1885–1886)

 

귀여운 아이들이 등을 들고 꽃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다.

이 모습만 보면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밝고 예쁜 색채의 그림만 그렸을 것 같은 인상이다.

 

Madame X (1884)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그려진 여성의 모습이다.

이 모습만 보면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우아한 그림만 그렸을 것 같은 인상이다.

 

두 작품 다 존 싱어 사전트의 널리 알려진 그림인데 모르고 작품만 봤을 때는 좀처럼 같은 화가의 그림일 거라고는 선뜻 여겨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 그림을 이어보면 더 그러하다.

 

Street in Venice (1882)

 

마치 어두운 뒷골목을 그린 그림 같다. 작품은 존 싱어 사전트가 베니스에서 작업한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림만 봤을 때는 카네이션, 릴리, 릴리, 장미를 그린 같은 사람의 작품일 거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사실 화가의 모든 작품이 일관된 느낌을 가지거나 언제나 같은 주제와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화가의 작품을 보면 다 그런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존 싱어 사전트만큼 다채롭게 느껴지는 경우도 드문 듯하다.

 

대체로 비판의 논란이 되었던 '마담x'와 순수하고 예쁜 인상의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존 싱어 사전트는 상류층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에밀 오귀스트 카롤루스 뒤랑의 화실에서 미술을 공부했고, 궁정화가인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공부하며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의 그림을 대강 훑어봐도 비슷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Google Arts & Culture (capture)

 

그의 작품 또한 우아하다.

상류층 인물을 그렸기 때문일까.

실제로 1856년 이탈리아 태생의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도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상류층이 아닌 다른 인물을 그린 작품을 봐도 뛰어난 화가임을 알 수 있다. 인상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작품 등에도 눈길이 가는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An Out-of-Doors Study (1889)
Lady and Child Asleep in a Punt under the Willows (1887)
Fishing for Oysters at Cancale (1878)

 

존 싱어 사전트의 알려진 그림보다 그러한 그림에 더 시선이 가기 마련인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떤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마담 X는 왜 논란이 되었을까.

 

 

마담 X는 프랑스에서 부유한 은행가의 아내이자 사교계 인사였던 고트로(Virginie Gautreau) 부인을 그린 작품인데 그림이 퇴폐적이고 외설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다. 원래 처음 작품에는 한쪽 끈이 내려가 있었는데 논란 후 사전트가 고쳐 그렸다고 한다. 또한 드레스 끈 외에 창백한 피부와 뒤틀려 보이는 손과 포즈 등도 논란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데 당시에는 그랬다고 하니 선뜻 이해는 되지 않는다. 논란 탓에 제목도 마담 X가 되었다.

사전트는 이 작품이 자신의 모든 작품 가운데 최고라고 말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아마 초상화를 주로 그려왔던 화가에게 이 작품은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사전트는 이 작품에 비판이 일자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기도 했다. 그 후 다시 영국에서 작품을 활동을 시작한 사전트는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로 명성을 얻게 되었고 곧 영국의 상류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초상화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서전트의 친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프레드릭 버나드의 딸들을 그린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의 아이들은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등불을 들고 있다. 감상자로서는 꽃과 아이들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데 정작 화가의 관심은 등불과 해질 녘의 빛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런던 템스강변에서 봤던 등불에 매력을 느낀 사전트는 등의 빛과 황혼의 햇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시적이고 매혹적적인 순간을 포착하기를 원했지만 해질 녘 빛을 포착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어 그림을 그릴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다시 자세히 보면 화가의 고심만큼 작품 속 빛이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되어있는지도 알 수 있다.

제목은 당시 유행하던 조셉 마징기의 노래 '양치기들이 나에게 말하네'에서 따온 것으로 이 노래의 후렴구는 "너희들은 나의 플로라가 이 길을 지나가는 걸 보았니?"라는 질문과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라는 답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 이전에 사전트는 '비커스 아이들의 정원학습 (Garden Study of the Vickers Children, 1884)이라는 작품 또한 그렸는데 그 모두 화가의 구상과 관심의 연상 선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douard and Marie Louise Pailleron (1881) 

 

우아하면 우아한 대로 간혹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가 그린 어머니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이들을 그린 그림의 인상만 보자면 칼 라르손이 떠오르기도 한다. 대체로 그 인상보다는 베니스 의 인상으로 나에게 더더욱 다가오는 화가지만 지금까지 존 싱어 사전트만큼 다채롭게 느껴지는 화가도 드문 듯하다.

 

Portrait of Edmund Gosse / Claude Monet (1886-1887)

 

미국인 부모 아래 태어나 미국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존 싱어 사전트(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주로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작업하며 성공한 화가로서의 삶을 살았다. 어떻게 보면 상류층 초상화를 그린 미국화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수 있지만 사전트가 자신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고 독일인처럼 사물을 바라보고 영국인처럼 말하며 스페인처럼 그림을 그리는 미국인이라고 정의했던 만큼 그 바탕은 어딘가에 머물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작품 또한 그토록 다채롭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Self-Portrait (1892)

 

존 싱어 사전트는 유화 900점, 수채화 20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기고 1925년에 심장병으로 영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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