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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마크 로스코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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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Mark Rothko)에 대해 처음 알 게 된 것은 그림과 눈물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로스코의 첫인상은 예배당, 색, 평면 그게 다였다.

또한 그 예배당에서 그의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울게 된다는 사실도 있었다.

 

 

실제로 갤러리에서 보든, 예배당에서 보든 어떻게 이런 그림을 보고 울 수 있다는 건지 선뜻 잘 이해는 되지 않는다. 여전히 추상 표현주의는 난해하고 어렵기만 하다.

 

www.rothkochapel.org

 

1971년에 미술 애호가였던 존과 도미니크 드 메닐 부부가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만든 로스코 예배당(Rothko Chapel)에는 로스코의 작품이 14점 걸려있다. 예배당에는 방명록이 있는데 로스코 그림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마음에 든다."

"마음에 안 든다."

"내 생각에 이 그림들은 모두 똑같다. 한 마리 고양이"

"너무나 절대적으로 적대적이고 냉담하다."

"페인트칠한 벽처럼 서로 다를 게 없으며, 어떤 형태도 담고 있지 않다."

"우리는 모두 백지를 응시해야 한다."

"형상과 형태를 찾느라, 둥둥 떠다니는 면들 속에서 길을 잃었다."

"밤을 향해 열린 창문들 같다."

"눈물, 액체로 된 포옹."

"나도 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림과 눈물, 제임스 엘킨스 저(2007)

 

 

로스코의 그림에 관한 의견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림과 눈물을 이야기할 때 로스코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화가이기도 할 것이다.

즉, 그림을 보고 울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작품이 있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서 울어본 적은 없다. 아마 대부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좀처럼 로스코 그림의 무엇을 보고 눈물이 난다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운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어찌 보면 온통 색으로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오래 응시해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인지도 모른다. 혹자는 그 그림을 응시하면서 결국 자신을 보게 된다고도 한다.

텅 빈 그림 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흔히 추상화가로 평가받는 마크 로스코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추상주의 화가가 아니다.
나는 색이나 형태 등 그런 것의 관계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비극, 아이러니, 황홀, 운명 등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I'm not an abstractionist.
I'm not interested in the relationship of color or form or anything else.
I'm interested only in expressing basic human emotions:
tragedy, ecstasy, doom, and so on.

 

 

사람들은 화가와 작품을 구분지어 생각하고 싶어 하는데 화가의 입장에서는 감정이라고 하니 그렇게도 보인다.

로스코는 관람자가 자신의 작품을 멀리서 떨어져 보기를 권했다.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적 경험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예배당이라는 특수한 공간이라면, 온통 검은 캔버스와 어둑한 빛이 뒤덮고 있는 공간 안이라면 그 경험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다시 보니 로스코 작품은 하나의 색 덩어리로 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림이란 색을 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넓게 보면 같은 색을 쓰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본다는 것은 보는 이의 감정을 담아 보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로스코의 작품을 통해 더 분명히 알게 된다.

 

나는 그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로스코의 의도대로 감정을 담은 색 그 자체로 말이다.

흔히 추상표현주의 같은 단순해 보이는 그림을 보고 이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다고 하지만 그것을 누군가의 감정이라고 여기면 선뜻 그런 말은 못할 듯 싶다. 게다가 로스코의 작품에서 거론되는 눈물처럼 그것만으로도 화가의 작품은 인정받을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작품은 화가가 만들었지만 감정은 보는 사람이 만든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생전 스티브 잡스의 말년에 로스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도 하는데 단순함의 미학으로 보면 충분히 왜 그랬을지 납득이 간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이라고 해서 항상 훌륭한 그림은 아니었다.

어쨌든 로스코의 작품이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화가의 말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당신은 그림 안에 있는 겁니다.
그림은 당신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뭔가가 아닌 거죠.

 

'보는 사람이 다룰 수 없는 무언가.'

오는 감정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울게 만드는 그림이라는 것보다 감정을 가진 거대한 색 덩어리로 작품이 다시 보인다.

가끔 작열하는 태양 같아서 그 거대한 색덩어리가 나를 감정으로 집어삼키지는 않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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